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구정연휴 아이들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국내 저가항공(LCC) 항공편을 예매한 김모씨(34)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발생한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 항공기사고 소식을 접한 뒤 LCC의 안전성에 불안감이 생겨 여행일정 취소를 고민 중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 소속 QZ8501기가 한국인 3명 등 162명을 태우고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를 출발해 싱가포르로 가던 중 실종됐다. 실종 후 이틀 뒤에서야 항공기 잔해와 실종자 시신을 발견했다.

사고의 경위나 원인에 대해 아직 밝혀진 바 없지만 기체결함이나 조종미숙 등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국내 LCC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에어아시아가 LCC 급성장의 상징적 사례로 꼽혀왔던 만큼 이번 사고로 고객들이 김씨처럼 저가항공 이용을 기피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국내 LCC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LCC항공사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LCC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이 우리 회사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취항해 지난해 국내선의 52.5%를 점유하고 국제선에서 12%의 비중을 차지하며 ‘기적’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온 국내 LCC업계는 타국 LCC의 사고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실종 에어아시아기를 수색하는 인도네시아 해양경찰. /사진=AP통신, 뉴스1 제공

◆ “에어아시아와 동급 취급 말아야”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와 국내 LCC를 동급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LCC업계 관계자는 "단 한번의 사고도 항공사는 존폐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저가항공사로서는 오히려 대형항공사(FSC)보다 안전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실제 국내 LCC업체들이 항공기 정비 등 안전운항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전체 영업비용의 약 10%수준으로 비율로 따지면 FSC보다 높다.

이들 LCC업체는 "LCC라고 해서 모두 같은 수준이라고 봐선 안된다"며 "안전사항을 관리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항공사의 안전관리를 감독하는 국토교통부 측도 이에 대해 "국내선과 국제선에 취항하고 있는 모든 국적항공사와 해외항공사, 저가항공사들은 안전 조건을 통과했기 때문에 운항허가가 난 것"이라며 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항공안전에 관해서는 FSC와 구분 없이 LCC도 우리나라의 각종 법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법률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제정한 항공안전 평가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이외에도 항공사의 안전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세계 표준 지표로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운영하는 안전평가프로그램(IOSA, IATA Operational Safety Audit) 인증이 있다. 우리나라 국적사 중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4개 항공사가 IOSA 인증을 취득했다.

반면 사고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는 에어아시아가 지분 49%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자회사다. 지난 1999년 설립된 아워에어(Awair)가 에어아시아에 인수된 것으로 안전사항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와 취항지에서 감독받는다.

인도네시아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평가하는 항공안전평가(IASA)에서 2등급을 받았다.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는 평가다. 2등급 국가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가나, 니카라과, 바르바도스, 방글라데시, 세인트마틴, 우루과이, 쿠라카오, 인도 등 9개 국가로 이들 국가의 항공사는 미국에 새로운 노선을 개설할 수 없고 미국 항공사들과 코드쉐어 협정도 맺을 수 없다.

인도네시아의 항공사들은 그간 적잖은 사고를 일으켜 왔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07년 유럽연합(EU)은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항공사에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며 블랙리스트에 올려 가맹국 내에서의 운항을 제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도 이에 속한다.

지난 2009년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등 4개사는 운항금지에서 벗어났지만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항공사들은 운항금지 조치를 적용받는 상황이다.

에어아시아가 필리핀 제스트항공을 인수해 설립한 ‘에어아시아 제스트’ 또한 EU블랙리스트에 등재돼 있다. 제스트항공은 지난 2013년 필리핀정부로부터 자격정지 조치를 당한 뒤 에어아시아에 인수됐다.

◆ FSC보다 안전성 낮은 이유

하지만 LCC의 사업모델이 비용을 줄이고 최대한의 효율을 만드는 것인 만큼 구조적인 부분에서 FSC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국내 LCC가 FSC에 비해 안전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요인은 두가지다. 승객당 승무원의 수가 FSC에 비해 적다는 점과 항공편당 평균 운항량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3년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훈련받은 객실승무원이 비상시 기내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최소인력으로 운영하는 LCC의 승무원 수는 승객 150명당 3~4명 수준으로 일반항공사(6~8명)의 절반 수준이다.

항공편당 운항횟수가 높은 것 또한 태생적으로 FSC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요소다. 항공기를 소유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드는 만큼 LCC가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유대수를 최소화하면서 가동률을 최대치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무원의 안전교육 수준은 동일하다. 대한민국 국적항공사 객실승무원은 FSC와 LCC의 구분없이 국토부가 제정한 ‘운항기술기준’에서 명시한 훈련을 받도록 정해져 있다.

안전과 직결되는 기장과 조종사의 경우 일반항공사와 저가항공사 모두 항공법에 따라 근무시간은 물론 휴식시간도 규정돼 있다. 적게 뽑아도 초과근무를 시킬 수가 없다는 얘기다. 24시간내 8시간 이상 비행할 수 없고, 일주일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60시간으로 제한된다.

국내 LCC업체들은 FSC에 비해 이러한 약점들이 존재하지만 국제 규정에 맞춰 정해진 사항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