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통신과 탈(脫)통신 사이에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사업 분야인 통신업에선 업계를 뒤흔들 만한 공격적인 프로그램을 잇달아 출시하며 가입자 쟁탈전에 나선 반면, 성장이 정체된 통신업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탈통신 사업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암초가 곳곳에 널렸다. 파격적인 혜택으로 내놓은 몇몇 프로그램은 업계의 눈총을 사기 일쑤고 올초 탈통신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티켓몬스터 인수는 불발로 끝났다. 통신과 탈통신 사이에 선 LG유플러스의 현 모습이다.
◆프로그램 발표마다 줄줄이 눈총
지난 1월29일 시민사회단체인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O(제로)클럽’과 관련해 TV광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로클럽은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으로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휴대폰 지원금과 고객이 기존에 갖고 있는 중고폰 가격 보상에 추가로 18개월 뒤 휴대폰 반납조건으로 신규폰의 중고가격을 미리 할인 받을 수 있다.
이날 서울YMCA 측은 “LG유플러스가 ‘0’과 ‘제로’라는 텍스트를 강조해 소비자로 하여금 ‘제로클럽’ 상품이 무료라는 이미지를 갖도록 구성했다”면서 “부당한 TV 광고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LG유플러스의 법률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LG유플러스는 즉각 반박했다. "서울YMCA가 제기한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자의적 해석에 의한 억측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회사는 “제로클럽의 광고에서 분명하게 ‘18개월 후 반납조건’을 명시했고 TV광고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적법하게 통과한 광고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의 제로클럽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가 업계 최초로 출시한 이후 KT와 SK텔레콤도 각각 ‘스펀지 제로플랜’, ‘프리클럽’으로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을 내놨다. 하지만 몇달 가지 못해 우회 보조금 등의 ‘편법’ 논란이 일었다. 무리한 마케팅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방통위 등 규제기관에서는 “단말기 반납과 관련한 구체적인 이용조건 등이 명확하게 고지되지 않아 18개월 이후 분쟁 발생 우려가 크다”며 지난 1월14일 중고폰 선보상제와 관련한 이용자의 이익 침해행위에 대한 사실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SK텔레콤은 곧바로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고 KT도 폐지를 발표했다. SK텔레콤은 당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업계 최초로 해당서비스를 시작한 LG유플러스만 홀로 남아 '최후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16일에도 LG유플러스의 독자 행보가 업계의 눈총을 샀다. 고객의 통신요금 부담을 대폭 줄이기 위해 내놓은 ‘위약금 상한제’가 문제가 됐다. 위약금 상한제는 출시한 지 15개월이 지난 휴대폰을 구매한 고객이 약정기간 내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해지할 경우 약정 해지 시점과 관계없이 위약금으로 휴대폰 출고가의 50%까지만 내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LG유플러스는 위약금 제도 변경에 따른 전산 시스템 개발 및 현장 교육 등의 준비기간을 감안해 2월 중으로 위약금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반겼다. 최대 바람은 ‘출고가 인하’에 있지만 위약금 상한제라도 나와서 다행이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반면 업계 안팎에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쟁사 SK텔레콤과 KT는 이전의 중고폰 선보상제처럼 경쟁을 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해당 프로그램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취지를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이어졌다. 단통법 시행 이후 불법 보조금 경쟁을 줄여 ‘폰테크족’(보조금을 받고 이익을 남겨 휴대폰을 되파는 가입자)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위약금 상한제 시행 후 폰테크가 다시 판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논란의 시초가 된 LG유플러스는 앞으로도 계속 이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후 고객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앞으로도 위약금 상한제와 같이 고객 요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탈통신 가속화한다더니… 티몬 인수 ‘불참’
LG유플러스의 파격적인 행보는 통신 분야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올 초 LG유플러스는 티켓몬스터가 운영하는 소셜커머스 티몬의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돼 한달간의 실사에 들어간 바 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11번가의 사례를 들어 LG유플러스와 티몬 간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내부에서도 기대가 컸다. 김영섭 LG유플러스 부사장(CFO)은 지난 1월23일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커머셜 분야가 그 자체만으로도 유망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서 “통신업과의 결합을 통해 양쪽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부사장은 티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지만 “기회가 있으면 M&A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불과 5일 만에 ‘티몬 인수 철수’로 돌아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28일 “티몬 매각 공개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티몬의 높아진 몸값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배경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티몬의 시장평가가 현재 1조5000억~2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분 50% 이상을 매입하려면 1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 여기에 CJ오쇼핑도 티몬 인수에 나서면서 대기업 간 입찰경쟁이 심화돼 몸값이 더 뛸 수 있다는 가능성도 LG유플러스의 발 빼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티몬 인수는 불발로 끝이 났지만 LG유플러스의 탈통신 항해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가입자 경쟁에 매몰돼 성장이 정체된 통신업에서 그치지 않고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올 한해를 '새로운 세상에서의 뉴 라이프 크리에이터(New Life Creator) 원년'으로 선언하고 “새로운 환경과 시장에 직면해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선도해 나가자”고 말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당시 기묘한 계략을 써서 승리한다는 뜻의 ‘출기제승’(出奇制勝) 정신으로 세계 변화를 선도하자고 얘기했다. LG유플러스의 '기묘한 계략',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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