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들어 대형건설사 3곳이 재건축 금품비리 혐의로 잇단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 취재 당시 대다수 건설사의 관계자는 “우리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형식적인 수사에 그칠 것”이라는 태연한 반응도 있었다.
과거 재건축 과정에서 금품수수가 공공연히 행해지던 시절에 비하면 예전 같지 않다는 건설사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가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려고 조합원에게 상품권 등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의 개정도 추진하며 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처벌수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5000만원 벌금으로 솜방망이 수준이고 인가취소와 공사중지 등의 행정처분은 정치권의 반대로 난관이 예상된다.
문제는 시공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모재건축조합의 전 조합장은 비리 혐의로 해임과 동시에 수사를 받는 도중 관련기사가 보도되자 기자에게 항의전화를 걸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개인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해도 되는 거냐”는 취지의 막무가내식 고성과 욕설을 듣고는 “조합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이 수백명 조합원의 전재산인 조합자금을 무책임하게 운영해도 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비리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수사받는 사람치고 너무나 당당하던 모습이 의외라서 충격을 받았다.
조합장이 얼마나 좋은 자리기에…. 선거투표함을 사수하겠다고 용역깡패를 동원하는 믿을 수 없는 일도 벌어지는 것이 재건축의 세계다. 억대 뇌물을 받아 구속되는 일은 예사고 1조원 넘는 조합자금을 횡령해 감옥에 가도 출소 후 대대손손 잘산다는 조합운영진은 진정 재건축비리의 적폐다. 오죽하면 재건축·재개발과 마피아를 합성해 ‘재피아’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투명한 운영을 위해 전문조합장 도입이나 처벌강화 등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지만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합장의 권력남용을 방조하지 않으려는 건설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이다.
“조합장은 건설사에 어려운 존재죠. 최대한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 수밖에요.” 한 건설사 직원의 말을 다시 곱씹어보며 이런 마인드 역시 시공품질이 아닌 로비력으로 사업을 성공시킨 재건축비리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1호(2018년 5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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