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권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로 정리된다. 기본적으로 고객 중심의 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것은 변함이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표가 뚜렷해졌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금융에 무게를 싣거나 한층 구체화된 해외시장 공략을 세운 점이 눈에 띈다.
◆4차 산업에서 디지털 혁신 찾다
새해를 맞은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제시한 공통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이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것.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산업이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언급했다. 멀리서 방관하고 자신의 영역에 갇혀있으면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디파인(Redefine) 신한, 비 더 넥스트(Be the NEXT)’를 내걸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충분한 준비로 미래를 주도하겠다는 게 위 행장의 각오다. 허인 KB국민은행장 역시 4차 산업혁명에 힘을 실었다. 허 행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는 ‘유니버설 뱅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종합상담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은행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를 쏟아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대비는 지난해 은행권 CEO들의 신년사에도 등장한 키워드다. 그렇다면 과거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혁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구체화한 점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디지털 신기술과 과감한 투자로 혁신을 이루겠다는 게 골자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디지털 신한’을 내세웠다. 사고와 행동을 모두 디지털화하겠다는 각오다. 위 행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디지털 영업의 원년으로 삼고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과 과감한 투자로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금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금융에 집중하기는 KB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KB’를 앞세워 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고객과 직원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인 KB국민은행’을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창구의 확대로 종이서식이 점차 사라지는 상황에서 모바일과 비대면 경쟁력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것. 허 행장은 “콜센터로 불리던 스마트고객본부를 비대면 마케팅과 고객관리의 전진기지로 탈바꿈시키겠다”며 “개인과 기업고객 모두 만족하는 금융 플랫폼 생태계의 강자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디지털을 찾았다. 다만 올해 하나금융지주가 ‘휴머니티’에 입각한 기업문화 정착을 강조하는 만큼 디지털 비즈니스의 중심을 ‘사람’으로 잡았다. 디지털 기술에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 사업보다 사람을 바라보고 기술보다 삶을 먼저 봐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구상할 때 고객의 금융생활 여정(journey)을 되짚어 보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고민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도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올해 경영목표 중 하나로 차별화된 금융플랫폼을 구축해 디지털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우리은행은 글로벌영업에 디지털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25개국 300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해외 IT(정보기술)와 핀테크사업을 전담하는 글로벌디지털추진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총력
손 행장이 신년사에서 발표한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도 은행권의 경영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나아가 손 행장이 앞으로 글로벌사업부문을 직접 챙기기로 하면서 해외시장 확대와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 행장은 글로벌부문장 시절 해외사업 성장의 주역이었다. 2015년 해외네트워크 200개의 포문을 열었고 약 2년 만에 300개를 돌파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글로벌 신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망시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신한의 위상을 굳건히 다지고 탁월한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다. 위 행장은 “현지화 영업을 확산해 글로벌뱅크로 거듭나겠다”며 “목표달성을 위해 충분히 소통하고 빠르게 결정하며 힘 있게 추진하는 ‘통·쾌·력(通·快·力) 영업현장’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KB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글로벌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만큼 해외시장에서 큰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 회장은 신년사에서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진출 기반을 다지고 동남아시장 현지에 특화된 금융모델로 시장 지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최고를 넘어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윤 회장의 의지다. 또한 그는 선진국시장을 향한 과감한 전략도 시도할 생각이다.
KEB하나은행 역시 해외시장에서 협업과 파트너십을 구현해 글로벌 일류 금융그룹으로 거듭나려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포부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통합 디지털 자산 플랫폼인 GLN(Global Loyalty Network)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러시아, 미국, 영국 등 10여개국의 글로벌 은행, 유통, 포인트 사업자와 함께 고객의 금융자산을 통신로밍서비스처럼 휴대전화로 자유롭게 전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김 회장은 “1200만 회원이 사용하는 하나멤버스가 이제는 GLN을 통해 20개국 이상의 글로벌시장에서 그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2호(2018년 1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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