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을 두고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삼삼오오 모인 자리는 담뱃값 인상에 대한 토론회로 번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서민 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으로 직접적인 가계경제 타격을 받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다.

담뱃값이 인상되면 영향을 받는 것은 비단 서민의 주머니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이 궐련(가장 보편화된 제조담배)담배가 주를 이루는 국내 담배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한다. 외국의 경우 담배 대체재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추세이며 국내에서도 담배 대체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아울러 외국계담배회사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담뱃값 인상 후 국내 담배시장에 일게 될 변화를 가늠해봤다.

 
/사진=뉴스1 송은석 기자

◆전자담배·각련·스누프… 공통점은 '담배'
담뱃값 인상으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시장은 '전자담배' 관련시장이다. 전자담배시장은 우리보다 먼저 흡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미국 및 유럽 등 외국에서도 점차 규모가 커지는 시장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5명 중 1명이 전자담배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로 전자담배가 급속도록 보급화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담뱃값 인상안이 논의되면서 전자담배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온라인쇼핑몰업계에 따르면 인상안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9월 초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11번가의 경우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전자담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2% 증가했고, G마켓에서는 같은 기간 전자담배 매출이 1161%나 급증했다.


전자담배에 대한 흡연자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전자담배 역시 엄연한 담배임에도 금연보조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축액을 기화해 입으로 흡입하도록 하는 담배 모양의 제품으로, 크기와 모양이 일반담배와 유사하다. 하지만 그 유해성이나 안전성에 대해선 아직 WHO 등 국제기관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이승욱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도 사회적으로 금연에 대한 움직임이 강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면 전자담배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자담배와 더불어 말아 피는 담배(각련)나 씹는 담배 혹은 코담배 등 특수 담배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일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던 각련은 담뱃값 인상 폭이 궐련담배보다 작아 가격이 저렴할 것이란 예상으로 흡연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각련은 하급 잎담배에 향을 가하거나 다소 고급인 잎담배를 가늘게 썰어 담뱃대를 이용하거나 흡연자가 직접 궐련지로 말아 피울 수 있도록 만든 담배다. 지난 16일 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담배매장도 각련을 찾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일부 마니아층만이 각련을 선호했지만 최근엔 찾는 손님이 부쩍 늘어 문의전화를 받기 힘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각련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가격인상을 우려해 좀 더 저렴한 담배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서부터다. 당초 담뱃값 인상안이 통과돼 현행보다 2000원이 오를 경우 궐련담배가격은 한갑당 4500원, 1개비당 225원에 달한다. 각련 또한 건강증진부담금이 오르지만 1g당 30.2원에 불과해 가격인상폭이 궐련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련은 약 4000~8000원짜리 담뱃잎 한팩을 사면 담배 80개비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궐련지와 필터 등을 구입해도 1개비당 총 가격은 100원대 초반이다.

이외에도 무연담배의 일종으로 입에 넣고 씹음으로써 흡연과 같은 효과를 내는 씹는 담배나 가공된 담배가루를 코 주위에 발라 냄새를 맡는 코담배(snuff) 등의 대체재도 흡연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수입담배회사, 점유율 늘어나나
업계에서는 담뱃값 인상폭이 커지면 외국계담배회사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담뱃값 인상안은 KT&G나 외국계담배사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외국계 담배사가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차별화를 시도하면 점유율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KT&G가 61.7%, 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JTI코리아 등 외국계담배 3사가 38.3%로 나타났다.

KT&G의 경우 공기업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정해진 담뱃값을 유동적으로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외국계담배사는 사정이 다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원가상승 등을 이유로 일제히 담배가격을 올렸던 외국계담배업체들은 올해 잇따라 가격인하를 선언했다. 가격인상 이후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져 가격정책을 조정한 것.

반면 KT&G는 담뱃값 인상안으로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세금외 나머지 출고가를 인하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번 담뱃값 인상안에는 담배제조권자에 대한 출고가 인상(700원→732원)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전체 흡연률이 떨어져 KT&G의 수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담배제조사에게 전자담배시장은 블루오션?

전세계적으로 흡연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명 담배제조사들이 전자담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전자담배시장에 진출할 뜻을 밝힌 필립모리스는 올 하반기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미국 2위 담배제조사인 레이놀즈와 일본업체인 재팬토파코는 전자담배제조사를 인수해 시장진출을 꾀하고 있다. 세계 4위 담배생산업체인 영국의 임페리얼 토바코 역시 전자담배를 최초 개발해 전자담배 특허를 가지고 있는 홍콩 류옌그룹의 드래고나이트(Dragonite)를 인수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