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을 딛고 사장에 정식 선임된다 해도 그의 앞에는 해결 과제가 쌓였다. 대규모 해외사업 부실 오명을 벗고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데다 문턱까지 갔다 엎어진 새 주인 찾기 역시 그가 매듭져야 할 과제다. 논란의 연속인 대우건설 새 사장 선임이 무사히 마무리돼 등 돌린 노조의 마음을 사로잡고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노조의 반대, 대우건설의 반박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신임사장 선임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산업은행이 배제된 투명한 사추위를 꾸려야 한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는 지난 5월2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박창민 전 사장 선임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의 복사판이라 불릴 정도로 노조의 반발 양상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노조의 반대에도 박 전 사장 선임을 강행했지만 그는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박 전 사장 때처럼 이번에도 노조의 반대입장은 분명하다. 노조는 그 근거로 김 후보의 도덕성·자질 문제를 제기하며 부적격 인사라고 단언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 후보는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국내 지하철 9호선 싱크홀 사건 등 부실공사로 회사에 거대한 손실을 끼친 전력이 있다. 또 뇌물공여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어 기본적인 도덕성이 결여됐다는 입장이다.
박 전 사장 선임 때와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자 대우건설은 관련 의혹을 일축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삼성물산에서 별도 조직으로 운영된 로이힐 프로젝트에서 김 후보는 전결 책임자가 아니었고 9호선 싱크홀 사건 당시에도 그는 현장 책임자가 아니었다”며 “뇌물공여 의혹 역시 당시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가 인정돼 기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몸값 높일 수 있을까
논란을 딛고 사장에 정식 선임돼도 김 후보 앞은 가시밭길이다. 우선 대우건설의 오랜 숙원인 경영정상화라는 숙제가 놓였다.
현재 대우건설은 업계 3위 공룡건설사지만 매 분기 매각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번 불발되며 새 주인 찾기는 난항의 연속이다.
올 초에는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에 매각될 뻔했지만 호반건설 측이 해외사업 부실을 이유로 막판에 발을 빼 불발됐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호반건설에 인수되지 않은 점은 다행이지만 매번 묶인 몸이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크다”고 씁쓸해 했다.
호반건설이 인수 포기의 이유로 거론한 모로코 사피 현장 부실에 대해 대우건설은 “앞으로 손실 가능성이 적은 데다 언론에 보도된 미수금 7000억원은 근거 없는 오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새 주인 찾기와 몸값 높이기에 주력해야 하는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흠이다.
김 후보는 박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대우건설에 몸담은 적 없는 외부출신 후보지만 경력의 대부분이 해외와 토목사업에 집중된 현장전문가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이 재무전문가를 대표이사에 선임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대우건설은 현장전문가를 배치해 차별성을 뒀다. 부실 오명을 쓴 해외사업 정상화는 그의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사업 균형감각 키워라
특히 주택사업에 쏠린 매출 구조를 사업별로 균형 있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대우건설은 올 1분기 전년 동기(2조6401억원)보다 소폭 증가한 2조65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주택건축사업(1조5251억원)이 57.5%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플랜트사업(6226억원) 23.5% ▲토목사업(4037억원) 15.2% ▲연결종속기업(983억원) 3.8% 등을 차지해 매출 비중이 주택사업에 지나치게 쏠린 것을 볼 수 있다.
토목전문가로 불리는 김 후보가 사장에 정식 선임될 경우 대우건설이 보유한 주택사업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는 동시에 나머지 사업부분의 경쟁력도 키워 균형감 있는 매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김 후보는 풍부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고 땅에 떨어진 대우건설 직원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며 “다만 노조의 거센 반발이 김 후보에게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견뎌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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