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부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미국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0~31일 뉴욕에서 김 부위원장을 만난다고 공식 확인했다. 18년 만에 이뤄지는 북한 최고위직의 미국행인 데다 북미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상황이어서 일정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총괄하는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만난다는 건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실무회의에서 사실상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무회의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지원했던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동행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27일부터 시작한 판문점 실무회의도 이날 마무리 절차를 밟는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어떤 얘길 나눌지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두 사람의 만남이 세번째란 점을 강조했다. 사전에 논의된 내용이 있고 여기에 실무회의 결과까지 종합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단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실무회의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선으로 올라갔단 견해도 제시된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회담 내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각각 보고되고 승인까지 나면 북미정상회담 의제 준비는 끝난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이 북미정상회담의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미국으로 떠난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소지했는지도 관심사다. '회담 취소'를 통보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이 바뀌면 주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를 보내달라"고 밝힌 점, 김 부위원장의 뉴욕행 사실을 전하며 "나의 서한에 대한 확실한 응답"이라고 지적한 점 등을 미뤄봤을 때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의중을 담은 친서를 가져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부위원장이 방미길에 중국을 들렀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부위원장이 중국에서 고위 관료들을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이 베이징공항에 도착한 날이 29일이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날이 30일이므로 중국에서 하루 동안 체류했다. NYT는 "김 부위원장이 중국 관계자들을 만났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또다시 화나게 하는 일이라고 외교관들은 입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이 베이징에 왔다는 사실이 여러 언론에 포착됐음에도 중국 외교부는 김 부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끊임없이 '배후설'을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 정치의 중심지 워싱턴D.C.가 아닌 뉴욕으로 갔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도 국무부 청사가 있는 워싱턴D.C.에서 뉴욕까지 가는 '수고'를 해야 한다.
핵을 보유한 나라를 미국 정치 심장부에 들이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 전통적 북미 소통창구인 '뉴욕채널'을 활용하려는 점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비자 문제'도 언급됐다. 김 부위원장이 미 재무부의 '특별지정 제재 대상'이어서 워싱턴행 비자보다 뉴욕행 비자를 발급받기가 더 쉽다는 설명이다. 유엔의 외교공관도 뉴욕에 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행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엔에서 특별한 허락을 받은 북한 외교관들은 뉴욕에서만 머물 수 있다"면서 "뉴욕을 벗어나려면 별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에 간 것이라면 미 정부가 '특별조치'를 내림으로써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행이 성사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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