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LG상사


 

최근 tvN 드라마 <미생>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종합상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른바 ‘라면부터 미사일까지 돈이 되면 뭐든지 사업화한다’는 말처럼 과거 종합상사의 활약은 눈부셨다. 한때는 종합상사가 소속 그룹의 실제 지주회사 지위를 꿰찬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종합상사는 옛날 같지 않다. 업계에서는 ‘물산’이 아니라 ‘을(乙)산’, ‘인터내셔널’이 아니라 ‘을(乙)터내셔널’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오간다. 앞서 종합상사들은 실적 악화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자원개발(E&P)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최근 LG그룹이 LG상사의 수익 개선을 위해 범LG가(家)의 물류기업인 범한판토스 인수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종합상사의 애환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LG상사 관계자는 “자원이 중심인 현재 사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범한판토스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자원개발사업에서의 실적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LG상사가 실질적인 수익 개선을 거둘지 주목 받는 이유다.


LG상사는 석탄과 석유를 비롯한 자원개발부문이 전체 세전이익의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2011년부터 석탄가격 약세와 일부 자원개발사업에서의 손상차손으로 인해 3년째 이익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그룹은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현재 범한판토스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11월 말 이사회를 열어 LG상사의 범한판토스 인수를 결정한다. 인수가격은 5000억~7000억원에서 조율 중이다.

인수 전망은 밝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자원개발사업에서 고전했던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할 경우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LG상사의 주력인 자원개발사업이 몇년째 부진한 상황에서 안정된 실적을 내는 범한판토스를 지렛대 삼아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범한판토스는 최근 6년간 평균 영업이익이 727억원일 만큼 이익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만해도 연매출 2조원을 웃돌았고 영업이익도 59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할 경우 최소한 매년 6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범한판토스의 올해와 내년 실적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할 때 LG상사의 내년 영업이익은 1792억원이 될 것”이라며 “기존 예상치 대비 592억원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 방계기업인 범한판토스가 벌이던 사업을 다시 사들이는 것은 재계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라며 “LG그룹의 이 같은 결정은 그룹 차원에서 물류사업을 추가해 정체된 사업부문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범한판토스는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고 구정회씨 일가가 지난 1977년부터 운영해온 물류회사다. 구정회씨의 3남 구자현씨의 부인 조원희 회장과 아들 구본호씨가 각각 50.9%와 46.1%의 지분을 갖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