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딜 가나 힘들어 못살겠다는 얘기뿐이다. 특히 기업을 운영하는 CEO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세상 진리 중 하나는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이 있고 반대로 나쁜 면 안에는 좋은 면도 있을 수 있다. 역경이 대표적이다. 사람은 역경에 처할 때 가장 많이 배우고 가장 단단해진다. 신간 <무엇을 버릴 것인가>는 역경에 처한 기업에게 몇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기업이 힘들 때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 있는데 ‘히든 챔피언’이 바로 그렇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 분야에서 세계를 석권한 기업들이다. 특히 독일은 히든 챔피언이 많다. 전세계의 2734개 히든 챔피언 가운데 무려 1307개(48%)가 독일에 있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뛰어난 혁신능력이다.
이들은 매출액의 5.9%를 연구개발에 쓴다. 연구개발부서와 다른 부서 사이에 공조도 잘 된다. 이들의 부서간 협조는 대기업보다 잘 이뤄진다. 시장의 니즈를 개발부서가 즉각 해내는 것이다. 한꺼번에 화끈하게 그 무엇을 하기보다는 조금씩 꾸준히 개선하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고급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밀레(Miele)는 '항상 더 낫게'(Immer besser)란 구호를 쓴다. 끊임없이 작은 개선을 통해 완벽의 상태에 가까이 간다. 혁신은 돈의 문제라기보다 올바른 두뇌, 리더십 그리고 과정의 문제다.

한국을 히든 챔피언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혁신능력을 높여야 한다. 확실한 전문성 없이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고 전문성은 쉴 새 없는 혁신을 전제로 한다. 둘째, 훌륭한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키우거나 창업하는 것이 인생의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야 한다. 히든 챔피언은 기업가정신이라는 토양에서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기업은 국내에 우수한 히든 챔피언이 많아야 그들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독일의 보쉬(Bosch)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회사다. 그러나 보쉬의 국제경쟁력은 수많은 히든 챔피언의 도움 덕분에 가능하다. 우수한 협력회사들이 존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재벌에게 유리하다.


넷째, 히든 챔피언이 나오도록 여러개의 산업 클러스터가 있어야 한다. 산업 클러스터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국내 경쟁은 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담금질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산업 클러스터가 많은 히든 챔피언의 산실이다. 한국에서는 대덕연구단지가 좋은 본보기다. 이곳에서는 KAIST 졸업생들이 큰 역할을 하는 전문화된 기업이 속속 생겼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곳의 기업인들은 서로 협조하는 동시에 경쟁한다.

궁리(窮理)는 ‘궁할 궁+이치 리’다. 궁은 동굴 혈(穴)에 몸 궁(躬)이다. 동굴 속에 갇힌 몸이란 뜻이다. 앞으로도 갈 수 없고 뒤로도 갈 수 없는 답답한 처지다. 그럴 때 이치를 깨우친다는 말이다. 잘 나갈 때, 뭔가 잘 풀릴 때는 아무 고민을 하지 않는다. 궁할 때가 바로 혁신의 기회다.

유필화 지음 | 비즈니스북스 펴냄 | 1만3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