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결제대금예치(에스크로) 및 소비자피해보상보험 등의 제도가 지난 2006년 시행된 이후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 온라인거래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보호 범위도 제정 당시보다 강화됐다.

문제는 에스크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소비자를 노리는 사기 쇼핑몰이 여전한 데다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해외직접구매가 늘면서 구매대행업체를 위장한 사기 사이트도 늘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스크로제 시행 이후 전자상거래의 소비자보호환경을 진단해봤다.


 

◆에스크로 시행 8년, 소비자보호 강화돼
#. 소비녀씨(가명·29)는 며칠 전 평소 갖고 싶던 A브랜드 가방의 최저가 판매사이트를 찾아냈다. 여타 사이트보다 30%가량 싼 가격을 확인한 소씨는 단숨에 결제까지 마쳤다. 최저가에 구매했다는 기쁨도 잠시, 이틀 뒤 배송 날짜가 궁금해 찾은 쇼핑몰은 황당하게도 폐쇄된 상태였다. 쇼핑몰 고객센터 또한 연결되지 않았다. 당황한 소씨는 문득 메일로 받은 입금영수증을 떠올렸다. 영수증에 기재된 지불결제사업자(PG)에 전화를 걸어 간단한 조회를 거치자 현금결제가 취소됐다. 소씨가 에스크로서비스로 계좌이체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4차 정보혁명이라 불리는 '통신혁명'으로 인터넷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전세계 전자상거래시장은 급성장했다. 국내 전자상거래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자상거래 및 사이버쇼핑 동향'에 따르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지난 2008년 630조원에서 지난해 1204조원으로 5년 만에 두배가량 커졌다.

시장이 커지면서 각종 폐해도 뒤따랐다. 온라인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단속과 규제가 없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피해가 급격히 증가한 것. 이에 정부는 지난 2006년 4월 전자상거래등에서의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전자상거래법)을 제정, 통신판매사업자의 소비자보호장치 마련을 의무화했다.


이는 신용카드 결제보다 소비자보호가 취약한 현금결제에 한한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가 먼저 소비자에게 대금을 받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면 카드결제를 취소해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무통장입금이나 계좌이체 등 현금으로 결제한 소비자는 돈을 떼일 우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통신판매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에스크로나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중 하나를 반드시 시행하도록 돼 있다.

에스크로는 소비자가 온라인쇼핑몰에서 결제하면 제3자(에스크로 사업자)가 소비자의 결제대금을 예치했다가 상품배송이 완료된 후 그 대금을 통신판매업자에게 지급하는 거래안전장치다. 제도 도입 당시엔 10만원 이상의 거래액에 한해 의무 적용됐지만 지난해 말 관련법 개정으로 현재는 5만원 미만 상품에도 에스크로가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최근엔 신용카드 결제를 위한 PG사들이 에스크로서비스를 지원해 소규모쇼핑몰들도 대부분 에스크로에 가입한 상태다.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11번가, 네이버 지식쇼핑 등 4개 오픈마켓의 경우 지난 2007년 자율준수규약을 맺고 에스크로 또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을 운영 중이다.

◆교묘한 수법에 소비자는 '속수무책'

문제는 여전히 사기 온라인쇼핑몰 사이트를 이용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그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버젓이 통신판매사업자로 등록해 소비자를 안심시킨 후 사기를 저지르거나 유명포털사이트에 광고를 게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말엔 '제일가전'이란 생활가전판매 사이트에서 사기범죄가 발생해 소비자들이 수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유명포털사이트에 배너광고를 게시하고 오픈마켓에 정상적인 쇼핑몰로 등록한 뒤 사기 사이트로 유인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해당 사이트는 에스크로에도 가입돼 있었지만 일반계좌이체를 통해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파격적인 할인가격을 제시하거나 할인쿠폰 및 사은품을 제공한다고 소비자를 현혹했다. 이후 사업자는 쇼핑몰을 폐쇄한 뒤 잠적했고 일반계좌를 통해 결제한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에스크로 결제를 할 경우 구매과정이 복잡하다며 일반 계좌이체나 무통장입금을 유도하는 쇼핑몰도 있다. C가전 판매사이트의 경우 '에스크로 결제 시 주문취소, 구매확정과정이 다소 복잡하므로 고객님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알려드린다'며 결제 주의사항을 고지했다. 하지만 실제 구매과정은 일반 계좌이체에 비해 번거롭지 않았다. 구매 시 에스크로 가상계좌번호로 입금하거나 구매금액을 정확히 입력하는 등 필수적인 절차들일 뿐이다.

해외직접구매가 늘면서 해외 구매대행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통상 사기 구매대행사이트는 해외배송 등을 이유로 주문취소, 반품,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안내하거나 에스크로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구매대행업체 또한 국내법이 적용되므로 일반 온라인몰과 동일하게 제품을 배송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고 소비자가 에스크로 결제를 요구할 수 있다.

결국 에스크로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관계자는 "인터넷쇼핑몰에서 물품 구매 시 고가의 물품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엔 에스크로 또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 등 구매안전서비스 가입여부를 확인한 후 거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넷쇼핑몰 사기피해 예방수칙

1. 신뢰할 만한 쇼핑몰을 이용한다. 인터넷쇼핑몰업체의 신원정보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주문 시 상품내용, 가격, 품질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계약정보는 반드시 출력하거나 저장해 놓는다.

3. 상품가격이 현저히 싼 곳은 품질에 문제가 있거나 사기일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특히 현금결제만을 유도하는 곳은 사기일 우려가 높고 피해발생 시 해결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가급적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한다.

4. 현금결제 시에는 에스크로제도를 이용하며 소비자피해보상보험 등 구매안전서비스에 가입한 사업자인지 확인한다.

5. 전자상거래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한 경우 소비자는 청약 또는 상품을 공급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6. 구매자와 수령자가 다를 경우 수령자에게 미리 배송정보를 전달한다.

7. 택배 배송내역(물품의 종류, 수량, 수령예정일 등)을 수령자에게 미리 알리고 정해진 날짜에 운송물이 도착했는지, 제품에 이상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8. 피해발생 즉시 사업자에게 배상을 요구하고 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에 도움을 요청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