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책은 많았다. 하지만 그 어느 책도 당시 위기의 진면목과 본질을 파고들지는 못했다. 마이클 돕스의 <0시 1분전>(One Minute to Midnight)은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해 그간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새로운 역사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매우 심층적이고 다각도로 위기의 핵심을 꿰뚫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이 책은 ‘0시’ 같은 위험한 파국의 상황은 미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찾아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새삼스럽게 해묵은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를 우리가 다시금 살펴봐야 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충분히 반면교사 삼을 만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세계 최강대국 미국조차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큰 오류에 빠졌으며 아직도 그 오류 안에 있다는 점에서 보듯 위기의 순간을 예측하고 이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미국은 쿠바 위기를 통해 확인된 정보의 혼선과 의사결정의 난맥상을 성찰하지 않았다. 이 점은 미국이 이후의 위기관리에서 계속 실패하는 원인이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 전쟁이다. 미국은 케네디가 쿠바 검역을 했듯이 북베트남에 대해 공군력을 바탕으로 압박을 가하고 한편으로는 대화를 시도했다. 바로 쿠바 미사일 사태에서 얻은 ‘유연 대응’과 ‘통제된 확전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이는 미국의 하버드대에서 흔히 가르치는 게임이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북베트남 지도부는 게임이론과 같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소련 서기장 흐루쇼프가 쿠바사태에서 그렇게 하지 않은 것과 같았지만 미국 지도부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베트남전에서 북베트남전의 지도부는 소련과 달리 확전으로 치달았고 결국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만약 흐루쇼프의 쿠바 결정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했다면 베트남전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이러한 베트남전의 오류는 지난 2002년 10월 이라크 전쟁을 선언한 조지 W. 부시의 발언에서도 등장한다. 그는 지난 1962년 10월22일 케네디의 대국민 연설을 인용하며 핵전쟁을 막기 위한 무력 의존을 칭송했다. 결국 그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이성적·합리적으로 추측하고 예측하며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이 한편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전기, 전략 병법서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는 진실과 본질을 알기 위한 정보가 제대로 취합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것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합리적 정보중심주의를 넘어서 상황적 맥락에 따른 의사결정자의 신중한 선택이 매우 중요함을 일깨운다. 위기 상황은 매우 복합적이고 우연적이며 비예측적이면서 비합리적인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라는 점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마이클 돕스 지음 | 모던타임스 펴냄 | 3만3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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