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받는 것은 부동산 보유세. 문재인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부동산규제 중 최고수위로 볼 수 있어 많은 논란이 뒤따른다. 가장 큰 논란은 과연 보유세를 인상하면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공평과세 실현이나 부동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느냐다.
◆정권 따라 바뀐 보유세율
부동산 보유세는 크게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를 의미한다. 재산세는 부동산가격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부과하므로 보유세 인상은 사실상 부동산부자에게 해당하는 종부세 인상이다. 종부세는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소유자에게 중과하는 높은 세금으로 노무현정부 때 도입됐다가 이명박정부 때 위헌판결을 받았다.
문재인정부가 보유세를 다시 인상하려는 명분은 집값 안정과 경제양극화 해소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려 공평과세를 실천하고 주택을 팔도록 유도하면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보유세 인상의 기본방향은 ▲공정시장가액 인상 ▲실거래가 반영률 인상 ▲세율 인상 등이 거론된다. 공정시장가액은 공시가격을 대신해 보다 현실적인 가격을 보유세 산정기준으로 삼기 위한 과표기준이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해 발표하는 땅값으로 실거래가보다 낮은 것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65% 수준이다. 참여연대가 최근 조사한 자료도 실거래가 반영률이 65~71%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세율 인상방법은 직접적인 세금 인상효과가 있다. 강병구 재정개혁특위원장은 지난해 공개적으로 종부세율을 노무현정부 때처럼 1~3%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이 활동해온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도 최근 낸 ‘2018년 세법개정방안 건의서’에서 종부세율을 1~4%로 2배 올릴 것을 제안했다. 종부세율은 이명박정부 때 0.5~2.0%로 내린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보유세 인상 가로막는 주장들
그러나 부동산 보유세는 과거부터 조세저항이 강력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보유세 인상을 언급했다가 공약에 담지 않은 것과 지난해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하고도 정작 8·2 부동산대책에서 제외시킨 것은 조세저항을 의식한 신중한 태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무리하게 보유세를 인상할 경우 전월세시장을 침체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집값을 더 상승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보유세를 인상하면 임대사업하는 집주인이 세부담을 임대료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어 결국 세입자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금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가장 강력한 규제수단인데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량도 줄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퇴세대의 가장 보편적인 노후대비 재테크가 부동산투자였던 만큼 보유세가 노후빈곤 문제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연금 등 다른 소득 없이 주택 임대소득만으로 생활하는 경우는 보유세 인상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1주택자도 보유세 부과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강 위원장은 재정개혁특위 현판식 이후 기자들을 만나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는데 균형 있게 고려해 세제 개편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 초 “1주택자도 보유세 인상 검토대상”이라고 말했다가 이튿날 발언을 번복한 바 있다. 재정개혁특위는 오는 7월쯤 논의결과를 발표하고 9월 국회에서 세법개정안과 예산편성안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보유세, 북미 높고 유럽 낮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을 해외와 비교하면 어떨까. 한국지방세연구원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3배가량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기준 한국 0.156%, 13개국 평균 0.435%였다.
또한 OECD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한국이 0.8%로 OECD 평균인 1.1%보다 0.3%포인트 낮다. 보유세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영국과 캐나다로 3.1%다. 프랑스(2.6%), 미국(2.5%), 이스라엘(2.0%), 일본(1.9%) 등도 평균보다 높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른 보유세를 적용한다. 캘리포니아주는 1%대, 중부 일대 주는 3% 안팎이다. 대신 미국은 주택 구입 시 취득세가 따로 없어 수수료만 부과된다. 주택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 감면 요소가 많고 유예 신청이 가능하며 보유세 납부에 따른 소득공제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선진국은 대체로 보유세 중심이지만 우리는 거래세를 중시해서 소득이 없는 사람도 고가주택을 갖고 있다”며 “선진국일수록 주택시장을 방치한 나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해외사례에 대한 분석과 함께 국내 실정에 맞는 세제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보유세는 취득세·양도세와 달리 반복적으로 부과되므로 더 신중해야 한다”며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을 보면 북미지역은 우리보다 높고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은 훨씬 낮다”고 말했다.
해외사례를 들어 보유세 명분 자체를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 초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2016년 이후 보유세를 올린 국가는 핀란드, 이스라엘, 그리스, 포르투갈뿐인데 대부분 재정이 어려운 나라”라며 “미국 등 주요선진국은 세율을 인하해 경제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머니S> 제536호(2018년 4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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