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만해도 몇몇 보험사만 어린이보험을 취급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보험사가 이 보험상품 판매에 열을 올린다. 이유는 무엇일까.
◆출생수 감소에도 보험사는 판매 '열중'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어린이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는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등이 있으며 생명보험사는 교보생명, 신한생명, ABL생명, 교보라이프생명, KDB생명, DGB생명 등이 있다.
올해 몇몇 보험사는 각종 보장내역을 확대한 신상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어린이보험시장의 전망이 무조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는 35만7700명으로 집계됐다. 연간 출생아 숫자가 30만명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6년(40만6200명)보다도 5만여명이 줄었다. 30만명대 숫자는 앞으로 더 줄어들을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편심사를 통해 유병자보험이 각광받는 것은 갈수록 고령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보험사는 판매에 더 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생아 수 감소 추세에도 보험사들이 어린이보험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이 보험이 장기고객 유치, 보장성보험 가입 등 두마리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어린이보험은 성인이 될 때까지 어린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질병, 상해, 사고, 학교폭력 등 각종 위험뿐 아니라 자녀가 타인에게 손해를 끼쳐 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도 보장한다.
특히 최근에는 태아 때부터 가입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의 어린이보험 가입 태아는 23만8108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출생아 수 대비 보험에 가입한 태아 비율은 2016년 66.0%에서 지난해 66.6%로 소폭 늘었다. 태아 3명 중 2명은 이미 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
보험사 입장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자사 미래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어린이보험은 30세, 100세 등 보장기간도 긴편이라 해지가 없다면 최소 30년짜리 고객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결혼나이가 늦어지며 고령 산모가 늘어난 점도 어린이보험 수요가 높아진 이유다. 임신 중 아이가 선천성 기형이나 저체중 등이 우려되는 경우가 많아 부모들은 어린이보험 태아 가입특약에 관심을 보인다. 어린이보험은 임신중독증, 임신·출산 질환 등 산모의 위험까지 보장한다. 민법에서 인간은 출생 이후를 말하므로 태아는 보험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보험 가입은 가능하다. 실제 혜택은 태아가 태어났을 때부터 받게 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려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어린이보험은 효자상품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앞으로 보험사는 자산과 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한다. 종전보다 부채가 늘어날 여지가 커 더 많은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 보험사는 보험료를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판매에 심혈을 기울인다.
◆보장범위 늘리는 보험사들
다른 보험사들은 현대해상을 추격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어린이보험상품은 보장내용·가입나이·보장기간이 늘어난다. 또 자녀 보장은 물론 30세가 되면 성인보장으로 전환까지 가능해 총 100세까지 보장기간을 확대한 상품도 출시됐다.
교보생명(030610)이 출시한 ‘교보우리아이생애첫보험’은 스마트폰을 자주 접하는 자녀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각종 안과 질환과 수술, 미세먼지 환경질환과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나 성조숙증과 같은 신규 보장도 확대했다. 부모가 사고를 당하면 보험료 납입을 면제하고 교육자금 및 양육자금도 지원한다.
현대해상의 '굿앤굿어린이플러스종합보험'은 질병후유장해 3% 이상 담보를 신설하고 치아파절을 포함한 골절진단 보장도 추가했다. 3% 이상 질병후유장해 특약은 손해율이 높아 대부분의 보험사가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메리츠화재(000060)의 '내MOM같은 어린이보험'도 기존 가입나이를 25세에서 30세까지 확대했다.
또한 어린이보험은 점차 보장내용이 축소되고 있는 성인보험상품을 고려했을 때 미리 가입해두면 좋다. 예컨대 성인보험상품에서는 뇌혈관질환을 보장하지 않지만 어린이보험은 보장하는 식이다. 보험사들은 점차 뇌혈관질환, 뇌졸중, 뇌출혈 순서로 보장을 줄여나간다. 뇌출혈보다는 뇌졸중이 보장범위가 넓고 뇌졸중보다는 뇌혈관질환의 범위가 넓다.
하지만 어린이보험이 가입자 입장에서 무조건 전망이 좋은 보험상품은 아닐 수도 있다. 현재 어린이보험상품의 손해율은 60~70%대로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손해율이 100%가 넘으면 보험사는 손해를 본다. 아직 질병치례가 적은 어린이들의 경우 큰 돈이 나가는 치료를 받지 않아 보험사 손해율이 안정적이지만 앞으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가입자 진료비지출은 점차 늘어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아직 성장 중이라 보험사들이 우후죽순 보장범위를 넓혀 상품판매에 열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손해율이 늘어나면 보험사들이 보장비율 축소 등 꼼수를 부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7호(2018년 4월25일~5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