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속 강남 집값 3.3㎡당 '4천만원 시대' 개막
'압구정·은마' 주요 재건축단지는 여전히 수십억 호가


부동산시장 실수요자와 투자자는 정부 규제로 울상이다. 그래도 강남은 강남이다. 최근 강남 아파트는 3.3㎡당 평균 4000여만원, 재건축단지는 5000여만원 시대를 열었다. 시장을 옭죄는 규제에도 이처럼 강남 아파트값은 끄떡 없다.


강남 아파트값이 연일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교통·교육·생활인프라 등이 어우러져 현재가치는 물론이고 미래가치도 높기 때문이다. 재력가들은 한채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강남의 아파트를 여러채 보유하고 서민들은 강남 입성을 위해 빚 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처럼 강남은 풍부한 내재가치를 바탕으로 불패신화를 이어왔지만 최근 시름에 잠겼다. 정부의 각종 규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돼서다. 이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규제가 반갑지 않다. 임대사업자 등록 후 세제 혜택을 받을지, 기존대로 월세 수익을 올려 재산을 불릴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강남의 주요 재건축아파트 주민들은 자욱한 미세먼지만큼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불패신화 강남은 올해도 열기를 계속 이을까, 아니면 한풀 꺾일까.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걸린 초과이익환수제 반대 현수막. /사진=김창성 기자

◆압구정 현대=초과이익환수제가 웬말?
“우리는 그동안 세금 안내고 살았나요? 비싼 돈 주고 재건축하는데 이걸 또 세금으로 뱉어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입주민 A씨
“강남 집값을 우리가 높였나요? 강남을 키운 건 국가입니다. 우리를 시장 과열 주범으로 찍어 누르는 건 옳지 않습니다.” 입주민 B씨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이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과열 양상으로 치달은 강남 집값을 지역 거주민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당치 않은 처사라는 말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불만을 갖는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시점부터 입주시점까지 조합원 1인당 재건축을 통해 얻는 이익(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공사비나 조합운영비 등 개발비용을 뺀 금액)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을 최대 50%까지 환수하는 제도로 지난 1일부터 부활했다.

이 제도는 2006년 처음 도입됐으나 침체된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2년 5월 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난해까지 집행을 일시 유예했고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라 지난해까지 재건축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사업지는 초과이익환수제 집행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피할 수 없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후자다.

입주민의 높아진 불만은 단지 곳곳에 설치된 ‘초과이익환수 등 재건축규제 철회’ 라는 현수막에 그대로 드러났다.

반면 초과이익환수제 철폐에 대한 입주민 불만을 다소 회의적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또 다른 주민 C씨는 “우리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 해도 정부의 시장 규제 기조가 쉽게 바뀔 리 있겠냐”며 “이 꼴 저 꼴 안보고 그냥 집 팔고 나갈까 고민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말했다.

대체로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에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압구정 현대아파트 집값은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인근 D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현대아파트 99㎡는 19억~20억원, 105㎡는 22억5000만원, 170㎡ 34억원 등의 매매가가 형성됐다. 해당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워낙 대단지라 입지에 따라 같은 면적이라도 다소 가격차가 있지만 상징성 있는 단지인 만큼 높은 몸값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대치 은마= 얻은 것 없이 쓴맛만 들이켜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 가운데 가장 많은 눈물을 쏟은 곳이다. 재건축 추진을 위한 계획안은 서울시의 층수 제한 규제에 막혀 수차례 퇴짜를 맞았고 서울시 방침에 따라 35층에 맞춘 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다시 심의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은마아파트는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위치한 데다 4000여세대가 넘는 대단지 재건축아파트인 만큼 압구정 현대아파트 못지않은 상징성을 지녔지만 아직 무엇 하나 건진 것 없이 빈손 신세다.

입주민 E씨는 “49층 아파트 재건축을 위해 서울시 규제의 예외조항까지 파고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아무것도 건진 것 없이 시간만 낭비하다 서울시 규제에 백기를 들었음에도 또다시 심의 보류 판정을 받아 허망할 따름”이라고 씁쓸해 했다.

은마아파트는 서울시의 재건축 층수 제한 규제에 맞서느라 그동안 초과이익환수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49층 계획안이 통과되면 강남 최고의 랜드마크 등극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자신감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그러는 동안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는 속속 재건축에 속도를 내며 내재가치를 더 끌어올렸다.

여러모로 쓴맛만 들이킨 은마아파트에게 이제 남은 건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는 일뿐이다. 입주민들은 40여년 된 아파트 나이만큼 군데군데 상처 난 자존심을 집값으로라도 보상받길 원한다.

인근 F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102㎡는 14억~16억원, 112㎡는 17억원에 매매가가 형성됐다. 현대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대단지라 입지에 따라 같은 면적이라도 값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비싼 몸값을 자랑했다.

입주민 G씨는 “재건축 계획안이 서울시에 계속 퇴짜를 맞고 각종 규제 여파로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며 “앞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잠재적 가치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2호(2018년 1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