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드롬이 혼전 중이다.
올 시즌 초만해도 김해팀의 이현구, 박용범 양강체제로 벨로드롬 판도가 굳혀지는 듯했다. 이현구는 지난 3월 한일 경륜전에서 경륜 종주국 일본을 대표하는 슈퍼특선(SS) 선수들을 상대로 전승으로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박용범은 시즌 첫 대상경주를 잡고 30연승을 넘어서 조호성의 47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이 둘의 기세는 상반기 왕중왕전을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경륜팬의 예상을 깨고 모두 왕중왕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박용범은 낙차 원인 제공자로 제재까지 받았다.
그 사이 또 다른 강자인 정종진이 20승을 넘어서며 주춤하던 양강체제를 빠르게 무너뜨렸다. 이 기간도 잠시, 정종진은 지난 3일 성낙송과 황인혁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현구, 박용범, 정종진. 이 트로이카를 위협하는 신흥강자들이 등장했다.
황인혁은 현재 한바퀴 선행력에서는 최고 선수로 꼽히고 성낙송은 반바퀴 젖히기나 막판 결정력이 뛰어나다. 21기인 이들은 약 1년의 벨로드롬 적응기간이 지나면서 앞선 강자들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양팀에 둥지를 튼 박병하가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올 후반기 첫 SS 등급을 배정받은 류재열을 비롯해 S등급 신은섭, 정하늘 등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SS등급 무용론이 대두될 만큼 특선급 상위 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됐고 선수층도 매우 두터워졌다는 평가다. 따라서 벨로드롬 1인 독주시대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세대교체는 물론 지역팀 연대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김해, 수도권(고양·계양), 호남, 충청 등 4분화됐던 지역팀이 현재 충청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2분화됐다는 분위기다. 특히 영원할 것 같았던 김해팀의 독주도 막을 내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현구와 박용범이 주춤하는 사이 한 때 김해팀의 수장으로까지 꼽혔던 박병하가 수도권으로 이탈, 고향팀 선수들과 헤어졌다. 역대 최다 대상 연승(7연승)을 기록한 이명헌도 연고인 광주팀에 복귀했다.
반대로 충청권 그리고 수도권의 중소지역은 고양·계양팀을 중심으로 결속력을 강화했다. 때마침 정종진, 황인혁, 정하늘, 신은섭등의 선전이 결속력에 불을 붙였다. 김해팀에 권좌를 내줬던 수도권의 부활이 가시화된 것이다.
현재 이 구도라면 김해팀과 고양·계양팀 간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게 경륜계의 중론이다.
경륜 전문가는 "선수들의 전성기가 과거에 비해 계속 짧아지는 추세인데다 각 지역팀들의 전력이 평준화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벨로드롬에 또다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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