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사양의 자동차를 타고 외국의 아름다운 해안도로나 도심을 달린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순간. 눈을 떠 현실로 돌아오면 이것이 쉽지 않음을 직감한다. 시간과 비용 등 너무나 많은 제약이 따라붙기 때문. 아쉽다고? 온전하진 않지만 이 같은 체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모니터를 통한 가상 체험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기술 및 정보통신의 발달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연계되면서 디지털 체험이 소비자의 '드라이빙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 주역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디지털 체험 전시공간인 ‘현대모터스튜디오 디지털’이다.


디지털 스튜디오로 불리는 그곳을 지난 4월20일 방문했다. 위치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센터 프라자 주 동선에 위치해 지리가 복잡한 코엑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테리어는 자동차 체험관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심플하고 모던한 분위기다. 규모가 198.16㎡(약 60평)에 불과해 흡사 의류나 구두 혹은 가방 등을 파는 패션매장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2만여 라인업 취향대로 마음껏
디지털 스튜디오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고객과의 접점 때문이다. 김현 현대차 디지털전략팀 부장은 “차종이나 옵션은 다양해지는데 이런 차종을 전부 소개하려면 공간의 제약이 뒤따른다”며 "유동인구가 많고 공간의 제약이 있는 장소에서 문제를 극복하고 고객 수요를 충족시킬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이곳"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 모델은 승용·RV만도 20개가 넘는다. 각각의 모델마다 다양한 선택사양(색상, 내장재, 편의장비 옵션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에서 판매하는 전체 라인업은 최소 2만6700개에 달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 라인업을 다 소개할 만한 공간이 있을까. 불가능하다. 하지만 디지털 스튜디오에서는 가능하다.


체험관에 들어서니 가로 6.2m, 세로 2.6m의 대형 스크린과 개인형 터치 모니터 앞에 의자가 놓여 있다. 이미 이곳을 방문한 50대로 보이는 남성 두명이 모니터를 보며 직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들 남성은 모니터를 손으로 조작하며 대형 스크린에 나타나는 차량을 보며 신기한 듯 반응했고, 직원들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이들에게 설명했다.

김 부장은 “이곳은 전시관이나 체험관처럼 방대하고 딱딱하지 않고 분위기가 편안해 방문객의 반응이 좋다”며 “고객이 마음 놓고 들어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내 이들이 체험을 마치고 떠난 자리를 꿰차고 체험을 시작했다. 직원이 다가와 터치 모니터 조작과 차량의 제원 등을 설명했고, 안내에 따라 모니터를 터치했다. 대형 스크린에는 내 손의 움직임을 따라 화면이 작동했다. 간단하고 편리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보였다. 직원의 친절한 설명이 내가 선택한 모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기자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은 것은 실제 차량 모델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 영상이었다. 내가 원하는 차량 모델을 선택하면 눈앞 스크린에 실제 크기의 차량이 등장한다. 이어 색상을 자유롭게 적용하면서 원하는 색깔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좌우, 위아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차량의 전후방과 측면 그리고 천장 등의 이미지가 실제 모습으로 스크린에 나타난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실시간으로 방문객의 선택에 맞춰 실제 차량의 이미지를 대형 스크린에서 구현시킨다”며 “방문객이 스스로 모든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배경에 엔진소리까지 '똑같이'
이후 직접 선택한 자동차 모델에 장착할 엔진을 선택하자 어디선가 '부르릉' 시동이 켜진다. 실제 차량의 엔진 소리를 원음 그대로 녹음해 천장에 달린 24개 스피커를 통해 들려주는 것이다. 모니터 속 실제 크기의 이미지와 어우러진 웅장한 엔진 소리가 실제 차량을 보는 것 못잖은 재미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한가지 더. 내가 선택한 차량이 주행 중에는 어떻게 비칠까. 가상이기는 하지만 스크린을 통해 차를 운전할 수 있다. 호주의 해안도로를 달려볼 수도 있고 도심 주행을 할 수도 있다. 차 방향에 따라 배경도 변하고 엔진 소리마저 똑같이 들린다.

이런 일련의 체험을 거치고 나면 모니터에는 차량의 제원부터 가격 그리고 성능이 표시된다. 이 표는 내 스마트폰이나 이메일로 전송이 가능하고 현장에서 보기 좋은 제원표로 인쇄돼 내 손에 쥐어진다.

김 부장은 “디지털 스튜디오는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선택의 질을 높여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소비자의 차량 구매 방식이 바뀌어 정보는 온라인에서, 구매는 현장을 통해 이뤄진다”며 “이러한 흐름과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개발하고 오픈한 디지털 스튜디오를 통해 고객들은 선택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