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질주'가 예사롭지 않다. 아모레퍼시픽호를 지휘한 지 25년여 만에 국내 '재계 2위 부자'에 이름을 올린 것도 그렇거니와 세계 부호들 사이에선 '주식자산증가율 2위'에 랭크됐다.

최근 재벌닷컴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에 따르면 서 회장의 주식 가치 평가액은 연초 55억달러(한화 6조741억원)에서 지난 5월18일 기준 106억3000만달러(11조5378억원)로 93.27% 늘었다. 이는 홍콩 출신 부동산 재벌인 팬 쑤퉁 골드인파이낸셜홀딩스 회장에 이은 주식 자산 증가율 세계 2위 수준.


서 회장은 연초부터 매월 주식 평가액이 1조원씩 불어나 올초 185위이던 세계 부호 순위도 122위(연초 대비 63계단 상승)가 됐다. 특히 세계 주식 자산 순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앞지른 데 이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의 순위 격차도 연초 75계단에서 8계단으로 바짝 좁혔다. 이 회장과의 주식 자산 차이도 6억5000만달러(한화 약 7000억원)에 불과하다.

서 회장의 상승세는 지난 5월8일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가 액면분할(5000원→500원)하면서 약 3조원의 주식 자산이 늘어난 게 컸다. 여기에 지난해 말 사상 첫 4조원대의 매출을 달성하며 주식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주목받은 영향도 적지 않다.

◆18년간 주가 120배로… 명품 브랜드 우뚝

서 회장이 국내·외를 통틀어 '핫 기업인'으로 평가받는 데는 주식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영향력이 큰 것과 관련깊다. 실제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 1990년대 후반에만 해도 2만~3만원 안팎이었지만 18년이 지난 지금 주당 400만원을 넘어서는 등 한국 주식시장을 상징하는 종목이 됐다. 18년 사이 주당 가격만 120배가량 뛰어 오른 셈.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재계순위(자산 기준)에서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45위로 비교적 낮은 단계에 속하지만,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재계 5위'(5월21일 종가 기준·24조6987억원)'로 상위권에 위치한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그룹

주가뿐만 아니라 실적수치도 매년 상승곡선을 그린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3년보다 21% 증가한 4조7199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매출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립 70년 만에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0.3% 늘어난 6591억원을 올렸다. 매출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2배가량 높다.
아모레퍼시픽이 성장가도를 걷는 데는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를 빼놓을 수 없다. 서 회장은 일찍부터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특히 중국시장에 대한 애착이 컸다. 그는 1993년 한·중 수교가 체결된 직후 중국으로 달려가 선양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그리고 지금은 상하이까지 거점을 확대했다.

그 결과 라네즈와 마몽드의 성공적인 진출에 이어 지난 2011년 설화수, 2012년 이니스프리, 2013년 에뛰드가 중국 시장에 안착했고 현지에서의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열풍까지 겹치면서 중국내 아모레퍼시픽의 위상이 높아졌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시장에서만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한 46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시장에서도 중국시장에서의 파워가 그대로 전이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상반기 면세점 매출의 약 70%는 중국인이 올렸다. 여기에 한국을 방문한 유커들이 면세점을 제외한 백화점, 아웃렛 등에서 자사 화장품을 구입한 것까지 감안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은 총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소비자들이 보는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가치도 높다. 지난해 말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장품브랜드 1위에 '설화수'가 꼽힌 게 대표적이다.

◆급성장하는 中 화장품업계… 해외다변화 과제

이제 서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해외수익의 다변화다. 아모레퍼시픽 해외시장 실적 가운데 중국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 같은 쏠림현상은 앞으로 서 회장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무엇보다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이 중국기업들로부터 강력한 견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롱리치와, 치에란, 상하이쟈화 등 중국 화장품 업체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중국시장을 잠식 중이다. 현지 화장품업계에선 지난해 기준 이들 중국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10% 내외다. 결국 서 회장은 중국 현지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력과 마케팅 전략을 갖추는 일이 중요해졌다.

자신이 세계적 기업인이자 거부로 떠오르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재벌' 이미지가 강해진 만큼 준법경영을 실천해야 하는 것도 서 회장이 유념해야할 부분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자사의 바디케어 브랜드 '해피바스'가 용량부족으로 화장품법을 어겨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억원을 부과받았다. 앞서 지난해엔 방문판매 특약점주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5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화장품 단일 품목으로 국내외에 '바이(Buy) 아모레퍼시픽' 열풍을 일으킨 서 회장. 바람의 힘으로 힘찬 항해를 하는 돛단배처럼 지금 아모레퍼시픽호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추고 전진할 시기가 왔다.

☞프로필
▲1963년 서울 출생 ▲경성고,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 졸업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그룹) 입사(1987) ▲태평양제약 사장(1992년)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1994) ▲태평양 사장(1997년) ▲대한화장품협회장(2003) ▲태평양·아모레퍼시픽 사장(2006년)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2013년~현재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