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900원선이 붕괴되며 7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은 가운데 국내 수출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수출규모 감소가 가시화돼 나타나고 있고 전자, 조선 업계 등도 엔저(円低)를 발판삼아 낮아진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치고 올라오는 일본 경쟁기업들 앞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반면 일본 수출업계는 전자부품 업계 수주액이 사상 첫 5조엔을 돌파하는 등 6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23일 오전 9시1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6시 뉴욕시장 대비 3.37원 오른 903.70원을 기록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개장 전 900원선 밑까지 저점을 낮췄다. 오전 8시22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9.67원이었다.
원·엔 재정환율이 900원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2월 28일(889.23원)이후 7년 2개월 여 만이다.
이처럼 원·엔 환율이 900원선 밑으로 떨어지는 데는 일본의 확장적 경기부양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영향과 최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간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매출구조에서 수출비중이 높은 일본 대기업은 엔저의 영향으로 실적 개선을 거두고 있고, 영업이익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엔화 약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출업종은 자동차·전자기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 수출 산업인 전자부품 업계는 엔저 훈풍에 힘입어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수주액이 대형 6개사 기준으로 사상 첫 5조엔을 돌파했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증대를 견인한 것은 대미 자동차 수출과 베트남·중국 등지로의 반도체 부품 수출이었다.
자동차 업계도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도요타와 스즈키·마쓰다·미쓰비시·후지중공업 등 일본 주요 자동차 업체 5곳은 지난해 4~12월 영업이익이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2014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전체로도 기록적인 실적개선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도요타의 2014 회계연도의 총매출은 27조538억엔(약 247조원), 영업이익은 2조2220억엔(약 20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수출기업 사이에서는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지난 1분기 수출량이 급감한 것.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내 완성차업체는 73만5635대를 수출하면서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한 28만4622대를 수출했으며, 기아차도 29만631대를 수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줄어들었다. 한국GM의 수출량은 14.3%가 감소한 10만9864대에 그쳤고, 쌍용차는 무려 40.7% 급감한 1만1658대에 머물렀다.
또한 국내 수출 기업 10곳 가운데 3곳 이상이 원·엔 환율의 변동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6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국내의 수출 기업 453개(대기업 126곳, 중소·중견기업 327곳)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 중 32.2%가 원·엔 환율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평균 900원대까지 떨어지면 연평균 총수출이 8.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일본과 우리 기업의 수출 경합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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