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가 비자카드의 해외이용수수료 인상분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공정위가 비자카드의 해외이용수수료율 인상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데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고객도 갈수록 늘고 있어 카드사의 부담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이용수수료는 카드 회원이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비자·마스터 등 국제브랜드카드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다. 비자는 기존 1%였던 이 수수료율을 올 1월 1.1%로 올렸다.
◆고객이 내는 '해외이용수수료' 카드사가 부담, 왜?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는 비자카드의 해외이용수수료 인상분을 고객 대신 부담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10만원짜리 물품을 구매하면 카드회원은 10만1100원(수수료율 1.1%)을 결제해야 하지만 10만1000원(수수료율 1%)만 결제하면 된다. 수수료 인상분(100원)을 카드사가 부담하고 있어서다. 비자카드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지난해 1000원에서 올해 1100원으로 올랐다.
수수료 인상분을 대신 납부하는 건 카드사가 비자카드의 수수료율 인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비자카드는 지난 5월 이 수수료율을 올 1월부터 1.1%로 적용하겠다고 카드사에 일방 통보했다. 카드사는 비자카드의 이 같은 행태가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된다며 지난해 10월 비자카드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런 가운데 올 1월 비자카드는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했지만 카드사는 수수료 인상분을 고객에게 넘길 수 없었다. 비자카드의 수수료율 인상 결정을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업계는 비자카드의 해외이용수수료율 인상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수수료 인상분을 고객에게 부과하면 카드사에 대한 고객 이미지도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객 증가, 수수료 부담 커지는 카드사
그런데 최근 카드사의 고민이 깊어졌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해외서 사용한 카드결제액도 늘 수밖에 없다. 카드사도 비자카드에 더 많은 수수료 인상분을 내야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해외로 떠난 국민은 61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7만명)보다 20.5% 늘었다. 카드회원이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한 금액도 증가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결제액은 41억8300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카드결제액이 처음으로 40억달러를 넘어섰던 1분기(1~3월) 40억2300만달러보다 4%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 카드회원의 절반가량은 해외에서 비자카드를 이용한다. 지난 2분기 기준 비자카드로 해외에서 결제한 금액이 20억달러 수준인 셈이다. 이때 카드사가 비자카드에 지급한 해외이용수수료 인상분은 약 200만달러(약 22억5000만원)가량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비자카드로 결제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기준 54%다.
◆공정위 판단 늦어질 듯
공정위는 비자 아태지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이지만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가 지난해 10월 말 이 건을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공정위는 최근에서야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 7월까지 비자카드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조차 착수하지 못했다.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를 비자 아태지사가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비자코리아가 아닌 아태지사에 자료를 요청한 이유는 이 지사가 아시아태평양지역(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의 해외이용수수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자료를 많이 건네받았고 조사에 들어간 상태”라며 “수수료 등 가격 관련 건은 경제 분석이 필요하다. 시장 분석을 통해 가격 적정여부도 판단할 필요가 있어 이 제소 건은 일반적인 사안보다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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