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직을 내려놓았다. /사진=뉴시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직에서 자진사퇴했다. 특혜공천·불륜 의혹 등이 제기된 지 5일 만의 일이다.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를 권유했으나 박 전 대변인은 선거운동을 강행한 바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 전 대변인의 '여성 당직자 특혜공천 및 불륜 의혹' 소명을 들었다. 박 전 대변인은 소명 과정에서 당의 사퇴권유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변인은 6.13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2월 초 대변인 자리를 내려놨다. ‘대통령의 입’이자 ‘안희정의 친구’인 덕에 가장 유력한 충남지사 후보로 꼽히던 박 전 대변인은 어쩌다 경선도 치르지 못하고 사퇴하게 되었을까.

충남지사 출마 선언 후 박 전 대변인의 선거활동은 순조로웠다.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충남 최대 도시인 천안에서 공약을 제시하며 활발히 선거활동을 펼쳤으나 그날 저녁 사고가 터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해 다음날(6일) 여권 전체가 뒤숭숭해졌고 ‘안희정의 친구’ 박 전 대변인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 대선 경선 때 안 전 충남지사의 대변인을 맡기도 한 측근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변인은 "안 전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면서 충남지사 예비후보로서의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페이스북 등에서 안 전 지사와 찍은 사진도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날 박 전 대변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자신을 충남 공주시의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오모씨가 페이스북에 ‘공주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박 전 대변인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내연녀를 공주시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공천하는 부적절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오모씨는 오영환씨로 밝혀졌다.

이에 박 전 대변인은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분은 지역위원회 운영위원과 여성국장을 수년간 역임한 분으로, 공헌을 인정받아 공천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결혼할 계획이지만 2014년엔 교제하는 사이가 아니었다”며 잘라 말했다.

박 전 대변인이 강하게 반박하자 오씨와 박 전 대변인의 전 부인 박모씨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폭로를 감행했다. 오씨 측은 "박 예비후보와 시의원의 관계는 2009년부터 10년 동안 지속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박 전 대변인도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연녀 시의원 비례대표 공천' 의혹이 정치 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내연녀 의혹에 대해서는 "그분이 단일후보로 입후보한 것이고 특혜는 없었다"라며 정면 부인했으며, 의혹을 제기한 오씨와 전 부인 박모씨는 부정한 청탁을 했지만 자신이 거절하자 보복성으로 ‘정치적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직을 내려놓았다. /사진=뉴시스

이어 12일에는 중단했던 선거운동을 재개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물러서지 않겠다며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박 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앙당 차원의 예비후보 자진사퇴 권고에 대해 간접적으로 들은 적은 있지만 당 최고위원회의 정식 사퇴권고를 받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민주당은 박 전 대변인에게 충남지사 예비 후보직을 자진 사퇴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당 지도부가 13일에도 자진사퇴를 권유하자 이종걸, 안민석 의원 등은 박 전 대변인을 지지하면서 당의 재가를 요구했다. 결국 오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열렸고, 박 전 대변인은 '여성 당직자 특혜공천 및 불륜 의혹'을 소명했음에도 당의 권유를 받아들여 사퇴하게 된 것이다.

박 전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퇴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난 6일에 이미 예비후보직을 사퇴하려 마음을 굳혔으나, 갑자기 제기된 악의적 의혹으로 변화가 생겼다"며 "더러운 의혹을 덮어쓴 채 사퇴하는 것은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싸울 시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와 관련된 분의 명예도 지켜야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당 최고위에 충분히 소명했고 최고위는 저의 소명을 모두 수용했다. 최고위의 수용으로 저의 당내 명예는 지켜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변인은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개인의 가정사도 정치로 포장해 악용하는 저질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아무리 오염된 정치판에서도 옥석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부족함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 엎드려 용서를 청한다"면서 "그동안 응원해주신 충남도민과 당원동지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