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총자산 규모(9월 말 기준)가 822조원을 넘어섰다. 10년 전 300조원 수준에서 가파르게 증가한 것. 이에 보험은 금융권에서 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산업이 됐다. 올해 연간 수입보험료도 10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표상으로 보면 호황기인 셈이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위기라는 목소리가 높다.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와 급격한 고령화, 재무건전성 강화 등으로 생명보험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돼서다. 특히 앞으로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어 보헙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에 생명보험협회 새 수장 선출에 쏠린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소통 카리스마'로 위기돌파 모색
생보협회 회장추천위원회의 선택은 '생보 전문가' 영입이다. 지난 11일 제34대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취임한 신용길 회장은 2020년까지 협회를 이끌게 됐다. 업계에서는 '깜짝인사'라는 반응과 함께 생보업계가 당면한 과제를 보면 수긍이 가는 인사라는 평이다.
충남 천안 출신인 신 회장은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고 미국 조지아주립대에서 재무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년 이상 생명보험업계에 몸 담았지만 그가 거친 요직은 굵직하고 간결하다. 교보생명 입사 이후 그는 기획조정실 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법인고객본부장, 부사장 등을 역임하고 2008~2013년 6년간 교보생명 사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2015년 KB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생보업계에서는 신 회장 부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일단 보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아서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교보생명에서 재무기획부터 영업분야까지 경험해 보험의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도 운영해본 경영자 출신"이라며 "업계에서도 신 회장 선임에 대해 대체로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11일 공식 취임행사 참석에 이어 12일에는 '보험범죄방지 유공자 시상식'에서 직접 시상자로 나섰다. 또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방문하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며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기자실을 방문해서는 보험업계 최대 이슈인 IFRS17에 대한 질문에 능숙하게 답하며 생보업계 현안 적응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보험업계에 오래 근속해 업계의 현안파악과 실무적인 기본바탕이 잘 갖춰진 분"이라며 "회사직원들도 신 회장을 생소하거나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회원사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아 내부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소통 리더십을 추구한다. 그는 KB생명 사장 재임시절에도 '소통'을 중시하며 전직원과 일일이 직접 대면한 일화가 있다. 생보협회 회추위도 그의 '회원사와의 소통능력'에 좋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 듯 신 사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험사 수장들이 '협회장이 너무 자주 보자고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오랜 생보업계 업무 경험과 경영자로서의 소통능력으로 보험업계의 사안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위기관리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2015년 KB생명은 계열사 KB카드의 고객정보 유출사건으로 영업조직에 타격이 컸다. 설계사들이 유출되고 소비자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던 것. 신 회장은 KB생명 사장에 부임하며 "총력영업 지원체계를 갖추겠다"고 선언하며 본사에 설계사 영업부서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영업조직개편에 나섰다. 그 결과 2015년 전년 대비 45% 증가한 1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국제회계기준 변경, 재무감각 빛날까
현재 보험업권은 IFRS17 도입 전 재무건전성 확충에 총력을 기울인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으로 2021년 도입될 경우 보험사는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신 회장이 선임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재무적인 감각 때문이다. 재무관리학 박사 출신인 그는 교보생명, KB생명 등 대·중소형보험사에서 모두 일해본 경험이 있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의 재무구조와 관련해 적절한 대응방안을 내놓을 적임자라는 평가다. 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소형 생보사의 입장도 앞으로 최대한 반영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그는 지난달 30일 생보협회장 내정 이후 가진 인터뷰와 이달 공식 취임식 자리에서 "IFRS17 도입 전 당국에 건의해 업계 부담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겠다"며 "요구자본의 급격한 증가로 재무적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IFRS17 관련 대응이 생보업계에 당면한 주요 과제임을 인식하는 자세를 보였다.
신 회장은 앞으로 금융당국이 준비하는 신지급여력제도에서 자본인정의 기준을 늘려주도록 요청하는 등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 4차산업혁명에 따른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여건 조성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프로필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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