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고차 허위·낚시 매물에 대한 취재를 위해 단 한곳에 전화를 한 후 기자에게 벌어진 일이다. 당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취재가 ‘일주일’ 동안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 넘쳐나는 중고차 사이트 “무조건 와 봐라”
지난 1월19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고차 허위·낚시 매물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검색창에 ‘중고차’라는 단어를 치자 수많은 사이트와 블로그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왕이면 규모와 명성을 갖춘 전문 사이트가 낫겠다 싶어 검색창을 면밀히 살폈다.
이어 중고차 매매와 관련해 자세한 정보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뉴스를 검색하던 찰나, 한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우측에 ‘중고차000’라는 사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언론사에 광고까지 걸릴 정도면 어느 정도 믿을 수 있겠다 싶어 곧바로 사이트에 접속했다.
사이트로 들어서자 갖가지 차량 사진과 가격 그리고 우수 추천 매니저들의 사진이 홈페이지를 빼곡히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홈페이지 한켠에는 ‘차값이 미쳤어요’, ‘오늘의 중고차’ 등의 문구와 함께 너무나 저렴한 중고차 가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미 취재를 위해 특정 차량의 신차가격과 중고차 시세 등을 조사해 놨기에 이와 같은 차량을 검색했다. 대상 차량 모델은 ‘2014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차’로 선정된 ‘인피니티 Q50 2.2d’.
검색창에 인피니티 Q50을 검색하자 총 6건의 중고차 매물이 검색됐다. 가격은 600만~2300만원까지 다양했다. 이 중 중간 가격인 12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는 인피니티 Q50 2.2d 프리미엄을 고르고 적혀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를 받는 앳된 목소리의 여성. 사이트를 보고 전화를 했다고 하자 00모터스 딜러 양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차량 번호를 물어왔다. 차량번호를 불러주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이라며 워낙 인기가 좋은 매물이니까 빨리 와서 차량을 보라고 권유했다.
우선 차량 가격이 기자가 조사한 바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어 사실 여부와 기타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는지 그리고 사고 유무를 물었다. 곧바로 대답하는 여성. “100% 무사고 차량이고요, 전혀 들어가는 비용 없이 사이트에 올라온 딱 1200만원입니다. 저희가 경매를 통해서 운 좋게 싸게 잡은 물건이에요.”
◆ 전화통에 불… 마비된 '업무', 무너진 '멘탈'
취재를 위해 방문 날짜를 잡았다. 방문일시는 돌아오는 주말인 1월24일 오후 3시. 이제 방문해 현장에서 차량을 보기만 하면 취재가 끝일 거라는 생각을 한 기자의 시련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20일 오전 10시. 방문 시간을 되물으며, 변경사항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했다는 이 여성은 이날만 총 3차례 전화를 걸어 왔다. 다음날과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업무를 제대로 볼 수가 없을 정도. 인터뷰 취재 도중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못하자 다른 번호로 바꿔가며 전화를 걸기도 했다. 참다못해 “이게 무슨 경우냐”고 화를 내자 이 여성은 “죄송하다. 차량이 판매될 것 같아 급한 마음에 전화를 했다. 차를 잡고 있을 테니 주말에 꼭 와달라”고 말했다.
이윽고 차량을 보러 가기로 약속한 24일 토요일. 해당 물건이 있다는 부천 자동차 매매단지에 도착해 전화를 걸자 여자가 아닌 젊은 남성 2명이 마중을 나왔다. 이들 남성은 자신들이 차량 거래를 담당하게 될 딜러라고 설명했다. 그리곤 해당 차량이 인천 매매단지에 있다며 타고 온 차량을 주차하라고 한다. 2층 주차구역에 주차를 한 후 허름한 차량에 옮겨 타 인천 매매단지로 향하려던 찰나, 중고차 사무실은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커피도 한잔 마실 겸 사무실 구경을 시켜달라고 말하고 사무실을 들렀다.
◆ 상도의 없는 그들… '모든 게 거짓'
사무실로 들어선 순간 기자가 알고 있던 중고차 사무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차라리 콜센터 같은 분위기였다. 칸막이 사이사이에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사람들. 30여명 쯤 돼 보이는 이들 중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차를 소개시켜주기로 배정됐다는 남성 딜러에게 여기는 뭐하는 곳인지를 물었다. 이 남성은 약간 머뭇거리더니 “사실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자동차 사진이랑 매물을 올리고 전화 통화로 고객들에게 차량을 설명해 주는 일을 한다”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차량을 타고 딜러 2명에게 에워싸인 채(?) 인천 매매단지로 출발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너무나 많았다. 톨게이트도 요금을 안내고 하이패스차선을 이용해 통과한 이들 딜러는 20여분이 걸려 매매단지에 도착하자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어리둥절했다.
이들은 기자가 인터넷에서 봤던 Q50 2.2d 프리미엄 인피니티 매물을 어렵게 찾아냈다. 차량은 큰 문제없이 깨끗해 보였다. 가격 1200만원이 맞는지 재차 물었고 “당연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곤 이어지는 차량에 대한 극찬. 한도 끝도 없는 설명을 마치고 이들 딜러가 꺼내놓는 말이 가관이다. “1200만원을 주시고 지금 가져가시면 되고요. 할부가 남았는데 그건 매달 조금씩 내시면 됩니다.”
“예?, 할부 남은 거 없다고 했잖아요. 남은 할부가 얼만데요”라고 기자가 되묻자, 젊은 딜러는 담배를 꺼내 물더니 “이 차가 얼마 짜린데 할부가 없겠어요. 수입차는 다 할부금 내야해요. 그래도 이거는 싼 거예요. 3400만원 남았네요”라고 답했다.
상황을 정리해 보니 1200만원을 내고 3400만원은 할부계약을 체결하라는 이야기였다. 어이가 없어 신차가격이 4350만~4890만원이라고 상기시키자 이 딜러들은 차량 가격조차 모르고 있었다. 더 이상 물어볼 것도 궁금할 것도 없어 “생각보다 너무 비싸 생각 좀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꺼내자, 이때부터 "500만원을 깍아주겠다", "다른 차도 많다"는 등 회유와 감언이설로 기자를 꼬드겼다.
겨우 딜러들과 헤어지고 난 후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를 찾아가 이번 취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중고차시장이 너무 변질됐다. 특히 부천 쪽이 심하긴 한데 정말 질이 안 좋은 곳에 걸린 것 같다”며 “요즘 취직이 안 되는 것을 미끼로 젊은 친구들을 이용해 인터넷에 허위·미끼 매물을 올려놓고 기자가 당한 것처럼 장난질을 많이 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격이 싸다는 사이트나 딜러의 말만 믿고 중고차시장을 찾아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온라인은 참고만 할 뿐 시세를 참조해 직접 발로 뛰면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차를 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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