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재산이 공개된 지난 3월 말 주요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올랐다.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저축은행에 5000만원 내외로 분산저축을 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 몇몇 지인은 기자에게 저축은행엔 왜 5000만원까지만 넣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과거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의 배경을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5000만원 프레임’. 예금자보호 한도를 저축은행 이용자에게 유독 강조하는 데엔 ‘저축은행은 언제든 망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렸다. 물론 예금자보호 차원에서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30개 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국민 혈세 27조1000억원이 투입됐다. 당시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는 2만4000명, 피해액만 8710억원에 이른다. 저축은행업계는 여전히 이 ‘주홍글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이 프레임이 저축은행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려 해도 쉽지 않다. 일례로 저축은행엔 아직도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가 적용 중이다. 정해진 부대사업만 영위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고인 물은 언젠가 썩게 돼있다. 생각해보면 유독 저축은행에만 가혹한 규제는 5000만원 프레임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제는 ‘저축은행은 쉽게 망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강화된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라는 게 아니다. 규제가 있다면 숨통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저축은행 발전으로 보다 많은 서민이 금융생활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으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대출 건)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보다 2.0%포인트 낮아진 5.1%다. 이 비율이 8% 이하면 안전하다고 당국은 판단한다. 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31%로 전년 말보다 0.36%포인트 올랐다. 이는 BIS가 권고한 자기자본비율 8%를 충분히 넘어선 것이다.
최근 만난 한 저축은행 관계자가 말했다. “그런데 저축은행엔 왜 5000만원까지만 저축하라고 강조하는 거죠? 망할 거 같아서일까요? 저축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합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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