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통신 3사가 숨 가쁜 '한달'을 보냈다. KT를 시작으로 LG유플러스, SK텔레콤 순으로 요금제의 축이 음성에서 데이터로 완전히 뒤바뀌기까지 불과 12일이 걸렸고, 이후 LG유플러스가 두번째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수정해 재출시하면서 한달여간 출시에 출시가 이어졌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이통3사의 경쟁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종 승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대한 불만을 누가 잠재우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가계통신비 절감에 효과를 낼 것’이란 반응도 있지만 이면에 ‘조삼모사’(朝三暮四)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2일 기준. 현재 KT와 LG유플러스가 요금제 전 구간에서 유무선 음성 무제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최초’와 ‘최고’, 5월의 신경전
지난달 8일 KT가 업계 최초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며 통신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요금제와 상관없이 음성(무선)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무한 제공하고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인 것. 이와 함께 요금제의 최저기준을 2만원대로 낮춰 국내 최초로 2만원대 요금제를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계통신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통신요금인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도 남달랐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 같은 요금제를 언제 출시할 것이냐는 성화에 시달렸다.


이렇게 KT는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선점했다. 그러나 축포는 오래가지 못했다. KT 측은 경쟁사가 최대한 뒤늦게 유사요금제를 출시하기 바랐지만 LG유플러스(5월 15일)에 이어 SK텔레콤(5월 20일)까지 최초(8일)로부터 불과 12일 만에 새로운 요금제를 내놨다.

최초 효과를 오롯이 누리지 못한 채 경쟁사의 반격이 시작된 것. 골자는 KT와 유사했지만 LG유플러스는 업계 최저 3만원대 요금제와 모바일TV에 초점을, SK텔레콤은 유무선 무제한 제공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웠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장 뒤늦게 요금제를 출시한 SK텔레콤이 혜택을 누렸다. LG유플러스는 무선통화만, KT는 5만원대 이상 요금제에서 무선에 유선까지 무제한 제공키로 한 반면 SK텔레콤은 모든 요금 구간에서 유무선 통화의 무료화를 공표했다. 또 SK텔레콤의 중저가 요금제(2만원대 제외)는 경쟁사보다 1000~2000원가량 비쌌지만 데이터 제공량이 0.2~0.5GB(205~512MB) 많다는 점도 ‘업계 최대 수준의 데이터 제공’이란 장점으로 받아들여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도 ‘최초’보다 ‘최고’에 더 열광했다. KT는 4일 만에 10만 가입자를 돌파했지만 SK텔레콤은 출시 첫날 15만명을 돌파했다. 유무선 통화에 데이터 제공량까지 ‘업계 최대’ 구성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재출시를 감행했다. 지난달 28일 기존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음성과 데이터의 제한을 푼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한 것. 뉴 음성무한 데이터 요금제는 최저 2만원대부터 전 요금제에 걸쳐 유무선통화 무제한서비스를 제공하고, 업계 최다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KT 역시 1일 무선통화에 이어 유선까지 무제한 서비스를 확대키로 했다. 기존 599요금제 이상부터 유무선 무제한서비스를 실시한 것에서 가장 낮은 요금제인 299부터도 유무선 음성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기존에 ‘데이터 선택 요금제’ 가입한 고객들도 별도 요금제 변경 없이 유무선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KT와 SK텔레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함께 데이터 사용을 위한 신개념의 상품도 각각 출시했다. KT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1일 3시간)에 데이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마이 타임 플랜'을, SK텔레콤은 하루 6시간 동안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밴드 타임 프리'를 출시했다. 
 
◆데이터 폭탄, 기존혜택 축소 ‘주의’

이렇듯 이통3사가 각기 다른 요금제를 출시하고 서비스의 장점을 내세우자 소비자들은 요금제 가입(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음성통화가 공짜라는 점에 이끌려 요금제 가입을 알아보다가 상세내용을 접하고는 기존 요금제가 낫다며 발을 빼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 중 SK텔레콤은 ‘온가족할인’으로 최대 50% 할인혜택을 본 장기 가입자들의 날선 비판에 부딪혔다. 가족가입연수 합이 30년 이상이면 최대 50% 기본요금을 할인해주는 온가족할인의 할인율을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만 최대 30%로 하향 조정한 것.

SK텔레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할인이 미리 반영된 실 납부금액을 기준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이미 25% 할인된 가격으로 출시된 것”이라며 “할인혜택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온가족할인 가입자 A씨는 “이통사 멋대로 할인을 해석하고 있다”며 “기존 온가족할인 가입자들은 중복할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온가족할인을 받는 대신 약정할인을 받지 않았다. 이번에 선할인이라는 이유로 할인율을 낮춘 것은 이통사의 말놀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통3사 공통적으로는 최저요금제인 299요금제의 기본제공 데이터가 300MB에 불과하다는 점이 비판대상에 올랐다. 30분짜리 동영상 한편을 보는 데만 약 300MB의 데이터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저 요금제에서 추가혜택으로 제공중인 '모바일TV서비스'(VOD 무제한 이용권)가 '데이터 폭탄'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데이터와 와이파이의 구분이 어려운 중장년층 이상의 경우 모바일TV 시청만으로 추가 데이터 요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단, LG유플러스는 이번에 재출시한 뉴 음성무한 요금제에서 HDTV시청을 위한 비디오 전용 데이터를 299요금제 등 중저가 요금제에서도 별도 제공, "요금 폭탄 우려를 해소했다"고 전했다. 

‘2만원대 요금제’라는 표현에도 비판이 따랐다. 3사 모두 최저 2만원대 요금제라고 홍보했지만 정확하게는 2만9900원으로 사실상 3만원에 가깝고 부가세(10%)를 포함하면 실납부 금액은 3만2890원이다. 이에 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는 “부가세를 포함한 요금제로 명칭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며 “통신사뿐 아니라 정부 당국에서 강제해야 할 일”이라고 일침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