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추진 과정에서 보듯 중국은 G2의 지위를 넘어 그 이상을 바라보는 듯하다. 이처럼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문화적인 선진국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중국의 현재보다는 과거의 유적을 보거나 자연환경 때문에 관광 목적지로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넓은 땅과 많은 인구, 그리고 자연 지형이나 건물과 성곽 등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장대한 스케일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은 지적인 만족감을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인문기행>은 왜 우리가 중국을 방문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우선 한문학을 전공하거나 기본소양을 갖춘 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책이 될 수 있다. 글로만 접하던 이백, 두보, 소식 등이 머물거나 활동했던 곳을 직접 방문한다는 것은 오랜 소망이 실현되듯이 가슴 벅찰 것이다. 유명한 문인들이 실제 존재했던 공간을 직접 거닐 수 있기 때문에 상상했던 광경이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지극한 즐거움을 줄 만하다. 백제성에 올라 이백의 ‘조발백제성’을, 악양루에 올라서는 두보의 ‘등악양루’를, 석종산에서는 소식의 ‘석종산기’를 음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관련 전공자나 소양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연으로 대변되는 공간은 인간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자연 그 자체로만 존재할 때는 그것이 갖고 있는 의미와 깨달음이 배가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인간과 결합해 그들의 사유와 활동의 흔적이나 유산을 대할 때 그 자연환경이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 책에는 일반인이 쉽게 갈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을 방문하고 문학과 역사 그리고 사유를 결합한다.
저자는 강서성 구강, 남창, 경덕진 그리고 안휘성의 황산에서 강소성 남경에 이르는 곳을 두루두루 그리고 세밀하게 살핀다. 앞에서 언급한 ‘특별’하다는 것은 고급과는 좀 다른 의미다. 인문학적 지식이나 소양이 있는 사람들만이 골라서 탐방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인문은 문학과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그것에서 사유하는 것을 말한다. 공간은 역사를 품고 있고, 그 역사를 꾸린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공간을 읽어내고 사유하는 힘은 단지 과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열어가는 데 중요한 일깨움을 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위인이나 인사들은 모두 과거 속에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이라는 점에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그들은 질풍노도와 혼돈의 세월 속에서 문화적이고 인문적인 이상사회를 꿈꿨다. 상처받고 고통받은 자신의 심신을 여러 공간에 머물면서 치유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꿈을 유지하고 그것을 실현하려고 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사이에 놓여있는 것은 그들이나 지금의 현대인이나 매한가지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만큼 심신이 피폐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심신이 상처로 얼룩져 있기 때문에 이를 치유하려고 여행을 떠난다. 이제 여행은 단지 즐거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힐링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일상을 벗어난 낯선 공간에서 삶의 희망과 꿈을 찾고자 한다. 여행과 인문학의 묘미를 중국이라는 공간에 맛깔나게 버무린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훌쩍 그곳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송재소 지음 | 창비 펴냄 | 1만8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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