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11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1.5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저성장·저물가에 대응한 통화완화정책의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한은 총재의 입에서 ‘금리인상’이란 단어가 나온 것은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 만이다.
금리인상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태였다. 올 초부터 소비자심리가 꾸준히 호전됐으며 국내외에서 장밋빛 경제성장이 거론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뚜렷한 경기회복세 확인을 전제로 완화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지난 10월에는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일 여건이 성숙해가고 있다”며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장밋빛 전망 속 ‘체력’ 될 때 올렸다
계속 동결됐던 금리가 오른 주요인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경기회복세다. 소비심리 증가와 함께 수출호조가 이어지는 등 국내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한은은 인상의 적기라고 봤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3으로 10월에 비해 3.1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4월부터 연속으로 100을 넘었다. 이는 국내 소비심리가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중 제조업 업황BSI는 지난 9월부터 장기평균인 80 이상에서 움직이고 있다.
수출도 호조세를 보였다. 한은이 발표한 10월 수출물량지수 잠정치는 133.60이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9% 하락한 수치지만 10월은 추석연휴로 조업일수가 4.5일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부진한 수치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추석 연휴 전 밀어내기 영향으로 67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던 9월과 합쳐보면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8~9% 상승했다.
경제성장률도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상향조정했다. 한은도 지난 10월 경제전망 발표 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2%포인트 올린 3.0%로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 3분기 1.4%(전기대비)로 호조를 보인 성장률이 4분기에도 이어지면서 3.0% 초과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정부의 3.0% 성장 목표 달성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충격파를 견딜 체력이 마련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상요인 두번째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미국은 이달 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는 지난 10월 말 열린 인준청문회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위한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했다.
만약 우리가 동결하고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내년 1월 한은 금통위까지 약 2개월간 금리역전상황이 벌어진다. 한은 입장에서는 이번 금통위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6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반영돼 가계이자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14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1419조1000억원) 중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 1341조1515억원에 대한 이자 부담이 2조3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환능력이 부족한 한계가구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내놓은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 가계부채 차주를 4그룹으로 나눠 상환능력이 부족해 부실화 우려가 큰 그룹을 ‘C’로 분류했다.
그룹 C는 총 32만가구인데 가구당 3~4명으로 계산하면 100만명 안팎이다. 보유한 가계부채만 94조원에 이르는 C그룹이 바로 한계가구다. 이들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다.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다 못 갚는다는 얘기다. 이에 금리인상에 따른 대비책이 한계가구에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주식시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인상 분위기가 충분히 알려져 투자리스크가 최소화됐다는 판단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시사는 그동안 충분히 이뤄져 주요 가격변수가 주식시장에 선반영된 상태”라며 “추가적인 변동이 없어 증시에 올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리 추가 인상 시점은 언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금리인상 궤도에 진입했지만 차후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돼 그사이 또 한번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조동철 금통위 위원의 ‘동결이 바람직하다’란 소수의견과 함께 발표됐다. 소수의견이 개진된 것은
금리 인상과정에서 논란의 여지도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인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내포된 셈이다.
금리 인상과정에서 논란의 여지도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인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내포된 셈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미국이 12월과 내년에 금리를 3번가량 올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리역전현상을 감안하면 한국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인상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상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본다”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경기가 금리 인상시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김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인상속도를 높이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강세 사이클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한번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7호(2017년 12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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