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면제 기간도 몇년 정도가 아니라 ‘평생’인 경우가 많아졌다. 치열해지는 거래 수수료 인하 경쟁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젊은 층 신규 고객을 비대면으로 선점해 펀드나 채권처럼 다양한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평생 무료’ 카드 꺼낸 삼성·KTB·하이
증권업계에서 올 들어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일부터 오는 5월31일까지 신규 및 휴면 고객이 삼성증권 애플리케이션 ‘mPOP’를 통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경우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를 평생 면제해주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 말까지 3년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진행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등 경쟁사에 밀렸던 시장점유율(MS) 순위가 지난해 상반기 2위까지 올라간 것에 힘입어 평생 수수료 무료 카드로 점유율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뒤질세라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말에 진행하던 무료 수수료 이벤트 기간을 이달 31일까지 연장했다. 신규 고객과 휴면 고객의 주식·선물옵션 계좌에 대한 국내주식과 국내선물옵션 거래 수수료를 평생 무료로 제공하는 게 이벤트 내용이다.
최근 두달간 비대면 신규 계좌 개설 고객에게 ‘주식거래 수수료 100년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 하이투자증권도 행사 기간을 다음달 6일까지 연장했다. 100년 무료 이벤트는 실제로 평생 무료 이벤트와 다를 바 없다. ‘출혈경쟁’ 또는 ‘제살 깎아먹기’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지만 수수료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평생 무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연장하거나 진행 중인 증권사도 많다. 미래에셋대우는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면 2025년까지 수수료가 무료인 이벤트를 다음달 말까지 연장 진행한다. 신한금융투자도 모바일로 계좌를 개설한 신규 투자자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주식거래 무료 수수료 혜택을 제공한다. 가입 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는 각각 10년, 5년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오는 31일과 30일까지 진행한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이달 30일까지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주식 거래수수료를 최대 5년간 면제하는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는 지난해 NH투자증권이 포문을 열면서 증권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NH투자증권의 모바일증권 ‘나무’(NAMUH)가 업계 최초로 주식 거래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평생 무료’ 경쟁에 불을 붙였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평생 수수료 무료 혜택을 처음 제공함으로써 증권업계에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켰다.
2016년 9.7%의 시장점유율로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던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시장점유율이 8.25%로 하락하며 2위에서 3위로 밀린 이후 평생 수수료 무료 카드를 들고나왔다.
이벤트 기간은 지난해 8월28일부터 10월31일까지로 65일 정도였으나 이 기간에 개설된 신규계좌만 6만개가 넘었다. 하루 약 1000개꼴의 계좌가 개설될 정도로 투자자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NH투자증권은 두달 만에 평소보다 신규 고객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통해 가입하는 고객이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다만 PB로 가야 할 신규 고객을 비대면으로 돌리는 꼴이라 리테일채널에서 원성이 높아 이벤트를 진행 중인 증권사 대부분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층 잠재고객 신규 유입 효과
비대면 계좌 개설이 인기를 끌면서 신규 고객들의 금융시장 진입도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국내증시가 호황을 보였던 것도 비대면 개좌 개설이 늘어나는 데 크게 작용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계좌 개설로 20·30대 고객뿐만 아니라 기존에 증권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고객의 신규 유입도가 높아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6년 2월 비대면 계좌 개설이 허용되면서 투자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도 손쉽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호황 속에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증시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규 고객을 경쟁적으로 확보해 다양한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증권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증권사나 은행을 방문해서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보니 접근성이 낮았다. 은행보다 증권사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었다.
비대면을 통한 신규 고객 유입으로 재미를 본 증권사들이 더욱 비대면 경쟁에 열을 올리며 수수료 무료 이벤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련 이벤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에게 비대면 신규 고객 유치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 상품)나 펀드,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라며 “과열 경쟁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증권사 입장에서 아무런 노력 없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듯 주식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을 때 ‘울며 겨자먹기’식이라도 20·30대의 신규 고객을 확보해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1호(2018년 3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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