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흐름은 한마디로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요약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규제 완화’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새로운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도 읽힌다.
◇ 임금 인상, 소득 불평등 완화 or 제 발등 찍기?
지난달 19일(현지시간) LA시의회는 시간당 9달러인 최저 임금을 오는 2020년까지 15달러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안건을 14대1의 압도적인 표차이로 승인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7.25달러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결정인 셈이다.
에릭 가세티 LA시장은 이미 찬성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약 400만명에 달하는 LA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주변 패사디나와 산타 모니카 등도 시간당 임금 인상 수준을 저울질하고 있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마이클 레이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LA시 최저임금 인상은 지난 196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이라며 “이 정도 금액은 현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임금 수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렌트 등 주택 비용이 높은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 움직임은 지난해 6월 워싱턴주 시애틀 시의회가 최저임금을 9.32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본격화됐다. 직원 500명 이상 사업장은 오는 2017년까지, 500명 미만 사업장은 2021년까지 각각 단계적으로 15달러로 올려야 한다.
올 들어 LA 외에도 20개 주와 워싱턴DC가 임금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주별로는 워싱턴주가 9.47달러로 가장 높았고, 캘리포니아주가 9달러로 뒤를 이었다. 뉴욕주도 지난 1월 시간당 최저임금을 8달러에서 8.75달러로 인상했다.
도시별로는 오클랜드 12.25달러, 샌프란시스코 11.05달러, 새너제이 10.3달러 등 캘리포니아주에 속한 도시들이 가장 높았다. 이어 뉴멕시코 산타페와 워싱턴DC도 각각 10.66달러와 9.5달러로 인상했다.
하지만 임금 인상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워런 버핏은 “모든 직종이 시간 당 최소 15달러를 받기를 희망할 수는 있겠지만 그 수준의 최저임금은 고용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기초적 기술만 갖고 있는 많은 노동자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현장의 반발도 거세다. 뉴욕 인근 소상공인협회 개리 레비 회장은 “앞으로 치킨 1마리에 40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종업원을 줄이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간당 임금이 오를 경우 일자리가 감소해 오히려 전체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임금이 오르더라도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UC버클리대학 연구팀은 시애틀과 LA 등 일부 도시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임금이 오르더라도 고용주의 비용 부담은 임금인상률에 못 미친다고 지적한다. 임금 인상이 수년에 걸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임금 인상에 따라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업종은 음식·서비스업으로 임금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이미 이익률도 최저 수준이다. 시간당 임금이 15달러로 인상되면 7% 이상 비용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를 주도한 마이클 리치 교수는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되기 때문에 고용주의 비용 부담 증가분은 5%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이는 10달러 당 50센트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임금 인상을 처음으로 단행된 시애틀의 경우 3월까지 6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났고 실업률 또한 5.6%에서 4.6%로 감소했다.
하지만 시애틀의 사례가 다른 도시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시애틀은 워싱턴주에서 가징 인구밀도가 높고 부유한 지역이다. 실제로 이 지역의 소득은 평균에 비해 31.5% 높은 수준이다. 반면 LA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평균 소득보다 4% 낮은 상황이다.
◇ 공유경제, 진짜 미래 모델인가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인스타카드(Instacart), 럭스(Luxe), 태스크래빗(TaskRabbit).
‘공유’(Sharing) 개념에서 출발해 미국에서 주목받는 기업들이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서비스를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고 고용 수준이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세계 택시 운전사들이 우버가 불법이라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버는 전세계적으로 매월 2만명의 운전기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요 도시 운전기사의 수입이 시간당 17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오는 2020년까지 시간당 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좋은 일자리’인 셈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비판도 나온다. 탐사보도전문가인 에밀리 구엔델스버거는 “20명의 우버 드라이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각종 비용을 제외하면 시간당 소득은 10달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버는 지난해 4월 뉴욕 우버 드라이버의 중간 수준 연봉이 9만달러라고 밝혔지만 현지 언론들의 검증 결과 이 같은 사례를 단 한건도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우버나 리프트(Lyft) 종사자의 80%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 역시 드라이버의 평균 일하는 시간이 주당 15시간 이하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공유경제가 새로운 고용 형태를 창출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형태의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라는 개념 외에 ‘비독립 계약자’(Dependent contractors)를 새롭게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립
독일의 경우 비독립 계약자라는 개념을 두고 정규직에는 못 미치지만 프리랜서에 비해 더 많은 보호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새로운 실험들이 어떻게 결론 내려질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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