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여성위원회 양지윤 인사팀 차장.


 

최근 자동차업계는 '여성만을 위한', '여성이 좋아하는' 등의 수식어를 앞세워 여성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여성들은 더 이상 핑크빛 경차만을 원하지 않아요." 한국지엠 여성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양지윤 인사팀 차장은 '여심'이란 더 이상 핑크색으로 상징되는 기존의 '여성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0년 경차 '핑크색 마티즈'가 히트한 이래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여심공략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이 회사의 일원인 양 차장의 '탈(脫) 경차 트렌드' 발언은 자사가 주도한 '여성 경차선호시대'의 종말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경차·소형차를 선호하던 여성소비자들이 이제는 중·대형차는 물론 SUV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양 차장은 "요즘 들어 거친 SUV를 운전하는 여성이 많아진 반면 작고 귀여운 경차를 타는 남성도 늘었다"며 "더 이상 자동차시장에서 획일적인 여성성의 강조만으로는 여심을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6년 1.8%에 불과했던 여성운전자비율은 지난해 40.1%로 상승했다. 여성운전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면서 시장에서도 기아 스포티지, 르노삼성 QM3, 폭스바겐 티구안 등의 SUV를 찾는 여성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양 차장은 "요즘 여성운전자들은 자동차를 고를 때 디자인만 보지 않고 퍼포먼스와 안전성 등 기능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진다"며 "자동차업계가 여심을 잡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성관념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진짜 여성의 생각이 녹아든 차' 만들어야

그렇다면 양 차장이 말하는 성관념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무엇일까. 그는 "여심을 잡기 위해 어떤 것을 만든다기보다는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여성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성전용'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모든 제품이 여성이 타기에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일례로 한국지엠의 중형차 쉐보레 말리부는 당초 여성층을 주 타깃으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출시 후 여성들에게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이유는 편안한 시트, 풍부한 수납공간, 뛰어난 안정성 등 차내 편의성 때문이다. 한국지엠이 개발단계에서부터 여성소비자를 충분히 고려했던 게 주효했다.

양 차장은 "자동차업계에서 여성시장은 블루오션이 아닌 남성시장과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남성에 치우친 기업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여성을 이해하고 여심을 사로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지엠 여성위원회란?
지난 2005년 한국지엠이 회사차원에서 만든 사내 여성단체. 인사팀부터 기술개발팀에 이르기까지 각 부서 여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된다. 3가지 팀으로 구성돼 ▲여성의견 반영을 통한 생산성 확충 ▲사내 양성평등문화 확립 ▲여직원 채용 및 고용안전 확대 등에 힘쓰며 특히 매년 여성리더 양성을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한국지엠뿐 아니라 GM산하 현지법인에서 모두 운영 중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