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절대 늙지 않는다.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영화 <인턴>에 나오는 대사다. 산업화를 온몸으로 경험한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됐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에 이르는 약 700만명의 베이비부머가 고령으로 진입한 것.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뜨겁고 경험을 기반으로 더욱 '달리고' 싶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이런 베이비부머가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해 도전할 만한 직업 30개를 선정했다. 늙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베이비부머의 도전. 내게 적합한 제2의 일자리는 무엇일까.
◆틈새를 비집는 전문성
베이비부머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성이다. 오랜 직장생활 경력과 풍부한 인생경험, 그동안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틈새도전형 직업으로 협동조합운영자·오픈마켓판매자·기술경영컨설턴트·투자심사역·창업보육매니저·귀농귀촌플래너·스마트팜운영자·흙집건축가·도시민박운영자·공정무역기업가·1인 출판기획자·유품정리인을 추천한다.
틈새도전형의 장점은 그동안의 경력을 살리면서 재취업이나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직업은 바로 협동조합운영자로, 5인 이상이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창업보다 안정적인 설립과 운영이 가능해 퇴직 후 뜻을 모으는 베이비부머가 늘어나는 추세다.
협동조합운영자는 일자리와 사회공헌이라는 두가지 욕구를 모두 채울 수 있다.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자긍심을 높이기에 적합하다. 여기에 협동조합을 이끄는 리더십도 발휘할 수 있어 은퇴직전 조직의 수장으로 있던 베이비부머들에게 최적의 직업이다.
조합운영 경험이 없다면 협동조합운영자를 양성하는 교육을 받으면 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등을 통해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교육뿐 아니라 재무교육, 마케팅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베이비부머의 재취업 연계를 목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한 정운관 앙코르 브라보노협동조합 이사는 “해외공장 법인장 은퇴를 준비하며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하는 재취업교육을 받았다”며 “같은 고민을 하는 베이비부머를 적극적으로 돕고 싶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교육을 마친 7명이 인턴으로 사회적 기업에 재취업했다”며 “영화 ‘인턴’이 현실인 된 셈”이라고 전했다.
◆'치열'보다 '치유'
그동안 쌓아왔던 지식과 경험을 살리고 싶은 베이비부머가 있는 반면 이전과는 다른 일을 하고 싶거나 취미생활을 직업으로 삼기 원하는 베이비부머도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이러한 유형의 직업으로 청소년 유해환경감시원·청년 창업지원가·인성교육강사·마을재생활동가·도시농업활동가·목공기술가·손글씨작가(캘리그라퍼)·숲해설가·문화재해설사·웃음치료사 등을 소개했다.
그중에서 회사와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숲해설가는 베이비부머에게 큰 인기다. 숲을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숲속의 동식물과 곤충을 설명하고 인간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소개하는 숲해설가는 산림청 지정기관에서 일정교육만 이수하면 수목원이나 한강공원 등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서울 한국숲해설가협회에 따르면 현재 50대 이상의 숲해설가는 300여명으로, 특히 40~50대가 선호한다.
사회공헌·취미형의 특징은 적은 보수의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자원봉사자로 주로 활동하며 삶의 질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고승연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는 이미 일정수준의 경제적 지위를 획득한 사람이 많다. 이들은 돈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려는 욕구가 강한 ‘신노인층’”이라며 “생계형과 비생계형 재취업자로 양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직업 갖는 신노인층
신노인층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전도유망한 신직업도 베이비부머의 관심 대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정부가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미래 일자리 중 베이비부머가 도전할 만한 직업을 공개했다. 생활코치(라이프코치)·노년플래너·전직지원전문가·이혼상담사·산림치유지도사·기업재난관리자·주택임대관리사·3D프린팅운영전문가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노년플래너는 미래에 대한 준비없이 노년기에 접어든 베이비부머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자신의 노년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건강, 일, 경제관리, 정서관리, 죽음관리, 자살예방 등을 조언하고 서로 경험을 나누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 노년플래너의 사회적인 중요성도 부각돼 지난해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으로 노년플래너 훈련과정이 개설된 바 있다. 민간부문에서 노년플래너를 양성하는 한국지식문화경영아카데미에 따르면 현재 300여명 정도의 노년플래너가 활동 중이며 강의를 수강하는 베이비부머가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의 직업은 교수, 교육원장, 은행원, 대기업 직장인 등으로 다양하며 그동안 쌓인 인생경험 위에 노년플래너로서 필요한 전문지식을 쌓고 있다.
베이비부머가 도전하기에 적합한 30개의 직업을 제시한 한국고용정보원의 이랑 전임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가 은퇴 후 일을 계속 하고자 할 때 요식업이나 편의점 창업 외에도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은퇴라는 인생의 변화에 초라해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분야와 접목하거나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에 집중한다면 제2의 인생은 더욱 즐거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