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진 은행들이 ‘펀드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은행들의 예·적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통해 고객 이탈을 막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이자이익에 치중하면서 은행 본연의 업무가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와이든 이벤트.

◆펀드로 쏠리는 금융소비자 관심
1%대 초저금리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행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대마진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1분기 은행들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이 1.94%로 전분기 대비 약 0.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난 3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 하락 추세는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권 정기예금 이탈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한국은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기예금 수신 잔액은 지난 1~2월 두달 동안 12조5000억원이나 감소했다. 반면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나 신종펀드, 채권형 펀드에는 각각 17조4000억원, 5조6000억원, 4조6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최근에는 코스피가 2100선을 넘어 상승세를 보이면서 투자처를 찾기 위해 은행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코스피가 박스권을 넘어 상승 동력을 얻기 시작하면서 은행 창구에서 펀드상품을 문의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 것.

금융권 관계자는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서면서부터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금리인하가 거듭되면서 예금 상품으로는 사실상 이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펀드를 향한 관심이 덩달아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펀드 목표달성 자동환매 서비스.

◆펀드 판매에 팔 걷어붙인 은행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도 펀드 판매 등을 통해 수수료를 챙기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수수료 수익을 확대해 예대마진 감소 등으로 드러난 빈 공간을 채워 넣겠다는 일종의 생존전략 카드를 꺼낸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고객이 지정한 목표수익률 달성 시 펀드를 자동으로 환매해주는 ‘펀드 목표달성 자동환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서비스는 펀드 수익률이 목표수익률에 도달할 경우 고객 내점 없이 자동 환매해 연결계좌로 입금해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펀드 사후관리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1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올셋(Allset) 펀드는 70여일 만에 1000억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오는 6월 말까지는 5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문형 펀드상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이 상품은 지난달 말 기준 총 92개 펀드에서 2700억원가량을 끌어 모았다.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 차례 최소 25억원씩 자금을 모집한 셈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하는 등 기존 상품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오는 5월29일까지 첫 펀드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60인치 최신 삼성 와이드 TV’를 지급한다. 또한 4월 말까지 ‘이스트스프링 다이나믹재팬 펀드’에 1000만원 이상 가입하는 고객 전원에게 고급 텀블러 등 사은품을 제공한다.

SC은행 관계자는 “1%대 초저금리시대를 감안할 때 현명한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글로벌시장으로 투자시야를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런 맥락으로 고객에게 글로벌 투자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신성장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마이다스 신성장기업포커스 펀드’를 지난 4월15일부터 판매 개시했다. 이 상품은 신기술과 관련해 앞으로 성장 산업에 속한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이익 또는 점유율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 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기업 등을 선별해 투자한다. 이 펀드는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대구은행, KEB외환은행, 하나은행 등의 은행을 통해서도 가입할 수 있다.


NH농협은행 올셋펀드.

◆수수료 떼기에 몰두… 부작용 우려
이처럼 은행들이 펀드 판매에 집중하면서 일각에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정체성 없이 다른 시장 상품의 ‘수수료 떼기’에 집중하면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주장이다.

10여년 전에도 은행들은 수익처 다변화를 내세우며 새로운 펀드 등 판매 수수료가 짭짤한 상품 판매를 앞다퉈 늘린 바 있다. 당시 예금·대출 상품보다 수수료를 받고 판매하는 상품수가 전체의 80%가량이나 됐다.

은행들의 판매경쟁이 심화되면서 부작용은 금방 드러났다. 금융상품의 특성이나 정보를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파는 ‘불완전 판매’가 암암리에 이뤄졌다. 결국 투자손실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펀드 판매가 늘고 있지만 질적인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들이 고유 상품의 경쟁력을 잃고 상대적으로 수익이 많이 발생하는 펀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은행의 주된 수익원이 펀드 판매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펀드를 팔 때의 정보만 알고 이후에는 관리를 도외시 하는 은행들도 있다”며 “이처럼 상품의 수수료 떼기에 몰두하는 게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