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의 리더십을 놓고 말이 많다. 지난 8일 삼성물산 유통사업부문 대표 기간을 포함해 16년간 홈플러스를 이끌어 온 이승한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도 사장이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경영능력을 드디어 발휘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창립 15주년 행사에서는 도 사장의 영향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행사는 창립 1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자 도 사장이 단독대표에 오른 지 1주년이 되는 가장 큰 내부행사였다.


하지만 대표 자리를 떠난 이 회장을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되면서 도 사장은 리더십 부재 논란에 휩싸였다. 이 회장은 1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에서 40여분동안 강연을 했다. 반면 도 사장에게 할애된 시간은 3분에 불과했다. 도 사장에게 ‘이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공론화된 것은 이 때부터다.

◆이승한 회장에 가려진 리더십 부재

도 사장은 이 회장의 그늘에 가려 지금껏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도 사장이 대표 자리에 오르기 전에 발생한 사건들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곤경에 빠졌다. 그가 리더십을 발휘할 엄두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너무 많았다.


사실 3년 연속 동반성장지수 최하위 점수를 받아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이 회장이 홈플러스의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11년과 2012년이 포함된 것이다. 다만 도 사장은 지난해 미국 보스턴대학교의 홈플러스 경영사례 발표 자리에서 “향후 10년간 국내에서 5000개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말한 뒤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염불 약속’으로 지탄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도 '3년 연속'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 파문을 일으킨 경품사기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이 대표 자리에 있던 2012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경품행사를 담당하는 보험서비스팀 직원 2명은 고가의 수입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건 행사를 진행하면서 추첨을 담당한 협력사에 프로그램 조작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친구가 1등에 당첨되도록 한 것. 1등 경품에 당첨된 직원은 자동차를 팔아 수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고 홈플러스는 담당직원 2명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2012년의 실적부진은 도 사장이 대표 자리를 맡은 뒤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홈플러스를 비롯한 3개 계열사는 3.2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11년 5.8%였던 영업이익률이 크게 감소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2011년 6.1%에서 2012년 4.6%, 2013년 3.4%로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쳤다.

결국 도 사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회사의 ‘이미지 추락’과 ‘실적부진’을 물려받은 셈이다. 도 사장의 역할이 이 회장의 그늘에 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제공=홈플러스

◆도 사장이 풀어야 할 4가지 과제
지난 1998년 9월 삼성물산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이 첫돌을 맞이한 어느 날 대구점장이었던 도 사장은 당시 대표였던 이 회장으로부터 구두 한 켤레를 선물 받았다. 구두가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라는 의미가 담긴 선물이었다. 신임 점장이 최고경영자(CEO)로부터 구두를 선물 받는 것은 이때부터 홈플러스의 전통이 됐다. 첫 구두의 주인공인 도 사장은 15년 뒤 홈플러스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하지만 도 사장이 16년간 ‘장기집권’한 이 회장의 색채를 벗겨내지 못했다는 평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수장은 도 사장이지만 이 회장의 존재감은 여전히 컸다. 따라서 이 회장의 사퇴가 도 사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이 회장의 사퇴는 본격적인 도 사장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회장의 사퇴 후 도 사장은 과연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가 발휘해야 할 리더십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와 맞물린다. 도 사장은 우선 갖가지 파문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잇단 구설에 대해 사과했지만 하늘로 치솟은 소비자들의 분노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식힐 수 있는 다양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홈플러스는 동반성장지수 최하위 등급을 받으며 상생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도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모두가 행복한 성장을 하자”며 상생을 강조했다. 이 약속을 지킴으로써 골목상권, 납품업체, 비정규직 노조 등과 마찰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갑의 횡포’를 해소해야 한다.

그동안 급격하게 꺾인 성장세를 바로잡는 것도 도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가 강화되면서 홈플러스는 올 초 롯데마트에게 업계 2위 자리를 내줬다. 상대적으로 국내 매장이 많은 홈플러스는 해외에서 전체 매출의 30%를 벌어들이는 롯데마트보다 타격이 컸다. 따라서 도 사장은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에 당면해 있다.

이 과정에서 오는 10월 임명되는 영국 테스코의 데이브 루이스 신임 CEO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필립 클라크 CEO는 홈플러스의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곧 물러난다. 악화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임 CEO 자리를 맡게 되는 데이브 루이스는 최대 규모의 해외법인 홈플러스를 꼼꼼히 들여다볼 것이다. 따라서 앞서 제시한 3가지 과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것도 그가 풀어야할 또 다른 과제다.

이미지 추락과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 사장을 테스코 본사에서 계속 신임할지도 의문이다. 도 사장은 지난 5월 창사 기념식에서 ‘도성환 체제’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2주년에는 다른 분위기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를 가로막고 있던 이 회장도 회사를 떠난다. 앞으로 그가 어떻게 홈플러스를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시험대에 오른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