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도 리콜이 된다고요?"
금융감독원이 일부 생명보험사의 상품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보험상품도 리콜이 가능한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리콜조치가 전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법적 강제성이 없고 방식 역시 보험사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속여 팔아
보험업계에 리콜조치가 내려진 것은 '불완전 판매' 때문이다.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계약자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할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한마디로 상품을 속여서 판매했다는 것.
금감원에 따르면 리콜 및 판매중지를 당한 상품은 9개 보험사의 종신보험이다. (표 참조) 이들 상품은 종신보험임에도 연금전환이 가능한 특징이 있다. 이 기능 때문에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해 팔렸다. 금감원은 이 상품들이 허위·과장판매 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위험요인은 실제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는 보장성상품임에도 3.75%라는 고금리만 강조돼 판매됐다는 점이다. 보험금을 연금으로 전환하면 종신보험금에 비해 적은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아울러 보험사들은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하면 최저보증이율이 1%대로 하락한다는 점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했다.
이 상품들의 불완전 판매 요인이 발견된 것은 적은 해지환급금에서 비롯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보험료를 납입할 수 없어 해약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해지환급금이 이미 납입한 보험료에 비해 현저히 적었던 것.
이에 고객들은 보험사 및 설계사에게 항의했고 저축성보험인줄 알고 가입했던 상품이 종신보험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에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 상품들을 연금보험이나 저축성보험으로 잘못알고 가입해 무효 또는 해지된 불완전 판매비율은 21.4%로 나타났다. 보험상품의 평균 불완전 판매비율(5.8%)보다 무려 4배나 많다.
금감원은 이 상품들을 판매중단하고 이미 판매된 상품에 대해서는 리콜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상품 판매중지… 리콜은 일부 회사만
사상 초유의 보험상품 리콜조치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가 강제성을 띠지 않는 데다 보험사가 자발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리콜조치에 대해 강제성은 없다고 밝혔다.
9개 생보사들은 일단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또한 일부 보험사는 리콜조치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신한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은 해당 상품 가입자에게 이메일이나 우편물, 해피콜 등을 통해 이와 관련한 내용을 알렸다.
계약자가 내용을 인지하고도 해약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리콜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계약자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리콜을 요청하면 지금까지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
흥국생명은 해피콜을 통해서만 이와 관련한 내용을 알렸으며 리콜을 원할 경우 불완전 판매라는 것을 입증하면 기납입보험료를 돌려주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들을 제외한 생보사들은 리콜조치를 실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보험사 관계자들은 "판매만 중지했을 뿐 리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리콜 계획이 없는 한 생보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자동차 리콜을 고시하는 것처럼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제 리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A 부작용, 리콜사태에서도 대두
이번 보험상품 리콜조치 과정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의 부작용 문제가 또다시 대두됐다. GA 소속 설계사들이 해당 상품을 저축성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
이번에 판매를 중단한 한 보험사에 따르면 민원이 제기된 상품 중 GA 판매건수가 전속설계사 판매건수보다 많았다.
보험사 관계자는 "전속설계사와 GA에서 발생한 불완전 판매 비중은 약 2대 8 정도"라며 "판매수수료가 많은 종신보험을 저축성으로 속여 판매할 경우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이 같은 행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대면 채널에서도 불완전 판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라이프의 판매중단 상품인 '현대라이프종신보험_생활자금형'은 과거 녹십자생명 시절 텔레마케팅(TM)채널을 통해 판매된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리콜조치 역시 불완전 판매 비중이 높은 GA와 TM채널에서 많이 발생했다"며 "생보업계가 두 채널의 불완전 판매율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상시감시시스템'이 뭐길래…
금융감독원은 종신보험에 대한 리콜 및 판매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상시감시시스템'을 통해 불완전 판매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상시감시시스템은 보험상품의 판매와 보험금 지급 등 소비자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6개 부문을 29개 감시지표로 구성한 시스템이다.
특히 상품별 청약철회, 판매채널별 청약철회, 품질보증해지, 조기 실효·해약 등을 감시지표화해 이상징후가 발생할 경우 당국의 현장조사 등이 실시된다. 이후 보험사의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취약원인에 대한 소명을 듣고 자체 개선계획을 마련하도록 지도하거나 이번 경우처럼 판매중지 등의 조치를 내린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양해지는 보험상품에 비해 불완전 판매율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좀 더 효과적인 감독을 위해 이 시스템을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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