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양식의 건물들 즐비한 왕자-대주교 광장
순전히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이라 해서 찾아간 잘츠부르크(Salzburg)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지도, 관심도 없지만 무수한 영화 속 주인공이 됐기에 궁금증을 유발했다. 모차르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영화로는 <아마데우스>(Amadeus, 미국, 1984년)가 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는 물론, ‘결혼’, ‘진혼곡’(레퀴엠)을 만들었던 내용 등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또 <돈 조반니>(Don Giovanni, 이탈리아, 스페인, 2009년)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도 있다. 이 영화는 ‘피가로의 결혼’, ‘돈조반니’ 등 모차르트 작품의 대사를 만든 로렌조 다 폰테(Lorenzo da Ponte)가 주인공이다. 세기의 카사노바로 알려진 로렌조와 모차르트가 만나 만들어 낸 작품과 공연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잘츠부르크의 첫 느낌은 ‘아름답다’이다. 오스트리아 서부, 서부 독일의 국경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이 도시는 잘차흐(Salzach) 강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뉘어 있다. 구 시가지에는 눈길을 사로 잡는 아름다운 중세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도심을 걷는 내내 고개를 들어 올리면 어김없이 호헨잘츠부르크 성이 도심을 굽어보고 있다.
이 도시는 암염광산이 있어 경제적인 부를 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명도 ‘소금(Salz)의 성(burg)’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것. 경제적 부는 화려한 예술의 도시로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로마의 정착지로 8세기에 주교청이 설치된 후 가톨릭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수세기에 걸쳐 지어진 교회, 궁전 등 바로크 건축물이 많이 보존돼 있어 ‘북쪽의 로마’라고 부른다.
현재 구 시가지(올드타운)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넓지 않아 반나절 정도만 돌아다니면 금세 익숙해진다. 크게 왕자-대주교의 지대와 시민의 지대로 나눌 수 있다. 왕자-대주교의 지대에는 대성당, 주택, 프란체스코 수도원, 성 페터 수도원 등 규모가 큰 건물들과 돔(Dom platz), 레지덴츠 광장(Residenz Platz) 등 대형 광장이 있다. 774년에 건립된 대성당(돔 광장)에는 6000개의 파이프가 조립된 파이프 오르간이 유명하다. 모차르트가 세례받았고 1779년부터 오르간과 피아노로 연주했다. 또 모차르트 광장이 있다. 이 동상은 빈 궁정정원에 있는 것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모차르트 동상으로 꼽힌다.
구 시가지의 시민 지대를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 gasse)라 일컫는다. 전문가의 설명이 없더라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건물마다 가게의 특징을 철에 표현한, 예술적인 수공예 간판들이 많이 달린 거리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골목 허공을 장악한 철제 간판들이 재밌다. 이는 문맹이 많은 중세시대에 무슨 가게인지를 알리려고 하는 데서 시작됐다. 한마디로 ‘모양 간판’인 게다. 200년 이상된 것도 있다. 이 거리의 트렌드가 돼 버린 철제간판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명품 브랜드 샵이나 새로운 상점들도 철제간판을 매달아 놓았다.
이 거리에 모차르트 생가가 있다. 모차르트가 1756년 1월27일 태어난 뒤 17세(1773년)까지 살던 집은 노란색이다. 이 집은 1917년, 모차르트 협회가 사들여 현재 모차르트 박물관이 됐다. 모차르트가 생전에 사용하던 침대, 바이올린, 피아노, 악보, 초상화, 편지 등이 전시돼 있고 머리카락도 있다.
묀히스베르크 산 꼭대기에 있는 호헨잘츠부르크 성은 카피텔 광장 안쪽 페스퉁스(Festungs) 역에서 모노레일, 일명 푸니쿨라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고작 해발 120m다. 이 성은 1077년 게브하르트(Gebhardt) 대주교가 창건한 대주교의 성채다. 11세기 후반 로마 교황과 독일 황제가 서임권(1075~1122년)을 둘러싸고 대립이 심해지고 있을 즈음, 교황 측의 게브하르트 대주교가 남부 독일 제후가 공격해올 것에 대비해 건설했다. 이후 17세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확장, 개축 됐 지만 매우 견고하게 지어진 덕분에 한 번도 점령당하지 않아 지금도 원형 그대로다. 현재 중부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성으로 알려져 있다.
성은 요새와 대주교의 거주 공간이었지만 군대 막사와 감옥 시설로도 사용 됐다. 대주교 볼프 디트리히가 조카 마르쿠스 시티쿠스에게 5년간 감금돼 1617년 숨을 거둔 장소다. 무엇보다 이 성에 오르는 이유는 잘츠부르크 시내경관을 보기 위함이다. 돔 광장과 잘자흐 강 등 잘츠부르크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매년 5월에는 성 안에 있는 3개 콘서트 홀에서 실내악 콘서트 행사가 열린다. 또 성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논베르크 베네딕트회 수녀원(Stift Nonnberg)이 있다. 이곳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수녀 생활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구시가지에서 마르크트 다리를 건너면 모차르트 집(Mozart wohnhaus)이 있다. 빈으로 떠나기 전, 7년간 살던 집이다. 모차르트는 대사교 궁정악단의 바이올린 주자였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1719~1787년)와 어머니 안나 마리아(1720~1778년) 사이에서 태어났다. 원래는 7명의 형제였으나 5명은 모두 죽고 누나 마리아 안나(나네를)와 모차르트만 남았다. 모차르트는 부친에게 4세 때 쳄발로(cembalo)를 배워 5세 때부터 연주했다. 1762년, 6세 때는 11세의 누나와 함께 뮌헨의 궁전에서 첫 연주를 했다. 같은 해 10월6일 모차르트 가족은 빈의 쇤브룬 궁에서 어전 연주를 한다. 이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천방지축 모차르트가 궁전에서 넘어졌을 때,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준 공주가 있었다. 모차르트는 나중에 커서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공주는 당시 동갑내기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모차르트는 이후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전 유럽에 연주 여행을 다녔다.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서 두 명의 대사교를 거쳤다. 당대의 예술가들은 후원자 없이는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무렵의 시라텐바하 대주교는 모차르트에게 관대했으나 그 후임인 콜로레도 백작과는 상극이었다. 결국 모차르트는 1781년 잘츠부르크를 떠나 더 큰 ‘음악 시장’인 빈으로 진출한다.
모차르트는 35년의 인생을 살았다. 사후 1782년에 결혼한 부인 콘스탄체와 아들 둘이 남았다. 모차르트가 죽고 6년 뒤, 콘스탄체는 덴마크 외교관인 게오르크 니콜라우스 폰 니센과 재혼했다. 모차르트 둘째 아들인 프란츠 크사버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대를 이었다. 부친과 같은 대작곡가는 아니지만 아들도 역시 당대의 인정받는 음악가로 성장했다. 그는 1844년 53세의 나이에 독신으로 사망했다. 또 공무원이었던 그의 형 칼 토마스도 아이를 남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후손은 오늘날 남아 있지 않다.
또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년 4월 5일~1989년 7월 16일)도 이곳 태생이다.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에 피아노 신동으로 유명했다. 1916년부터 1926년까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공부할 때 스승으로부터 지휘에 집중하라는 충고를 받고 지휘로 전향했다.
잘츠부르크에는 아름다운 미라벨 궁전이 있다. 160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 알트를 위해 지었다. 원래 이름은 알트나우였는데 마르쿠스 시티쿠스 대주교가 아름다운 전경이라는 뜻의 미라벨로 이름으로 바꾸었다.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는 성직자는 결혼할 수 없다는 규율을 깨고 사랑하는 여인과 15명의 자녀를 두었고 그들에게 이 정원과 궁전을 지어 주었다. 그러나 가톨릭 교단의 혹독한 비난과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체포되어 호헨 잘츠부르크 성에 감금된 채 생을 마쳤다. 살로메도 성에서 쫓겨나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이 궁전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에서 여주인공 마리아가 아이들과 ‘도레미 송’을 불렀던 곳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 영화는 오스트리아 해군인 폰 트랍 대령 일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잘츠부르크 전역에서 촬영한 뮤지컬 영화의 최고 고전이다. 영화 대부분을 잘츠부르크에서 찍었다. 당시 촬영팀을 태우고 다니던 운전기사는 여행사를 차리고 영화 촬영지를 돌아보는 파노라마 투어를 시작했다. 이 투어 프로그램이 대박을 터뜨렸다.
1967년 이후부터 매일 두 차례씩 하루도 빠짐없이 투어가 이어지고 있다. 오전과 오후에 미라벨 정원 앞에서 투어 버스를 타고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6곳 정도를 방문한다.
특히 잘츠캄머구트(Salzkammergut)이라고 하는 호수 지대의 마을이 아름답다. 잘츠캄머구트는 알프스의 산자락과 70여 개의 호수를 품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휴양지. 이곳은 모차르트 어머니의 고향이면서 누나 난네를이 결혼 후 살았던 마을이다. 샤프베르크산(1783m)과 볼프강호수, 몬트호수 등을 볼 수 있다. 또 결혼식을 올린 성당도 이곳에 있다. 그외 ‘잘츠감머구트의 진주’로 꼽히는 할슈타트(hallstatt) 호수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본 기사는 <하이하이>(hi.moneyweek.co.kr) 제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