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부동산시장을 바로잡고 서민과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기회를 늘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4차례(6·19대책, 8·2대책, 8·2추가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부동산대책에 담겼고 ‘주거복지로드맵’까지 더해졌다. 잇따른 규제에도 시장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차례나 발표가 연기된 주거복지로드맵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이목이 쏠렸다. 막상 뚜껑을 여니 앞선 부동산대책처럼 분야별로 세분화된 방대한 내용을 담아 문재인 정부의 서민 주거안정화 의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세부 실천방안이 부족하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재인정부의 서민 주거안정화 정책의 초석이 될 주거복지로드맵은 과연 서민 주거복지에 기여할 수 있을까?<편집자주>

주거복지로드맵 발표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진=뉴시스 박주성 기자

◆맞춤형 주거지원에 초점
정부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달 29일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서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지원’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우선 셰어형·창업지원형 등 맞춤형 청년주택을 공급한다. 정부는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청년층을 위해 5년간 청년주택 총 25만실(연 5만)을 공급하고 기숙사는 5만명으로 입주를 확대한다.


공공임대주택은 행복주택 7만호, 전세임대 6만호 등 총 13만호를 공급한다. 행복주택은 입주자격을 완화해 소득활동 여부에 관계없이 만 19~39세 청년 모두에게 입주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제한도 완화한다.

신혼 특화형 공공임대주택은 연간 4만호씩 5년간 20만호를 공급한다. 또 분양전환 공공임대 등의 우선공급비율을 15%에서 30%로 확대하고 행복주택도 늘려 12만5000호를 제공한다. 신혼부부가 자녀 출산 이후에도 충분히 거주 가능하도록 기존 행복주택의 평형을 확대하고 특화시설도 강화한다.

무장애 설계 적용·복지서비스 연계 등 고령층을 겨냥한 맞춤형 공공임대 5만호와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임대주택 41만호도 공급한다.


2022년까지 경기도 일부 지역을 신 택지지구로 지정해 15만가구의 공공분양주택도 공급한다. 이날 정부는 ▲성남 금토 ▲성남 복정 ▲의왕 월암 ▲구리 갈매역세권 ▲남양주 진접2 ▲부천 괴안 ▲부천 원종 ▲군포 대야미 ▲경산 대임 등 9곳의 대상지를 우선 발표했으며 곧 추가 지역을 공개할 예정이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등 도입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주택기금 대출금리를 인하(2%→1.5%)하고 학교 내 기숙사도 학교 외 기숙사와 같이 용적률을 법정 상한까지 완화했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도 내년 상반기 내로 신설할 계획이다. 만 29세 이하(병역복무기간 인정) 총 급여 3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무주택 세대주)가 대상이다. 이는 청년시절부터 내집이나 전셋집 자금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연간 600만원 한도로 가입기간에 따라 최고 3.3%의 이율을 적용하고 2년 이상 유지 시 이자소득 500만원까지 비과세다. 19~25세 단독세대주도 전세자금 대출(한도 2000만원)을 지원한다.

신혼부부 전용 주택구입자금 대출도 내년 1월 출시된다. 또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에게 기존의 우대금리에 더해 최대 0.35%포인트(2.05~2.95%→1.70~2.75%)를 인하한다.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자가 대상이며 대출한도는 2억원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각각 60%, 70% 이내다.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 대출도 함께 나온다. ‘버팀목대출 신혼부부 우대’보다 대출한도가 3000만원 상향돼 수도권은 1억4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이며 대출금리는 최대 0.4%포인트 인하된다.

◆세부 실천방안 부족, 실현 가능성 의문

정부가 무주택 서민 등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시도는 좋지만 실현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청년 우대용 청약통장, 고령 및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 등은 참신했고 지켜볼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119조4000억원의 자금조달 방법이 미흡한 데다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왜 100만호인지, 어떻게 100만호를 공급할 건지 실현 근거가 부족하다”며 “재원 마련을 단순히 주택기금에서 끌어쓰겠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의 정부 예산을 얼마만큼 줄여서라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야 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중심의 부동산대책을 줄곧 발표했지만 주거복지로드맵은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춰 고무적”이라며 “다만 임대주택 입주 시점이 최소 4년 뒤인 데다 임대사업자 인센티브 대책이 빠져 시장 불확실성 여지가 남은 만큼 당장 과열된 서울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시장에 끼칠 불안 요소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값싼 공공주택이 대거 쏟아지면 사람들이 굳이 서둘러 집을 사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대기수요 증가로 집값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분양물량이 많은 곳은 전세수요 증가로 일시적인 전세시장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7호(2017년 12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