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의 우리금융지주 전환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질 못하고 있다. 정부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18.4%) 매각을 미루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의 지주사전환 여부를 결정한 뒤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방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우리은행의 주가는 1만7000원대로 올 초 7개 과점주주에게 매각했던 가격(1만1800원)보다 47% 높고 공적자금 회수의 이익분기점(주당 1만4200원)을 상회한다. 우리은행의 높아진 주가로 짧은 시일 안에 잔여지분을 매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 공적관리자금위원회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기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그 사이에 신속히 예보 지분을 매각하면 의무보호예수 기간과 세금납부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보는 우리은행의 1대 주주로 지분을 매각하기 전 우리은행이 지주회사에 전환되면 일정기간 지분을 팔 수 없는 의무보호예수기간에 들어간다. 예보가 ‘공적자금 조기 상환’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지분매각을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종금 징계수위, 벌금에 그칠까

문제는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사 전환을 추진했으나 우리종금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외환·장외파생 관련 업무를 영위해온 사실이 밝혀져 징계가 예고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우리종금의 현장검사를 마치고 징계수위를 검토하는 중이다. 2007년 자본시장법이 제정되면서 종금사가 외환·장외파생업무를 계속하려면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하는데 우리종금이 이를 신고하지 않아서다.


우리금융지주가 옛 금융종합금융(우리종금)을 인수했을 시기가 이미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2013년인 것을 고려하면 경징계(벌금)가 예상된다. 반면 우리은행이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려는 취지를 보면 종금회사의 외환·장외파생 업무 신고위반은 과중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주 현장검사를 마쳐 제재 여부와 수위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종금사의 증권사 전환은 사례가 없는 데다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제재여부와 상관없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자위원 10월 교체, 지주회사 전환 걸림돌

예보의 지분매각이 올해 안에 재개될지도 미지수다. 이광구 은행장은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해 내년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계획을 밝혔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을 비롯해 공자위 민간위원 8명 중 6명의 임기는 오는 10월10일 만료된다. 그동안 우리은행 지분매각을 추진하던 위원들의 교체로 또 다른 변수가 생긴 셈이다.

더욱이 오는 10월 국정감사 일정까지 맞물려 있어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잔여지분 매각이나 지주사 승인 모두 정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내실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리은행의 현행 과점주주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잔여지분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예보가 보유한 지분을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7.45%)보다 지분을 낮추려면 최소 11%를 처분할 방침이다.

매각방식은 공개 경쟁입찰방식이 유력하다. 희망경쟁수량입찰(원하는 물량과 가격을 적어내 최고가부터 낙찰되는 방식)을 통해 매각한 뒤 남은 지분은 블록세일(시간 외 대량매매)로 처분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당초 우리은행의 매각시기, 매각가능 주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며 “과점주주 체제 아래 잔여지분 매각을 어떻게 추진하는 게 좋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관치금융 고개, 속 타는 우리은행

일각에선 우리은행 지분매각이 지연되자 관치금융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잔여지분 매각을 근거로 또 다시 우리은행을 관치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인선을 마치고 주요 금융기관장 인사에 돌입한 상황.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예금보험공사 역시 곽범국 사장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은행권에선 오랫동안 정부 소유에 있던 우리은행이 민영화를 계기로 자율경영을 펼치고 있으나 잔여지분 매각에 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면 민영화 효과도 힘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상반기 순이익은 1조983억원을 기록하며 지금이 잔여지분 매각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주가가 너무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잔여지분 매각시기를 빨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