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화에 담긴 두려움의 요체는 ‘낯선 세계와의 만남’이다. ‘고성장→저성장’의 국면 진입과 함께 펼쳐질 사회경제적인 현상이 과거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양상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익숙한 고성장모델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어 지금 펼쳐진 현실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낯설고 두려울 수밖에 없다. 감축성장·인구변화·재정악화의 날선 삼지창이 한국사회를 어떤 위기에 빠뜨릴까? <세계가 일본된다>는 일본화의 유령이 한국은 물론 전세계를 집어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본을 강타한 복합악재의 도래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 고성장 이후엔 저성장이 자연스런 귀결이다. 표준편차에서 크게 벗어난 궤도일수록 원상복귀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이 와중에 인구악재까지 슬슬 목줄을 죈다. 인구의 질적·양적인 변화가 한국의 성장정체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이다. 전체 인구는 줄고 고령인구의 비율은 늘면서 지속가능성은 떨어지고 복지비용은 갈수록 증가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재정악화를 초래한다. 세출증대·세원감소로 정부의 곳간이 비면 복지파탄은 명약관화다.
‘일본의 창으로 본 세계의 미래’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일본화의 전염 이후 한국의 충격과 여파를 경고한다. 일찌감치 여러권의 미래진단서를 출간한 저자의 경력에서 확인되듯 논리구성과 자료근거는 장시간의 고민결과와 중첩돼 설득적인 메시지로 거듭난다. 무모한 장밋빛 전망이 판치는 미래전망업계와 거리를 두려는 저자의 노력도 신뢰가 간다. 불안과 욕망을 팔기 쉬운 투자업계에서 비관론을 뚝심있게 주장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학문적인 결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은 방대한 통계자료와 근거문서를 제시한다. 다양한 사회과학서적의 인용과 전문적인 통계데이터를 일목요연한 논리주장 속에 묶어낸 건 결코 쉽지 않다. 미래전망서 치고는 우울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안 마련에 충실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워낙 정답이 없는 곤란한 문제제기라 많은 지면을 할애하진 못해도 ‘차별화’로 요약되는 탈출 힌트를 제공한 것도 고무적이다.
과연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어차피 피할 수 없기에 맞닥뜨릴 것을 각오하고 적어도 후폭풍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 안타깝지만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인류역사상 최악의 파도 속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책이 내놓은 해법은 ‘구조개혁’이다. 국가전체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거대한 작업이다. 최근 미국경제가 좋은 것도 사회보험 등 그간 방치했던 개혁과제를 일부나마 시도했기 때문이다. 비록 구조개혁은 곧 고도성장과의 완전한 결별을 뜻하겠지만 별 도리가 없어 보인다. 성장둔화에 걸맞게 새로운 대안모델을 구축하는 비전이 시급하다.
홍성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펴냄 | 1만65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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