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티볼리가 그 존재만으로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 차에 쌍용차의 명운이 걸려있기 때문일 터. 쌍용차는 티볼리 개발에 42개월의 연구기간과 35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건 셈이다.
◆ 존재감 드러낸 출시행사
이런 존재가치를 증명하듯 지난 13일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열린 티볼리 발표행사장에는 내·외신을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이 자리에서 쌍용차측은 ‘동급 최강’이란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티볼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다분히 경쟁모델인 르노삼성의 'QM3'와 한국지엠의 '트랙스'를 겨냥한 발언이며 B세그먼트 SUV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티볼리는 이런 자신감을 증명할 만했다. 대중적이면서도 개성있는 내·외관과 더불어 넓은 적재공간은 눈길을 끌었고 동급차량중 가장 많은 고장력 장판과 7에어백을 적용해 안전성 면에서도 주목받았다.
특히 1635만원부터 시작되는 가격은 ‘동급 최저’로 꼽힌다.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모델을 기준으로 해도 1795만원으로 경쟁모델 트랙스에 비해 150만원 이상 저렴하다.
이러한 티볼리의 낮은 가격에는 모기업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의 숨은 도움이 있다. 아이신 변속기 등 공통으로 사용되는 부품을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함께 대량 구매함으로써 구매 단가를 낮춘 것이다.
◆ 가솔린 선택, 수출용이었나
다만 의문이 가는 부분은 ‘왜 가솔린모델을 먼저 출시했는지’다. 저유가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디젤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오는 6월1일 디젤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디젤모델을 기다리던 국내소비자들은 적잖게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티볼리가 경쟁하는 B세그먼트 SUV시장에서 르노삼성 QM3와 한국지엠 트랙스간 판매량을 비교해 볼 때 티볼리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진다.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18.3㎞/ℓ의 고연비를 앞세운 QM3는 지난해 내수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1만8191대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반면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한 트랙스의 경우 지난해 내수 판매는 1만368대에 그쳤다.
게다가 티볼리에 탑재된 1.6 MPI(간접분사방식) 가솔린엔진은 최고출력 126마력에 최대토크가 16.0㎏·m로 출력 수치상으로는 1.4 가솔린터보엔진을 장착한 트랙스에 미치지 못해 강력한 퍼포먼스를 원하는 국내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디젤 기술력에 강점을 가진 쌍용차가 티볼리 첫 출시 모델로 MPI 가솔린을 선택한 것은 티볼리 판매량이 수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쌍용차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남미 등지는 물론 지난해 수출량을 급증한 중국 등의 신흥시장에서는 아직 경유 품질이 좋지 않아 디젤차가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가솔린 모델 중에서도 GDI 구조에 비해 내구성이 높고 안정적인 MPI방식의 자동차가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높아 시장 수요가 높다. ‘디젤 열풍’이 불었던 유럽의 경우도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 규정으로 인해 가솔린 시장이 다시금 경쟁력을 얻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3월 제네바 모터쇼에 맞춰 유럽 시장에 수출을 개시할 예정이고 본격적인 중국 수출은 4월 상하이 모터쇼에 맞춰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가솔린 출시를 미룰 경우 해외 모터쇼일정에 맞춰 신차를 출시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시급
티볼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쌍용차지만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하나 있다. 평택 공장 굴뚝에서 농성중인 해고노동자의 거취에 대한 선택이다. 이는 곧 티볼리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현재 쌍용차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쌍용차의 선택에 따라 순식간에 뒤집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지난 2013년 454명의 무급휴직자를 복직시켰고 1900여명의 ‘희망퇴직자’에 대해서는 ‘경영정상화에 따라 순차적으로 복직 시킬 것’을 공표했으나 152명의 ‘정리해고자’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 13일 티볼리 발표당시 기자회견에서도 이유일 사장은 “153명의 정리해고노동자는 스스로 정리해고를 선택한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던 쌍용차는 지난 21일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로 불거진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했다. ‘티볼리’와 정리해고자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급증하자 선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마힌드라 회장의 평택공장 방문이 계기가 됐다.
쌍용차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이유일 사장과 김득중 지부장, 김규한 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30여분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평택공장 회의실에서 면담을 하고 3자 대화를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역시 최대 쟁점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선고 때까지 정리해고 무효소송에 참여한 152명을 비롯해 징계해고자와 사내하청 노동자 등 모두 187명의 복직 여부다. 노사는 ▲해고자 복직 ▲손배 가압류 철회 ▲쌍용차 정상화 ▲26명 희생자에 대한 지원대책 등을 4대 의제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무교섭 일자와 주기, 교섭위원등을 별도 협의하기로 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측은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과 최근에 만난 이후 대화 통로가 열렸다"며 "최대한 빨리 논의해서 굴뚝농성자들이 1월 말, 늦어도 설 연휴 이전에 내려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노사 합의를 반겼다. 쌍용차 관계자는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서로 간 합의점을 찾아 4대 의제를 하나씩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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