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이 ‘통 큰 결단’을 내렸다. 그는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는 성동조선해양에 3000억원을 단독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이에 따른 손실까지 모두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8일 채권단인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이 가결됐다. 그동안 추가지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채권단에서 빠지기로 했다.

이 행장의 단독지원과 손실책임 약속으로 성동조선해양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일단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앞으로도 추가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후에 있을 추가지원 시 채권단이 다시 한번 한배를 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 행장을 둘러싼 구설이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상황이어서 이번 결정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연말까지 5000억 필요

지난달 28일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에 3000억원을 단독지원하는 안건이 가결됐다.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이 행장의 결정이 통과된 것이다. 이는 성동조선해양이 오는 7월까지 쓸 자금이다.

이번 자금지원 안건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손실분에 대해 수출입은행이 모두 책임진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51.40%의 채권을 보유한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지원 안건을 상정했지만 20.39%와 17.01%를 각각 지닌 무역보험공사와 우리은행이 반대해 부결됐다. 당시 부결된 안건은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자금을 지원하지만 손실분은 채권비율에 따라 공동으로 분담하는 내용이었다. 채권단으로선 리스크가 큰 만큼 섣불리 찬성표를 던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엔 추가지원에 따른 손실분까지 단독으로 책임지는 이 행장의 결정으로 안건이 통과됐다. 우리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채권단 중 의결권 기준으로 75% 이상이 찬성하면서 자금지원 조건을 충족시켰다.

문제는 이후에 있을 추가지원이다. 성동조선해양이 건조자금 회수가 본격화되는 연말까지 버티기 위해선 3000억원 외에도 최소한 5000억원 이상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돼 아직 갈 길이 먼 실정이다. 이 추가지원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 지원에 한번 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성동조선해양에 5000억여원의 추가지원이 필요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가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자금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사진제공=한국수출입은행

◆이 행장, 시험대 오르다
이 행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결정해서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 3월 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했지만 과거부터 발생해온 문제들로 인해 질타를 받았다. 최근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에 따른 성적표가 나오면 지난 일들까지 싸잡아 평가받게 된다는 얘기다.

박원석 의원실(정의당)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보증이나 대출을 받은 기업 중 법정관리에 들어간 곳은 102개다. 법정관리 결정 당시 기준으로 수출입은행이 이들 기업에 빌려준 돈과 보증잔액은 1조29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회수할 수 있는 돈은 4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성동조선해양에 3000억원을 단독지원하겠다는 이 행장의 결정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전적 때문이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3년 6월 신용평가에서 적자 중인 경남기업에 ‘정상영업 가능’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흑자를 낸 이수건설은 ‘부실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평가를 내리는 잣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수출입은행이 히든챔피언 기업으로 선정한 모뉴엘이 매출서류 조작을 통해 6000억원에 달하는 사기대출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은 모뉴엘 대출사건부터 경남기업 특혜 논란 속 여신 규모 최다 기록 등 지속적으로 악재를 겪었다”며 “따라서 이번 성동조선해양 단독지원이 좋은 성적을 거둘지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상처 난 이 행장의 리더십

이 행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그에 대한 리더십까지 흔든다. 우선 수출입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이 특수은행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점이 그의 리더십을 도마 위에 올려놨다. 이 행장이 사모투자펀드(PEF) 회장 출신인 만큼 수출입은행의 투자은행(IB)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성적은 그렇지 않았던 것.

지난달 18일 데일리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은행별 기술금융 대출액은 수출입은행이 587억원으로 특수은행 가운데 가장 적었다. 특수은행별 기술금융 실적을 보면 IBK기업은행이 5조462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농협은행 6778억원, KDB산업은행 2742억원, 수협은행 797억원, 수출입은행 587억원 순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취급 여신의 97%가량을 전액 신용으로 취급한다”며 “다만 기술금융이라는 잣대로 평가했을 때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 낙하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수출입은행장으로 내정된 직후 “낙하산 인사가 무슨 죄냐”는 취지의 발언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표현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취임 이래 잇단 구설이 꼬리를 무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성동조선해양 지원이라는 그의 통 큰 결단은 확실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

 ☞프로필
▲1949년 서울 출생 ▲1973년 서강대 경제학과 학사 ▲1981년 퍼듀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86년 한국개발연구원 금융팀장 ▲1991년 한국개발연구원 금융팀 선임연구위원 ▲2000년 대한투자신탁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1년 한빛은행장 ▲2002년 우리은행장 ▲ 2004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2012년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회장 ▲2014년 제18대 한국수출입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