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입차=고급차’라는 공식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이 최근 들어 깨졌다.

국내 수입차업계는 구매고객층이 40대 이상에서 20~30대로 확대되며 기존의 고급 가솔린 세단에 한정됐던 라인업을 소형차까지 늘리는 것은 물론 디젤, 하이브리드 등 파워트레인도 다양화하며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혔다.


그렇다고 해서 수입차브랜드들이 고유의 정체성을 버린 것은 아니다. 이들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소비자가 브랜드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고급차’ 이미지를 뛰어넘어 브랜드가 전하는 의미와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어필하고 있다.

BMW 뉴1시리즈. /사진제공=BMW코리아

◆늘어난 차종만큼 선택폭 넓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수입차시장에서 2000cc를 넘지 않는 수입차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수입차 배기량별 등록을 보면 지난 2003년 우리나라에 등록된 1만9461대의 수입차 중 18.7%(3645대)만이 배기량 2000cc 미만의 자동차였다.
2000cc 이상 3000cc 미만의 자동차가 42.8%(8339대), 3000cc 이상 4000cc 미만이 23.2%(4507대)였으며 4000cc 이상도 15.3%(2970대)에 달했다. 대부분의 수입차가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수입차업체는 가격에 따라 판매 변동폭이 큰 소형 시장보다 중·대형시장에 더 집중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입차는 오히려 소형차량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수입차 배기량별 등록을 보면 2000cc 미만 차량이 10만7490대가 등록되며 전체 수입차시장의 54.7%를 차지했다. 4000cc 이상은 2003년 대비 두배에 달하는 판매량을 보이고도 비율은 2.9%에 그쳤다. 2000cc 미만의 차량들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며 전체 수입차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올해 출시되는 수입차 업체들의 신모델도 소형차가 눈에 띈다. 20대와 30대의 수입차 소비가 늘어나며 업체들은 이 연령대의 고객이 선호하는 소형차를 속속 내놓고 있다.


BMW는 지난달 소형 해치백 뉴 1시리즈를 출시했다. 지난 10년간 전세계적으로 200만대 이상 판매된 1시리즈 모델의 최신 부분 변경 모델이다.

아우디는 지난 18일 ‘뉴 아우디 A1’을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아우디 모델 가운데 가장 작은 차량인 A1은 지난 2010년 유럽시장에 처음 출시된 이후 작년 말까지 총 50만대가 팔렸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4월부터 신형 폴로를 판매하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A 클래스, CLA 클래스, GLA 클래스 등 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해 젊은 층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뿐 아니라 업계에서는 기존 인기 모델에도 다양한 파워트레인의 라인업을 출시하며 고객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히는 추세다. 세분화되는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자동차 회사들은 한가지 모델에 선택항목들을 달리하거나 엔진 배기량 등을 구분하는 정도의 단순한 라인업을 꾸렸지만 디젤자동차가 인기를 끌며 대부분의 가솔린 모델에 디젤 라인업을 추가하는 것은 물론,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하고 있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차종이라 할지라도 차량의 셋팅과 디자인을 여러 가지로 출시해 각기 다른 차처럼 만드는 등 라인업을 다양화를 위한 업계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뉴A6와 뉴A7을 선보인 아우디는 전 차종의 엔진 성능을 높이고 새로운 엔진라인업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각각의 모델을 차량 콘셉트에 따라 컴포트, 프리미엄, 스포트 라인으로 출시해 소비자가 원하는 콘셉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A6는 기존 7개에서 18개 차종으로, A7은 7개에서 12개 차종으로 선택의 폭이 확대됐다. 선택 가능한 차량 색상도 기존 5개에서 15개로 대폭 늘었다.

BMW 드라이빙센터. /사진제공=BMW코리아
BMW 드라이빙센터. /사진제공=BMW코리아
뉴 아우디 A1. /사진제공=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차별화된 감성 전달
수입차업체의 판매전략은 제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업계는 구매자의 선택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자동차의 실질적인 성능 차이보다 브랜드의 이미지가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기술이 개별소비자의 구매요인을 결정짓기에는 상향평준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량 성능에 따라 단순한 브랜드별 서열을 매기던 시대가 지난 것이다. 고객들은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즉 감성에 걸맞은 브랜드의 자동차를 구매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차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어필하며 고객들의 ‘감성’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이미지 마케팅의 대표적인 예가 BMW코리아가 운영하는 영종도 드라이빙 센터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센터’는 지난해 8월 정식 개장 이후 지금까지 8만4000여명의 손님을 맞았다. 약 24만㎡ 부지에 트랙과 브랜드 체험 센터, 트레이닝 아카데미, 서비스센터, 친환경공원 등의 시설을 갖췄다. 회사는 올해 약 14만명이 센터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BMW는 이를 통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고객들과 공유하며 자사 브랜드의 가치를 전하고 이를 통해 잠재적인 고객을 유치하는 등의 효과를 거뒀다.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브랜드 마케팅으로 평가한다.

렉서스도 알파벳 ‘F’로 대변되는 드라이빙 감성을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7년 IS 모델을 주력으로 고성능 퍼포먼스 모델 IS F를 내놓은 렉서스는 기존의 양산모델에 ‘F SPORT’ 패키지를 적용했다. 브랜드 고급모델의 드라이빙 감성을 양산차에까지 전달하겠다는 전략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