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머니투데이 DB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4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박 행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임기는 3년, 2021년 1월까지다. 일각에선 장기집권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일’ 살려 흑자전환… 소매금융 차별화

SC제일은행 이사회는 박 행장 연임 이유로 뛰어난 영업실적을 꼽았다. 2015년 1월 선임 후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달성하고 올 상반기 실적이 반등하는 등 비즈니스 모멘텀을 확립했다는 평가다.


2015년 SC제일은행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3분기에는 누적순이익 237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 가까이 늘었다.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각각 0.52%, 6.78%로 지난해보다 0.06%포인트, 0.70%포인트 개선됐다. SC제일은행은 SC그룹에서도 올해 목표실적을 달성한 은행으로 손꼽힌다.

소매금융을 차별화한 전략도 눈에 띈다. 박 행장은 취임 후 신세계와 업무제휴를 맺고 태블릿PC를 활용해 예금과 카드 등의 신규가입이 가능한 이동식점포 '카드데스크'와 '뱅크데스크'를 신세계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설치했다. 이어 평일뿐 아니라 주말과 야간에도 대부분의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뱅크샵'(Bank#)도 운영 중이다.


특히 박 행장이 리테일금융총괄본부 부행장 시절 구축한 '모빌리티플랫폼(Mobility Platform)'이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는 평가다. 모빌리티플랫폼은 영업점 창구 대신 태블릿PC로 은행업무 처리가 가능해 4차 산업시대 은행권의 필수 영업시스템으로 불린다.

리더십 평가에서도 그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4월 SC제일은행이 법인명에 ‘제일’ 브랜드를 복원했을 때 박 행장의 소통능력이 힘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행장이 영국 SC그룹 본사를 끊임없이 설득해 제일이라는 사명변경을 이뤄낸 것.

시중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이른바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로 통칭됐으나 잇단 인수합병(M&A)을 거치면서 모두 사라진 상태. 지금은 SC제일은행만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제일’ 사명을 복원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며 “과거 제일은행 시절 이용자는 물론 신규 고객도 SC제일은행과 친근하게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집권 가려면… 점포축소·배당 '문제'
이제 관심은 박 행장의 장기집권 가능성에 쏠린다. 외국계은행은 금융당국 눈치를 보는 국내은행과 달리 경영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최고경영자(CEO)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다.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1년간 씨티은행장을 역임했다.

정치권과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서도 자유롭다. 정권교체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는 시중은행과 대조적이다.

그의 장기집권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는 아직 박 행장의 뒤를 이을 만한 인물을 찾기 힘들어서다. 최근까지만 해도 박 행장 후임으로 3명의 후보군이 거론된 바 있지만 SC그룹은 박 행장과의 신뢰에 더 무게를 뒀다. 그룹 내부에서 큰 변화가 없는 이상 이 신뢰가 깨지기 힘들 것이란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물론 승승장구하는 박 행장에게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급변하는 디지털금융 환경에서 호실적을 이어가려면 점포축소 등 몸집 줄이기가 필수적인데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다.

SC제일은행은 최근 6년간 점포를 많이 줄인 은행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6월 말 기준 SC제일은행 점포는 241개로 지난해 말에 비해 13개나 줄였다.

내년에도 비용절감을 목표로 점포축소를 계획 중이지만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이 이를 두고 논란을 빚어 점포 통·폐합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점포 축소를 단행하는 은행에 감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규모 점포 축소로 고객들의 불편함이 우려돼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증가 이유로 과도하게 점포를 줄이는 것은 은행 공공성에 어긋난다”며 “당국이 직접폐쇄를 막는 것은 어렵지만 은행 공공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점포 운용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배당 여부 역시 박 은행장의 장기집권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은 적자를 기록한 2015년을 제외하곤 꾸준히 영국 SC그룹 본사에 수백억원을 배당했다. 올 상반기에는 보통주 1주당 305원, 총 800억원을 배당했다. 매년 50~60%의 배당성향을 보인 것.

그러나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포트폴리오 개편을 요구해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SC제일은행은 충당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이 보유한 채권가치가 금리인상으로 하락하는 만큼 자본을 넉넉하게 비축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진다.

SC제일은행은 영국 본사에 보내는 배당을 줄이고 충당금 적립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배당을 하지 않은 씨티은행처럼 내년에 중간배당을 유보할지 조율 중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배당 계획을 검토하는 시기는 내년 초인 만큼 현재 배당축소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국내 금융시장에 능통한 박 행장이 금융당국의 규제안을 영국본사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행장은 제일은행이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SC제일은행으로 사명을 바꾸는 동안 줄곧 자리를 지킨 38년차 '제일맨'이다. 오랜 시간 SC제일은행과 함께한 박 행장이 연임에 이어 장기집권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