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딥 체인지’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 2016년 6월 근본적 변화를 뜻하는 ‘딥 체인지’를 설파한 직후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철저한 사업구조 혁신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대내외 경영 환경의 급격한 변동과 4차 산업혁명 시대 분기 속에서 SK그룹 계열사들은 근원적 사업경쟁력을 확보하며 ‘뉴SK’로의 도약을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다.

SK 서린사옥 전경 / 사진=뉴시스
◆계열사 체질개선 통한 실적 창출
‘딥 체인지’의 선봉에 선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3조234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 가운데 64%를 화학, 윤활유, 석유개발사업 등 비정유사업에서 거뒀다.


이는 강력한 ‘딥 체인지’를 통한 사업구조와 수익구조 혁신의 결과라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변동 리스크가 큰 정유업의 한계를 벗어나 외부 환경변화에도 견고한 비정유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 중이다. 2020년까지 배터리와 화학 등에 10조원을 투자해 비정유·글로벌 중심 포트폴리오로 전환, ‘정유기업’에서 ‘에너지·화학기업’으로 회사 체질을 바꾼다는 목표다.

관련투자도 활발하다. 올 상반기 충남 서산 전기차배터리 제2공장이 준공되며 충북 증평공장에 1500억원을 들여 LiBS 설비 12·13호기를 2019년까지 증설한다. 또한 헝가리 북서부 소도시 코마롬에 2020년까지 8402억원을 들여 연간 7.5GWh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한다.

SK하이닉스의 성과는 더 놀랍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3조7213억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6%에 달한다. 100원을 팔아 46원을 남긴 셈이다.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메모리반도체시장의 호조가 동력이지만 SK하이닉스의 철저한 ‘딥 체인지’도 최고 실적 달성에 힘을 보탰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매년 과감한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만 10조3000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이보다 더 증가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또한 D램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낸드부문의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 최근 72단 3D 낸드 기반 기업용 SSD를 출시했다. 또한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통해 낸드 부문의 경쟁력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현재 반독점 심사 마무리 단계에 놓여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선전으로 SK그룹의 수출도 크게 늘었다. SK그룹의 지난해 총 수출은 75조4000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에너지·화학 계열사들이 35조7000억원을 수출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ICT 계열의 수출도 30조3000억원에 달한다.

/자료=SK
◆사회적 가치 창출의 성장동력

SK그룹은 회사 성장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유가치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현재 전사적 차원에서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딥체인지 2.0’을 추진 중이다. 기존 ‘딥 체인지’ 전략이 SK 계열사들의 근본적인 변화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딥체인지 2.0’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
이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업의 핵심 경영가치로 내세워온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 된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함께하는 성장, 뉴SK로 가는 길’을 주제로 CEO세미나를 열고 공유인프라 구축의 실행력 제고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실행방안을 살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사회적기업은 물론 영리기업의 존재 이유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따라서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경제적 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요건이라는 사실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적 가치만 창출하는 기업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최 회장은 또 “우리 그룹이 갖고 있는 유무형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공유인프라를 활용하고 비즈니스 전략을 추진하면 미래 변화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SK그룹은 각 계열사가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공유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에너지가 보유한 전국 3600여개 주유소를 공유인프라로 제공키로 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사업모델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SK그룹 16개 주요 계열사별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전담하는 책임자 ‘소셜밸류 챔피언’을 선임하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협력사를 대상으로도 공유인프라를 제공한다. 경영전략·재무·마케팅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교육하고 SK의 경영기법을 공유하고 있다.

SK는 “경영 인프라가 협력사와 공유되면 협력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향상될 수 있고 협력사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도 있어 결국은 SK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8호(2018년 2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