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로 돌아온 40년 베테랑
현대중공업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4분기 87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다.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88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게다가 2분기에는 1조1037억원으로 적자폭이 484%까지 늘어났다. 창사 이래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 조선업체로서의 위상은 곤두박질쳤다.
다름 아닌 조선·해양·플랜트 대형공사에서 5000억원 규모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은 탓이다. 2분기 매출도 12조8115억원으로 1분기보다 5.2%나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영업적자와 매출감소폭은 더욱 커졌다.
영업손실로 인한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자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포트폴리오 재편 ▲적자공사 수주 금지 ▲원가 절감 등 3대 원칙을 내걸고 수익성 위주의 영업활동에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최 전 사장을 최근 현대중공업의 조선·해양·플랜트부문 총괄회장으로 선임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취한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에 빠진 현대중공업의 생산부문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해결사로 최 회장을 선택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5년 전과 비교해 최 회장과 이 회장의 직위가 역전돼서다. 최 회장이 사장이었을 때 이 회장은 부사장이었다. 2009년 최 회장이 회사에서 물러날 때 뒤를 이어 사장직을 맡았다. 최 회장은 이 회장의 입사 3년 선배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과연 국내 조선업계에서 어떤 인물로 통하길래 해결사로 복귀한 것일까.
◆세계 최초·최대 기록 가득한 능력자
복귀한 최 회장의 첫 출근은 단출했다. 취임식 없이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로 출근했다. 퇴임 5년 만에 돌아온 곳이지만 매일 594만㎡(약 180만평)에 달하는 현장을 둘러보던 최 회장에게는 땀과 열정, 그리고 자신이 이룬 성과들이 녹아 있는 곳이다.
최 회장은 임원으로 승진할 당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80년대 후반 정 회장이 울산조선소에 계열사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요구했을 당시 상무였던 최 회장이 세차례나 반대 의견을 내놓은 일화는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최 회장은 “세계 최고의 조선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공간이어서 내줄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이를 계기로 정 회장은 막내 동생인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이 한라중공업(현 현대삼호중공업)을 차리고 도움을 청했을 때 최 회장을 선뜻 추천했다.
무엇보다 최 회장은 ‘세계 최초, 세계 최대’라는 기록들을 세운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 2009년까지 ▲국내 최초 LNG선 건조 ▲세계 최초 선박 육상건조 방식 도입 ▲세계 최대 초대형 컨테이너선 기록 갱신 ▲세계 최초 T자형 도크 완공 등 수많은 종목의 정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에 오르기까지 ‘항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1972년 현대중공업 창설멤버로 입사해 12년 만에 임원에 올랐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비조선업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사장을 차례대로 지냈다. 특히 2005년 12월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재임명된 뒤부터 2009년 자진해서 회사를 떠날 때까지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25배나 끌어 올렸다.
◆최 회장이 풀어야 할 3가지 과제
결국 조선산업의 큰형이 귀환했다. 현대중공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최 회장이 구원투수로 긴급 등판한 것이다. 하지만 위기인 만큼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최 회장은 당장 중국 조선사와 경쟁하면서 저가 수주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 올해 선박 가격은 그가 현장을 떠난 2009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또 다른 과제는 조선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황이 살아나지 않는 한 그의 능력도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해양·플랜트부문 개선도 해결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해양·플랜트부문에서 각각 3740억원, 23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업계는 최 회장의 지휘 아래 현대중공업이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해양플랜트부문의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현대중공업의 지휘봉을 잡았던 2000년대 초·중반은 국내 조선업계가 호황을 누린 시기지만 지금은 국내 조선 3사와 중국 조선사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당시 상황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최 회장이 눈앞에 닥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 갈지는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야 어쨌든 최 회장은 국내 조선업의 성장을 이끈 현장 전문가로 꼽힌다. 실제로 그는 국내 조선산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적어도 현장을 누비던 2009년까지는 그랬다. 현역시절 일본을 꺾고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놨던 그가 다시 한번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조선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 프로필
▲1946년 2월25일 전라북도 군산 출생 ▲1972년 현대중공업 입사 ▲1986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무 상무 ▲1990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전무 ▲1993년 한라중공업 조선사업본부 부사장 ▲1997년 한라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001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004년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 ▲2005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009년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회장 ▲2013년 관동대학교 산학협력 부총장 ▲2014년 8월~현재 현대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부문 총괄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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