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등의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8시40분까지 이사회를 열고 삼성테크윈 등 4개사에 대한 지분매각 건을 승인했다. 이들은 곧이어 오전 9시 증권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지분매각 결정사실을 공시했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이번 빅딜을 통해 두 그룹 모두 ‘윈윈’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의 경우 그룹에서는 비주력사업이었던 화학과 방산 분야를 정리해 핵심사업으로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진다. 또한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함으로써 방위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의 인수를 통해서는 석유화학사업 분야에서 국내 1위(매출규모 18조원 예상)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증권시장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의 생각은 삼성·한화그룹과는 달라 보인다. 매각발표가 난 지난 11월26일 매각의 당사자인 삼성테크윈의 주가는 하한가(14.90%)까지 떨어진 2만8850원에 거래를 마쳤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탈레스는 비상장사).
삼성그룹주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0.92% 상승하는데 그쳤다. 삼성전기(7.91%), 제일기획(6.08%), 삼성SDI(3.85%), 삼성화재(1.79%), 삼성카드(1.57%), 호텔신라(0.53%) 등은 올랐지만 삼성SDS(-4.09%), 삼성중공업(-2.27%), 삼성생명(-0.82%), 삼성증권(-0.58%) 등은 하락했다.
한화그룹주 역시 삼성그룹주와 비슷하다. 인수의 주요 주체인 한화는 1.2% 내렸다. 한화손해보험(-0.6%), 한화투자증권(-0.2%)은 하락했다. 반면 한화생명(1.8%), 한화갤러리아(0.8%), 한화케미칼(0.7%) 등은 소폭 상승했다.
다음날인 지난 11월27일 삼성전자는 2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결정 소식에 힘입어 5%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자 외의 다른 계열사들은 전일과 같이 등락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한화그룹은 이날도 전날과 비슷했다. 오랜만에 증권시장에 등장한 대형 M&A 이슈가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이다.
◆ 증권시장이 환호하지 않는 이유
투자자들은 이번 빅딜에 대해 무덤덤한 모습이다. 삼성·한화그룹주 가운데 이번 M&A와 관련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매각 4개사 중 유일하게 상장된 삼성테크윈뿐이다.
삼성테크윈이 갑작스레 급락한 이유는 이날 MSCI지수 구성종목에서 제외된 탓도 있다. 포트폴리오 조정차원에서의 매도세가 나와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삼성테크윈의 경우 지난 11월25일과 26일 이틀간 외국인 순매도가 59억2271만원(잠정)에 달했고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87억8315만원(잠정) 규모의 순매도세가 나왔다.
또한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프리미엄 소멸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삼성테크윈의 주가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빅배스(Big Bath, 누적손실·잠재손실 등을 한 회계연도에 한꺼번에 처리하는 회계기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에서 ‘버린 카드’라는 인식과 인수 전후에 발생할 빅배스 우려감으로 인해 강한 하락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예 당분간은 삼성테크윈에 대해 관망하라는 견해마저 나왔다. 김운호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테크윈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조정하고 목표가를 기존(5만원) 대비 32% 내린 3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대주주 변경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삼성 브랜드의 영향 아래 있던 사업부의 매출 위축이 우려되며 인수주체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가 가시화되기까지는 투자보다는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나온 대형 M&A 이슈임에도 증권시장에서 관련 그룹주들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 또한 삼성테크윈과 비슷하다. 놀라운 소식이긴 하지만 당장 양 그룹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
이번 M&A와 관련한 삼성물산의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한화 측이 삼성물산에 삼성종합화학의 인수를 제안한 것은 지난 8월 말이다. 지난 11월6일 인수에 합의했고 계약서 협상은 지난 11월24일까지 진행됐다.
매각대금도 당장 들어오지 않는다. 매각 종결 시 40%, 종결 1년 후 30%, 종결 2년 후 30%를 지불하는 식이다.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빅딜과 관련해 삼성과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주가에 별 다른 영향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때 분명 의미가 있는 이슈이긴 하지만 당장 주가에 영향을 끼칠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삼성그룹은 승계문제로 이미 여러 시나리오가 나왔는데 화학부문이 사라지면서 삼성에 대한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화그룹에 대해 “한화는 시장에서 자금여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데다 방산 분야를 강화했다고 해서 당장 실적이 크게 상승할지도 알 수 없어 시장에서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합병, 장기적으로는 좋은 선택
다만 증권가는 이번 빅딜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양 그룹 모두에 이득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삼성테크윈과 계열사의 매각은 비주류 사업에 대한 매각과 핵심사업으로의 선택과 집중을 나타낸다”며 “향후 경영활동에 있어서도 삼성그룹의 과감한 변화 가능성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역시 좋은 거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룹의 뿌리인 방산 분야를 강화할 수 있고 석유화학사업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의 방위사업부문 매출은 1조원인데 삼성테크윈과 이 회사가 50%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 기존의 방위·화약부문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6월 한화가 흡수한 한화테크엠과 로봇·CCTV·반도체장비·유압기계·엔진부품 부문에서도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삼성테크윈의 합병으로 한화의 연결매출액은 기존 5조8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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