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약재인 백수오를 원료로 갱년기 여성들에게 좋다는 건강식품을 만들어 대박을 친 회사가 있다. 주인공은 내츄럴엔도텍. 이 회사가 만든 ‘백수오 제품’은 홈쇼핑 판매를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매출 증가세는 놀라운 수준. 지난 2012년 216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2013년 841억원에서 지난해는 1240억원으로 성장했다. 수많은 벤처기업 중 하나였던 내츄럴엔도텍은 순식간에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 잘나가던 내츄럴엔도텍은 최근 ‘가짜 백수오’ 논란에 휘말리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제품은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가짜’라는 소비자 항의가 빗발치면서 유통업체들이 저마다 제품을 수거하고 나선 것이다. 가장 큰 판매통로였던 홈쇼핑 역시 백수오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회사 측은 조만간 앞으로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논란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시중에 판매되는 백수오 제품의 90%가 가짜,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라는 성분을 사용했다.”(한국소비자원)
“100% 진품 백수오만 사용했다. 전량을 백수오 농가에서 구매해 이엽우피소를 쓸 이유가 없다.” (내츄럴엔도텍)
◆내츄럴엔도텍의 새빨간 거·짓·말

‘가짜 백수오’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한국소비자원의 승리로 끝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내츄럴엔도텍이 보관 중인 백수오 원료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힌 것.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3월26일과 27일 입고된 백수오 원료를 각각 수거해 검사한 결과 모두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이 중 입고일자가 3월26일자인 백수오 원료는 소비자원이 검사한 백수오 원료의 입고일자와 동일하다. 단 식약처가 지난 2월 검사해 이엽우피소가 혼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한 백수오 원료는 입고일자가 지난해 12월17일자로 입고일이 다른 원료는 재배농가, 재배지 등이 다를 수 있어 동일한 원료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내츄럴엔도텍 측은 식약처의 2월 검사결과를 증거로 들어 “자사가 100% 백수오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처의 재검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행정처분은 물론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폐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22일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32개 중 상당수가 가짜이며 이 중 업계 1위인 내츄럴엔도텍 제품도 포함돼 있다’고 발표한 데서 촉발됐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32개 백수오 제품 중 실제 백수오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한밭식품, 건우, 감사드림에서 만든 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2개 제품은 식품 사용이 금지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만을 원료로 사용했고 9개 제품은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섞어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내츄럴엔도텍이 소비자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고소를 제기하면서 양측의 싸움은 끝 모를 진실공방으로 치달았다. 그 사이에서 ‘백수오’를 믿고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가짜 후폭풍… ‘불똥 튈라’ 가시방석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 ‘가짜 백수오’가 낳은 후폭풍은 상당하다. 먼저 미공개 내부정보 이용의혹이다. 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의 원료를 수거해 간 직후 이 회사 임원이 주식 1만주, 7억원어치를 장내 매도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지난달 22일과 23일에도 회사 간부 3명이 2만5500주를 매도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일상적인 주식매매 거래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발표 전에 공매도가 급격히 늘면서 정보유출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 소비자원의 발표가 있기 8일 전 하루에만 공매도량이 8만6336주로 당일 내츄럴엔도텍 전체 거래량의 23.57%에 달했다.

피해는 엉뚱하게 투자자에게 돌아간 셈이다. 코스닥 대표주였던 내츄럴엔도텍은 가짜 논란 10일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났고 시가총액이 8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4월30일 현재까지도 주가하락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홈쇼핑 등 유통업체도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이다. 특히 백수오를 ‘히트상품’으로 광고하며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던 일부 업체들은 신뢰가 추락한 것은 물론 환불 요구라는 큰 장애물과 맞닥뜨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츄럴엔도택의 지난해 백수오 매출은 1240억원. 이 가운데 약 80%에 달하는 940억원이 홈쇼핑을 통해 판매됐고 일부 업체의 경우에는 한해 매출액이 300억원에 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5월은 특히 건강기능식품시장이 대목을 누리는 가정의 달인데 이 사건이 건강식품 전체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마케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소비자의 눈치를 보면서 백수오 후폭풍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짜 백수오 파문’은 식약처의 발표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백수오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식지 않을 전망이다.

백수오 vs 이엽우피소, 뭐가 다를까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외관상 형태는 유사하지만 기원식물과 주요성분 등이 다르다. 백수오는 한반도 자생식물인 은조롱의 뿌리로 우리 고유의 한약재다.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찾는 사람이 늘자 지난 2011년부터 농가들이 재배를 시작했다.
반면 이엽우피소는 식약처에서 식품원료로 사용을 금지하는 작물이다. 간독성, 신경쇠약, 체중감소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다. 이엽우피소는 재배기간이 1년으로 2~3년인 백수오에 비해 빨리 자라고 가격도 백수오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