최근 렌털시장의 성장세가 심상찮다.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제조사들이 난립하는 실정이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소유권 이전형 렌털' 상담건수는 8558건으로 3년 전인 2010년에 비해 2000여건 증가했다. 더욱이 렌털 계약 특성상 장기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렌털시장의 눈부신 성장 이면의 짙은 그림자를 짚어봤다.
◆소비자 울리는 황당한 위약금
#. A씨는 TV홈쇼핑을 통해 안마의자를 렌털 계약했다. 하지만 제품수령 후 일주일도 채 안돼 제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A씨는 고객센터를 통해 배송비와 설치비 등을 지불하겠다며 반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이미 설치된 제품이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결국 A씨는 몇개월을 더 써보기로 했는데 7개월째가 되자 도저히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어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업체는 위약금으로 잔여 의무사용기간 32개월 렌털료의 30%와 등록·설치비를 청구했다.
초기구매 단가가 낮은 렌털제품의 장점 때문에 안마의자나 정수기, 매트리스 등 다양한 렌털제품이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특히 고가인 안마의자는 홈쇼핑에서 연일 히트를 치고 있는 제품 중 하나다.
하지만 섣부른 구매로 위약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마의자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바디프랜드의 경우 39개월의 긴 의무사용기간과 기간만료 전 해지 시 엄청난 위약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독보적 1위 업체라는 명성에도 불구 바디프랜드는 설치 후 소비자의 변심으로 인한 반품은 절대 불가하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설치 후 7일 이내 제품의 중대한 하자(파손, 부러짐, 찢어짐)로 인한 경우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위약금 수준이다. 해지를 원하는 고객은 약정의무기간 내 잔여개월 렌털료의 30%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임대업)에 의하면 의무사용기간을 1년 초과로 정한 경우 소비자의 계약해지 시 잔여 월 렌털료의 10%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안마의자 렌털업체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들은 안마의자가 가구와 같이 설치가 필요한 제품이고 설치 후 재사용이 힘들기 때문에 위약금 수준이 높다고 항변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H&S가 만든 렌털전문브랜드 현대위가드의 '현대센안마의자'도 마찬가지다. 현대센 관계자는 "위약금 30%와 39개월의 약정의무사용기간은 문제가 없고 이는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며 마치 법적인 효력이 있는 규정인 것처럼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이 강제성은 없지만 판례에 비춰봤을 때 통상 위약금 수준이 10%이고, 일반적 거래에서 30% 이상의 위약금은 불공정 약관에 해당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부분의 렌털업체들이 신규계약 시 고객에게 렌털료 외 추가로 받는 등록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신규계약 시 설치비 지불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등록비의 개념이 모호하다. 한 정수기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신규가입 시 지급하는 가입비와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등록비는 보통 5만∼30만원대이며 지불액수에 따라 월 렌털료에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렌털업체가 신규계약 시 이벤트라며 등록비를 면제해준다. 하지만 함정은 의무약정기간 전 해지 시 면제된 등록비와 위약금, 설치비 모두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은 계약 후 교부받은 약관에 깨알 같은 글자로 적혀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서비스 불량 항의해도 렌털료는 꼬박꼬박
#. B씨는 한 렌털업체와 비데 렌털 계약(월 2만9700원, 60개월)을 체결했다. B씨는 비데를 일시불로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지속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렌털제품을 선택했다. 분기별로 클린서비스(노즐 청소)를 받기로 약정한 B씨. 하지만 몇달이 지나자 서비스 기사는 방문하지 않았고 A/S를 받았던 고장난 부품도 여전히 작동되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B씨가 고객센터에 계약해지를 요구했지만 업체는 64만원의 위약금을 청구했다.
렌털업계의 고속성장 배경에는 건강과 직결된 제품의 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렌털제품의 부실 관리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수기 렌털부문 소비자 피해의 33%가 '관리부실로 인한 위생문제'로 조사됐다. 또한 사업자가 필터 교환 등 정기적인 관리를 소홀히 해 정수기 내에 곰팡이와 물이끼가 발생하고 벌레가 유입되는 등 위생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문제는 시장점유율 상위업체보다는 점유율이 낮은 업체에서 비교적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렌털 정수기 관련 피해 접수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수기 1만대 당 소비자 피해 건수는 현대위가드가 6.9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샘이펙스(5.0건)와 제일아쿠아(4.3건)가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부당 채권추심, 계약조건과 다른 이행, 청약 철회 거부 등에 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렌털 계약 시 주의할 점 5가지
1. 계약할 때는 반드시 계약서와 약관을 교부 받아야 한다. 또한 계약 전 ▲소유권 이전 조건(총 계약기간, 의무사용기간 등) ▲중도해지 시 환불기준(청약철회 조건, 위약금 산정기준 등) ▲고장·분실 등에 대한 소비자 책임범위 ▲연체료 등 중요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2.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 산정기준'을 반드시 확인하고 계약한다. 계약 시 면제·할인 받았던 등록·설치·운송비 등이 위약금 형태로 청구될 수 있다.
3. 렌털료를 자동이체하는 경우 이체내역을 수시로 점검한다.
4. 정기적인 사후관리서비스(A/S)가 필요한 경우 점검카드를 만들어 점검시기 및 점검항목, 점검자 등을 기록한다.
5. 계약해제·해지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내용증명 우편으로 명확한 의사를 밝히고 증빙서류를 보관한다.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 상담센터에 도움을 요청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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