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취향과 패턴의 흐름 속에서 개성을 찾고 표현하기란 더 어려워졌다. 남과 나의 차이를 정의하지 못하면 결코 개성을 드러낼 수 없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나'를 정의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별로 차이가 없는 고만고만한 삶이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반복적인 비교를 통해 나와 상대방 사이의 차이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때론 어렴풋이, 때론 명확하게 발견되는 차이, 이 차이를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했을 때 우리는 브랜드라는 표현을 쓴다. 개성의 시대란 결국 브랜드의 시대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요즘과 같은 브랜드 범람의 시대에 역발상으로 시장에 도전한 한 기업에 대해 살펴본 책이 <무인양품은 왜 싸지도 않은데 잘 팔리는가>다.
우리에게 무지(MUJI)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무인양품(無印良品)의 사례는 우리가 무엇을 사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없거나 약하지만 품질이 우수한 제품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판다. 태그나 로고 같은 것이 일체 없다.
무인양품의 상품을 처음 보면 공장에서 마지막 공정을 생략하고 막 나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에 집중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 기준을 명확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이름이 없으니까 더 두드러 지는 것은 제품의 본질일 테니. 이것이 바로 '콘셉트'다.
어제 만난 '이름 모를 소녀'를 친구에게 소개한다고 하자. 이름을 모르니 오로지 그녀의 특징만으로 설명해야 하므로 더욱 그녀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무인양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친구들 사이에서 그녀에게 어느새 '이름 모를 소녀'라는 이름이 붙어버린 것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녀의 '이름'이 아니라 그녀만이 가진 차이, 즉 그녀의 콘셉트이듯 무인양품에 열광하는 이들이 주목한 것은 그 콘셉트일 것이다.
콘셉트(Concept)를 '개념'이라는 사전적 정의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개념'은 일종의 원칙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로'(Con)와 '받아들이다'(cept)와 같이 어원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콘셉트는 서로가 받아들인 생각을 말한다. 다시 말해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단어를 보거나 들었을 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것이 바로 콘셉트다.
서로 받아들이는 콘셉트는 간단하다. 훌륭한 콘셉트일수록 간단한 단어로 표현된다. 대상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깊을수록 콘셉트는 더 뚜렷해지고 그럴수록 드러내기는 더욱더 쉬워진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자리도 명확해진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근대 철학의 명제는 인간의 콘셉트를 단 몇 글자로 정의했다. 인간이 다른 사물과 다른 점을 '생각한다'라는 행위에서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콘셉트는 과연 무엇일까.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에가미 다카오 지음 | 한스미디어 펴냄 | 1만3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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