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은 여름휴가차 낙동강 자전거여행을 다녀왔다. 아내와 함께 지난달 20일부터 4박5일간 안동댐부터 낙동강하구언까지 약 400㎞를 달린 것. 국가 자전거정책을 담당하는 그가 낙동강에서 만난 것은 무엇이었을까.
◆ 낙동강 종주 도중 만난 학생들과 SNS 친구
정 차관은 낙동강을 종주하는 내내 '자전거 타는 아저씨'로 통했다. 곳곳의 인증센터나 쉼터, 사진명소에서 만난 청년들과 '인증샷'을 나눴다. 또 이들과 연락처를 주고받아 SNS 친구가 됐다.
"종주 마지막 날, 양산물문화관에서 수도권 공업계 특성화고 학생들을 만났어요. 방학을 맞아 친구 네명이 종주 중이었는데 함께 사진을 찍으며 살아온, 또 살아갈 얘기를 나눴죠. 옛 생각도 나고 아이들이 기특해 ‘언제든 아저씨한테 연락하라’며 명함을 건네자 깜짝 놀라는 겁니다."
차관 직위가 정자체로 박힌 명함과 그의 얼굴을 몇번이고 번갈아 보더라는 것. 또 몸이 덜 풀려 힘겨웠던 첫날, 대구서 홀로 왔다는 한 대학생을 만났다.
"귀경길에 메시지를 받았어요. 누굴까 한참을 생각했는데 그 친구더군요. 홀로 자전거여행을 떠났던 그가 집에 잘 도착했다며 안부를 전한 겁니다. 함께 찍었던 사진도 같이 첨부해서요. 얼마나 고맙던지요."
낙동강서 맺은 '두바퀴'의 인연은 특강 요청으로도 이어졌다. 종주 4일차에 만난 경북지역 고등학생들이 학교에 소식을 전한 까닭이다.
"교장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창녕합천보에서 만난 학생들의 교장선생님이더군요. 선생님 두분과 국토종주 중이던 열대여섯명의 학생들과 함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소식을 접한 교장선생님이 9월에 특강을 요청한 겁니다."
공무도 공무지만 아이들과 교사의 마음을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 일정이 빼곡한 정 차관의 수첩 한쪽에 힘주어 쓴 듯한 '특강' 두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자전거와 삶을, 특히 삶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학생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표정에서 묻어났다.
◆ 자전거에 태극기 달고 '안전수칙' 홍보
정 차관은 자전거에 안전수칙 알림막과 태극기를 달고 자전거여행에 나섰다. 비록 여름휴가 기간이지만 안전과 태극기의 중요성을 국민 한명에게라도 더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가령 헬멧을 가방에 매단 채 달리던 학생에게는 안전모 착용의 중요성을 차근차근 설명하기도 했다. 낙동강하구언을 달리던 중 더 나은 길로 안내하는 부산시민을 만나 음주운전을 비롯해 자전거안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차관님이 꼭 쓰라고 했는데 앞으론 꼭 쓰고 다니겠다'고 약속한 학생에서부터 자전거정책을 맡은 신분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먼저 자전거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안전문제를 제기한 시민까지 ‘자전거 앞날’이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에 흐르는 것이 비단 물뿐이랴. 잔잔한 이야기가 무더위를 잠시 피해 찾은 정자 그늘에도 흘렀다. 그는 자전거에 매단 태극기를 보고 누구인가 궁금했다는 한 촌로로부터 가슴 뭉클한 무언가를 느꼈다.
"태극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를 찾기 어려운 때라면서 저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하신 거예요. 감사해야 할 사람은 저인데 말이죠. 또 이분은 정자를 깨끗하게 치우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씀도 하더군요. 청소를 매일 했는데 며칠 전 사고로 다리를 다쳤다면서요. 감사하면서도 죄송했습니다."
낙동강 물길의 아름다운 진면목과 국내 최초의 자전거박물관을 간직한 경북 상주에서 자전거길을 따라 핀 마을기업의 전망도 살폈다. '사벌밥상과 두바퀴여행'은 지역의 (사)전통음식연구회가 운영하는 마을기업으로, 정갈한 전통음식과 바이크텔을 겸한 한옥체험 숙박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자전거여행, 사람 속으로 파고든 정 차관은 낙동강 물길과 산길 곳곳의 속 이야기를 SNS에 실어 날랐다.
'볼라드 파손, 나무데크 바닥돌출 등 안전에 문제가 되는 것 두개 발견, 조치 연락'(7.20)
'창녕에서 안내표지판 쓰러진 것 1개 발견'(7.23)
'멋진 자전거휴게소에서 낮잠도 잤다. 설계하고 만든 공무원에게 고마웠다. 길은 꽃이 지천으로 아름답다. 개망초, 패랭이, 금계국, 코스모스, 달맞이꽃 등'(7.22)
틈틈이 짬을 내 지난 2012년 한강에서 시작해 이번 낙동강에서 국토종주를 완성한 정 차관. 베를린 주재 시절, 엘베강에서 아내와 함께 꿈꿨던 자전거여행의 한 페이지를 2015년 8월 어느날 영산강에서 장식할 예정이다.
국토종주와 4대강 종주, 두바퀴로 맺은 수많은 인연이 정채근 차관이 완성할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자전거 그랜드슬램'을 더욱 알차게 할 것이다.
◆ 정재근 차관 낙동강종주 자전거여행 여정
1일차(7월 20일) 안동댐물문화관-상풍교(상주) 약 75㎞
2일차(7월 21일) 상풍교-상주보-낙단보-구미보-칠곡보(칠곡) 약 72㎞
3일차(7월 22일) 칠곡보-강정고령보-달성보-현풍(대구) 약 65㎞
4일차(7월 23일) 현풍-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약 85㎞
5일차(7월 24일) 창녕함안보-양산물문화관-낙동강물문화관(부산) 약 90㎞
☞ 프로필
▲1961년생 ▲제26회 행정고시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과장 ▲충청남도 기획조정실장 ▲행정안전부 대변인 ▲주독일대사관 공사 겸총영사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세제국장 ▲안전행정부 기획조정실장 ▲안전행정부 지방행정실장 ▲행정자치부 차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