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송파구 일대는 현재 '구멍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이 문제라는 확실한 원인규명을 떠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싱크홀이 실제 내 집 앞에서 발생하니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석촌동을 중심으로 송파구 일대 주민들이 싱크홀 공포에 시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1개월 사이 유독 이 지역에서만 여러개의 싱크홀이 발견됐기 때문. 지난 6월29일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을 시작으로 방이동에서만 4건의 싱크홀이 발견됐다. 또한 7월21일에는 잠실운동장 동문 앞에서도 싱크홀이 나타났다.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은 지난 8월5일 발견된 이른바 석촌지하차도 입구 싱크홀이다. 서울시가 이 싱크홀의 발생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싱크홀이 속속 발견되면서 인근 지역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제2롯데월드 개장해도 불안감 해소 안 될 듯
기자는 지난 8월20일 오후 3시30분께 잠실 제2롯데월드를 찾았다. 현재 제2롯데월드의 모습은 그 위용을 거의 다 드러낸 상태.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층부를 제외한 저층부는 이미 공사가 거의 다 진행돼 롯데 측의 주장대로 추석 전에 조기개장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롯데월드 인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고 유동인구가 집중되면 예전보다 장사가 더 잘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 특히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제2롯데월드 인근에서 음료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들어오는데 장사가 더 잘될 것이라는 기대를 왜 안했겠냐"며 "그러나 최근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롯데 측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확실한 검증을 받고 개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2롯데월드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지하 상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잠실역 지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내 머리 위로 그렇게 큰 건물이 들어오는데 왜 불안하지 않겠냐"며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도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끔씩 해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석촌호수 인근 주민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일각에서는 제2롯데월드로 인한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가 이 주변지역에 발생하는 싱크홀의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이 지역의 주민들은 석촌호수의 수위저하가 눈에 띌 수준이 아님에도 싱크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을 불만스러워 했다.
석촌호수 인근 주민으로 일주일에 두세번씩 석촌호수에서 산책을 즐긴다는 C씨는 "석촌호수의 수위가 저하됐다고 하는데 나는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모르겠다"며 "서울시 등에서 확실하게 원인을 조사해 명확하게 규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등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불안감을 더 키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통행금지 석촌지하차도, 주민들 "불안해서 잠도 안 온다"
잠실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를 둘러본 이후 기자는 석촌지하차도로 향했다. 지난 8월5일 폭 2.5m, 깊이 5m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한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서는 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동공 7개가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싱크홀이 발견된 석촌지하차도는 현재 통행이 금지됐다. 기자가 잠실역에서 석촌지하차도로 가기 위해 탄 택시의 기사는 "통행이 금지돼 지역 교통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차로 약 5분여 달려 찾아간 석촌지하차도는 택시기사 말처럼 직접 들어갈 수는 없었다. 현장에는 서울시 등의 관계자들이 나와 싱크홀 원인을 조사하고 있었다. 관계자에게 원인을 찾았냐고 묻자 그는 "아직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싱크홀이 추가 발견된 석촌지하차도 인근 건물에 계측기를 달았다. 이를 통해 모든 건물에 균열, 기울기 등을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것. 그러나 이 같은 계측기도 주민의 불안감을 없애는 데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듯 보였다.
석촌지하차도 입구 바로 옆 H아파트에 거주한다는 D씨는 "균열이나 기울기를 미리 알면 뭐하냐"며 "갑자기 싱크홀이 발생하면 모니터링도 소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E씨는 "우리집에 방문하는 주변 지인들이 더 걱정을 많이 한다. 언론에서 추가 동공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부터 불안감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불안감은 누가 책임지냐"고 토로했다.
◆"버스 중단돼 불편, 도대체 언제 끝나요?"
석촌지하차도 인근 주민들은 싱크홀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이 도로가 통행금지되면서 버스노선이 바뀐 것. 이곳을 지나는 버스로 이동하던 주민들은 버스를 이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인 F씨는 "지금 휴가기간이어서 출근을 하지 않아 괜찮지만 버스가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르겠다"며 "버스가 우회해 이곳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버스 운행이 중지된 정류장 바로 앞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G씨는 "매일 타고 오던 버스가 운행 중단되니까 매우 불편하다"며 "언제 버스가 다시 운행되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이 일대에 싱크홀이 지속적으로 발견되면서 집값 하락이 우려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일대 거주민들은 집값보다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인 H씨는 "집값이 떨어지니까 동네주민들이 집을 내놓는다는 얘기가 있던데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살기 싫어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