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의 인물='세월호 희생자'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 안전 불감증의 현주소를 알린 초대형 사고였다.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숨지고 아직까지 실종된 9명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승객을 팽개치고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 국민은 공분했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끝내 시신으로 발견돼 의문만 남겼다.
세월호와 관련해 유병언, 이준석이라는 두 인물에 여론이 집중된 게 사실이지만 <머니위크>는 '올해를 기억할 인물'로 참사의 희생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며 친구를 구하려다 생일 하루 전 희생된 정차웅 군, 제자들의 탈출을 돕다가 끝내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남윤철 교사, 그리고 "승무원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며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박지영 승무원에 이르기까지, 세월호의 아픔과 안타까움을 대한민국은 기억한다.
◆ 정치=반기문-최경환-정윤회
정치분야에서 2014년을 장식한 인물로는 반기문 UN 사무총장(231표 57.8%)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12표 53.0%)이 윗자리에 랭크됐다. 올 들어 반 총장은 UN의 기후변화나 핵확산 방지, 8가지 새천년개발목표 달성 등의 과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 간 이해관계를 잘 조절하고 약소국과 난민에 대한 배려 역시 아끼지 않았다. 다만 국내에선 정치권이 때아닌 '차기대선주자'로 추켜세우는 바람에 여야 간 스카우트 경쟁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강력한 거시정책으로 '초이노믹스'를 탄생시킨 최경환 부총리도 정치권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는 등 부동산시장 살리기에 힘쓰는가 하면 예산 부수법안 대부분을 정부안대로 통과시키는 등 추진력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초이노믹스의 성패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연말 들어선 청와대 실세로 회자된 '정윤회 파문'이 정국을 흔들었다. 전직 청와대 비서관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고 비선실세로만 알려지며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정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문건유출 논란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 경제=이건희-신동빈-정몽구
경제계에선 이건희 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다른 경제인들에 비해 압도적인 표차를 기록하며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지난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은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7개월째 와병 중이다. 그의 경영공백은 올 한해 삼성그룹에겐 양날의 칼로 다가왔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말그대로 '충격'이었다. 지난 3분기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4조600억원으로 떨어져 10조원을 넘긴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반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업재편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삼성의 재건'도 속도를 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상장에 성공했고 실적부진을 겪던 석유화학·방위산업부문 4개 계열사는 한화에 과감히 매각했다.
롯데그룹의 신 회장은 제2롯데월드로 인해 마음 졸인 한해를 보냈다. 아쿠아리움의 수족관에서 물이 새는가 하면 영화관에선 진동으로 스크린이 흔들려 관람객의 안전을 위협했다. 연말엔 현장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1년 내내 끊이지 않았던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신 회장을 압박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던 한전 부지입찰전에서 삼성을 따돌리고 승자가 돼 주목받았다. 물론 10조5500억원이라는 인수비용이 적정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으로 시가총액 10조원대의 IT공룡이 된 다음카카오의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도 재계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카카오톡' 감청불응으로 정부에 밉보였는지 최근 이 대표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 사회=신해철-프란치스코-윤일병·임병장
사회분야의 인물로는 세월호 희생자에 이어 가수 고 신해철에 표가 집중됐다. 전체 응답자의 36.3%(145표)가 신씨의 죽음에 의료사고가 관여해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신씨는 장협착수술을 받은 뒤 심정지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5일 후 세상을 떠났다. '마왕' 신해철의 사망에 유가족과 병원측이 대립각을 세우며 의료사고 분쟁으로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로 침울한 기운이 감돌았을 때 한국을 방문해 '따뜻한 울림'을 안겼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주목한 의견도 3명 중 1명꼴인 29.8%나 됐다. 즉위 후 세번째 외국 방문지이자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 100시간의 체류기간
동안 세월호 유족을 만나 아픔을 달래는 등 사회 약자들과 함께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남겼다.
지난 6월 육군 22사단에서 터진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과 불과 44일 후에 28사단에서 선임병의 집단폭행으로 사망한 윤일병 사건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분노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폐쇄된 군대문화의 단면을 보여준 이들 사건은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라는 씁쓸한 유행어를 남겼다.
◆ 문화=이순신-전지현-김보성
올 문화계를 가장 빛낸 인물로는 이순신(58.0%)이 뽑혔고 그 뒤를 전지현(42.3%)과 나영석(37.8%)이 이었다. 영화 <명량>의 흥행을 통해 재조명된 이순신은 리더십이 부재한 우리사회에 '영웅'을 갈망하게 만들었다. 조직을 장악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이순신의 탁월한 지도자 정신은 침몰직전 배를 버리고 도망간 세월호 선장과 대비되면서 올바른 리더상을 우리 사회에 제시했다.
올해 최고의 한류상품은 전지현-김수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극중 '천송이'역을 맡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 '치맥' 열풍을 일으킨 전지현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그녀가 걸치고 나온 옷들은 한국과 중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별 그대'의 후광을 입어 한국 드라마들의 중국 내 몸값도 급등했다.
이외에 집밥을 콘셉트로 내세워 예능프로그램에 파란을 일으킨 <삼시세끼>의 PD 나영석과 지난 6월 별세한 추상과 구상의 조화를 꾀하는 '하모니즘' 창시자 김흥수 화백, '의리'라는 유행어를 퍼트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김보성도 문화계에서 주목받았던 인물들이다.
◆ 스포츠=김연아-류현진-홍명보
스포츠 인물로는 김연아(63.5%)와 류현진(54.8%)에 응답자들이 몰표를 던졌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심판판정 논란을 뒤로 한 채 은퇴했다. 피겨 불모지였던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희망을 안겼고 새 역사를 쓴 그녀는 지난 5월 은퇴식을 겸한 아이스쇼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남긴 후 스포츠 행정가라는 또 다른 꿈에 도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류현진(LA다저스)은 2년 연속 14승을 올리며 '2년차 징크스'를 말끔히 씻어냈다. 다저스 선발 중 가장 적은 9이닝당 1.7개의 볼넷만 내주며 팀내 입지도 확실히 다졌다.
축구에선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브라질월드컵에서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그에게 돌아온 건 기존 선수선발 원칙을 깨고 대학 후배 위주로 선수를 발탁했다는 뜻의 '의리 축구'라는 비아냥섞인 평가였다.
◆ 세계=아베 신조-토마 피케티-블라디미르 푸틴
2014년을 장식한 세계 인물에는 아베 신조(55.8%)와 토마 피케티(39.5%), 푸틴(39.3%) 등이 뽑혔다.
올 들어 일본의 경제 무기력증이 심화되면서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절하에 시달렸다. 엔저(엔화약세)는 수출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수입물가를 높여 내수만 위축시켰고, 소비세율을 인상한 이후에는 소비침체까지 지속되면서 '아베노믹스 위기론'이 일본 열도를 흔들었다.
마흔 두살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으로 전세계 경제학계를 들끓게 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 문제가 생긴다는 그의 주장은 경제 양극화를 놓고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9월 방한한 이후 국내에서도 피케티 방식에 대한 학자들 간 찬반논란이 치열하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병합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크림 지방의회가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우크라이나 탈퇴'와 '러시아 편입'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 군대의 크림 점거 2주 후에 치러진 주민투표를 끝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올해의 인물' 선정, 어떻게?
서울 거주 남녀 직장인 40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기간은 지난 12월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이었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세계 등 총 6개 분야에 각 2명씩 '올해의 인물'로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인 2표제이며 통계치는 이백분율을 기준으로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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